불신천국: 강사를 믿지 말자

by 글멋지기



학원 수업을 수강하는 데 있어 가능한 가장 큰 효율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학원 수업을 통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단호하게 답할 수 있다. 강사를 믿지 않아야 한다. 수사적 비유가 아닌 현직 강사로서 논리와 비판을 통한 합리적 사고를 통해 도출한 답변임을 강조한다.


우여곡절을 거듭했던 고등학교 이학년 겨울부터 수능 시험 한 달 전까지의 학원 생활에 초점을 맞춰본다. 대학 수시입학 정책이 지금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조금 덜 정교하고 조금 더 낯설었던 당시, 다니던 학원에서, 나중에 전해 듣기로, 거액을 들여 수시입학을 담당할 강사 몇 명을 스카우트해왔다. 수시입학 전형을 총괄하는 역할로 수학 강사를, 수강생들의 경시대회를 담당할 강사로 국어 강사를, 그 외 실무를 담당할 몇몇 강사들까지.


내신의 비중은 최소로 하고 대외활동 경력, 예컨대 봉사활동이나 각종 경시대회 수상 등의 증명을 통해 수능시험의 관문을 우회해 미리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정책은 수강생들을 매혹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내신 성적을 최소로 포함한다고 해도 결국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유리하게 마련이다. 백일장 등 각종 경시대회의 입상은 수능 시험 준비보다 더 어려워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곳엔 빠르면 초등학교 늦어도 중학교 때 이미 사활을 걸고 경쟁에 뛰어든 친구들이 있기 때문일 테다.


여물지 않은 머리로 수시입학 전형의 그림자를 깨닫긴 어려웠고 담당 강사들은 여전히 희망과 환상을 심어줬다. 국어 수업은 똑같았지만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은 없었다.(운 좋게 서울 소재 대학교가 주최한 백일장에서 장려상을 타긴 했다) 수학강사는 거의 일 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수업을 한 적이 없었다. 현실에서 도망가려는 수강생들의 포부를 열심히 키워주는 한편 텅 빈 종이컵만 계속 들이키며 수업 시간을 흘려보냈다. 봉사활동 시간 많이 채워놔라 경시대회에서 한 번만 입상해와라. 그들이 끝없이 외운 유일한 마법의 주문이었고, 그동안 수능 시험을 보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홍보 문구는 학원비의 가파른 인상을 불러왔다. 한 달에 40여만 원이었던 학원비는 100만 원을 훌쩍 넘겼지만 수업 요일과 수업 시간의 증가 혹은 커리큘럼의 변화는 없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고등학교 일학년부터 내신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 중 수시 입학에 도전한 친구들은 대다수 성공을 했고, 나를 포함해 내신에 죽을 쓴 친구들은 꾀를 부린 대가를 치러 아무도 수시입학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거액의 비용을 받고 스카우트됐던 그 강사들은, 또한 나중에 전해 듣기로, 수능 시험이 끝난 직후 전부 학원을 떠났다고 했다. 고작 일 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강사를 믿으면 안 된다고 했다. 왜일까. 당시 수시입학 전형 담당 강사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앞세운 해결책을 얻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학습 체계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품을 들이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화려하게 포장하는데 골몰했고 그것을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는데 썼을 뿐이다.


잠시 스포츠의 세계로 넘어가 탐구를 이어간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의 숫자가 1990년대 중반 이후를 가리키는 신분증을 소유한 이에게는 다소 낯선 이야기를 해야겠다. 2002년 초여름 국토 전역을 열광으로 들끓게 만들었던 피파 월드컵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초인 4강 진출의 영광과 신화를 이루어낸 뒤, 국가적인 열기는 곧 유례없는 결과를 이끌어낸 원인을 분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결론이 도출됐지만 무엇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당시 대표팀을 책임진 거스 히딩크 감독의 팀 운영 방식이었다. 뚝심 있게 밀어붙인 체계적인 시스템. 의미상 중복에 불과한 두 단어를 형용사와 명사의 형태로, 한국어와 영어를 뒤섞어가면서까지 히딩크 감독의 업적에 왕관과 트로피를 선사했다.


대표팀의 훈련 체계와 관련해 당시 선수들의 발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목표를 설정한 뒤, 구성원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고 각각의 요소를 발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한 훈련 내용, 그리고 감독이 제시한 해결책을 수행했을 때 겪은 결과까지. 결과적으로 선수단을 휘어잡은 감독의 리더십 혹은 카리스마 덕분이라고 정리했지만 그 저변에 깔린 것은 감독의 말과 행동에 당위성과 설득력을 부여한 명확한 체계였다. 스포츠 영역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감독이 가진 체계라면 학원 학습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혹은 누구일까.


현재 영어 교육 체계의 시작은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어권 국가에서의 학업 및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몇몇 일본인의 취사선택으로 만들어진 교육 이론과 체계가 1945년 광복 이후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잔존해 있다. 공교육의 제일 목표가 대학 입시로 추락해버린 현재의 여건상 공교육은 더욱이 개선되기 어려운 반면 영어 사교육 시장은 세계화와 인터넷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그나마, 비교적, 적어도 일정 수준의 자정작용은 이루어지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되려 이 부분에서 사교육 시장만의 독특한 문제가 대두됐음을 외면할 수 없다. 공교육과는 다르게 강사의 자격을 증명할 의무가 없다는 점, 따라서 교사의 최종 학력 혹은 해외 체류 경험만이 소위 간판이 된다는 점. 개별 강사가 확립한 강의법의 질적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평균 수준 향상 및 유지를 위한 신뢰할 만한 지침이 전무하다는 점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의 선택에 운명을 맡긴다는 자본주의 사상의 미명 아래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강사가 강의를 열고 어떤 강사의 강의는 사라질 뿐이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마다 그저 시간과 경험 축적의 필요성만을 역설할 따름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학원 학습이 성공하려면 상술한 단점을 확인하고 피하면 된다. 다루는 영역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교수법을 정립했고, 이에 따른 명확한 강의 커리큘럼을 실제로 구현하며 수강생들에게 목표 달성을 위한 올바른 학습법을 알려주는 강사를 선택하면 된다. 말은 몇 문장으로 간단하지만 현실은 그만큼 간단하지만은 않다. 현재의 학원 환경의 가장 큰 단점으로 이런 강사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수강생이 학원과 수업에 대한 정보를 찾는 거의 유일무이한 방법은 온라인 검색이다. 학원 홈페이지에 마련된 강사와 수업 소개를 참고하기도 하지만 주로 블로그 등의 리뷰에 많이 의존한다. 고객이 보이는 의존도에 상응하는 신뢰도를 가진 리뷰가 존재할 것인가.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리뷰의 전개와 구조 그리고 내용은 사실상 대동소이하다. 출판계 용어로 소위 주례사 서평처럼 꼼꼼히 뜯어보면 공허하게 좋은 말만 가득할 뿐 큰 의미가 없다. ‘체계적으로 가르친다’는 문구는 대부분의 리뷰에 존재하지만 어떤 점에서 체계적인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리뷰는 찾아볼 수 없다. 몇 가지 수업 방식의 핵심 키워드를 언급하며 장점을 어필한다고 해도 그 키워드를 연결했을 때 큰 그림이 자동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이것은 강사를 직접 보고 강의실에 앉아 정해진 시간 동안 실제로 강의를 수강해야만 체감할 수 있는 직접 경험에 속하기 때문이다. 수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경험하고 판단해서 장단점을 비교 대조하는 리뷰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쳇말로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다.


수강을 고민하는 이의 입장에서 강사의 강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을까. 청강이 하나의 방법이겠다. 한 회에 그치지만 수업을 들으며 강의 내용, 강사의 강의 방법, 수업의 흐름과 진행 등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다. 홍보 목적이겠지만 실제 수업 영상을 공개한다면 이 또한 도움이 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개강 첫날을 오리엔테이션으로 지정하고 사전 신청을 받아 무료 공개하는 것은 어떨까. 공부하려는 영역의 핵심과 강사의 강의 철학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수능 시장을 제외한 성인 영어 학원 시장을 놓고 보면, 이러한 방법을 적극 사용하는 학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청강 제도를 운용한다고 해도 홍보에 소극적이거나 유료 청강만 가능할 뿐이다. 실제 수강생의 리뷰 또한 주례사 리뷰에 머물고 있고, 서평단처럼 수강료를 지원해 주는 대가로 리뷰를 받아내거나 학원 행정팀에서 자체적으로 리뷰를 올린다. 이름값이 있는 대형 학원은 유명인을 섭외해서 광고를 찍는 현상 유지에만 골몰하고 나머지 강의 홍보는 강사에게 책임을 돌린다. 그럴듯하게 찍은 사진과 흥미만을 유발하는 홍보 자료가 온라인에 범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습자의 위치에 서 있다면 ‘도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싶을 수 있다. 강사의 입장에서 같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강사를 믿지 마시라. 현명한 소비자, 능동적인 학습자로서 강사가 가진 강의 체계를 확인하시라. 온라인에 떠도는 리뷰 몇 개에 현혹되어 유명세에 기대지 말고, 학원 수강의 효과를 제대로 얻고 싶다면 직접 발품 팔 것을 권한다. 확인을 하고 싶은 학원 수업이 있다면 무조건 청강을 신청하도록 하자. 청강 제도가 없다고 한다면 일단 등록을 하고 첫 수업을 들어보자. 마음에 안 든다면 그때 환불을 신청하면 된다. 한 달 수강료를 한 달 수업 시간으로 나누면 학원마다 다르겠지만 저렴한 경우 시간당 만 원도 안 되는 돈이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 배달 음식 한 번 시켜 먹은 셈 치면 될 일이다. 수십만 원의 수강료와 그보다 더 소중할 시간을 낭비하게 될지도 모를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면 오히려 싸게 먹히는 것이 아닐까.


강사의 수업이 제대로 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면, 강사가 제시하는 내용과 방법이 합당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면, 능동적인 학습자로서의 책임 또한 다하도록 해야 한다. 강사는 가장 안전하고 시원한 물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지만 그곳까지 도달하는 것은 학습자의 몫이다. 뒤에서 밀어줄 것이라고 의지하지도 말자. 남들이 가든 안 가든, 내가 가기로 결정했다면 걸어가는 것 또한 온전히 학습자의 몫이다. 강사는 원래의 장소에 서 목마른 이가 찾아온다면 끝없이 방향만을 가리킬 뿐이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2년경, 본가 근처에 있는 화실에 방문 상담을 예약하고 찾아갔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갈증에 꽤 오래 시달렸던 터라, 마침 시간 여유도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을 배우러 갔다.


“어떤 그림을 배우고 싶으세요? 연예인? 여자친구? 아니면 특정 화풍?”

“어…그냥 그림 기초부터 배우고 싶어서요. 나중에 그리고 싶은 그림 그리려면 기초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가장 기초가 소묘인데, 성인들은 대부분 지겨워하시긴 해요. 괜찮으시겠어요?”

“기초가 중요하니까요. 해 볼게요.”


소묘부터 시작한 첫날 두 시간의 수업에서 ‘이곳이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원장님의 수업 내용이었다. 상담 때 언급한 내가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듯, 소묘의 원리와 중요성, 물체를 바라보는 관점과 원근법 그리고 빛의 유무와 각도에 따른 밝기 이해하기 등을 하나씩 차례대로 설명한 뒤 내 손에 연필을 쥐여주었다. 전공으로서의 미술과 취미로서의 미술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정립해서 학습자가 혹시나 흥미를 잃어버릴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균형감 또한 인상 깊었다. 평소에 연습하는 방법을 따로 안내해 줬으며, 연습한 결과물 또한 꼼꼼하게 확인 후 추가 연습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 또한 수업의 일부였다. 목표를 설정한 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고 가는 방법을 알려줬으며 밟아가야 하는 단계마다 목적이 뚜렷했다. 남은 것은 학습자로서 수립된 체계를 믿고 능동적으로 꾸준하게 걸어가는 일뿐이었다. 당시 코로나 대응 정책의 변화와 맞물려 한동안 없던 학원 수업이 개설되기 시작하면서 화실에 방문할 물리적 여유가 사라진 아쉬움을 제외하면,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었을 수업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최초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반복하고자 한다. 강사를 믿지 말자. 강사가 가진 학습 체계의 합리와 타당성을 따져보고 결정하는, 능동적이고 꾸준함을 견지하는 학습자가 되길 바란다. 학원 학습의 성공을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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