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일산 오후서재 [불나방 글쓰기 클럽] 7월 활동 기록 #3

by 글멋지기

다 알아요. 아닌 척 하려고, 마음에 품은 감정 숨기려고 평소보다 말을 느리게 해도, 음절 하나 하나 꾹꾹 눌러 말해도 다 알죠. 평소보다 눈맞춤을 덜하니까요. 자꾸 천장을 바라보거나 판서하는 화면을 보면서 말을 이어가니까요. 강조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이라며 했던 말을 또 하는 것도 다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시간을 벌어야 울컥 올라온 그 감정을 내리누를 수 있을테니까요.


평소에 하는 농담이나 말장난이 잘 들리지 않아요. 슬슬 하나 던질 때가 됐는데 생각하고 있으면 여지없이 헛웃음 나오게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눈을 마주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는 듯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짓궂은 웃음을 자주 보이는데. 이런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면 누구든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톤으로 설명을 이어가다 중요한 부분에 접어들면 목소리는 낮게 말하는 속도는 조금 느리게 그리고 둔중한 공명이 섞인 강한 어조로 집중시키는 방법. 잠이 덜 깬 눈꺼풀의 무게가 다소 버겁다가도 이런 순간이 조용하고 작은 공간을 물들이면 어떻게든 또 정신 차리고 집중하게 되죠. 그러니 다 알아요. 설명하는 목소리가 단조로워지는 순간에 어떤 감정과 싸우고 있는지 말이죠. 겉으로 튀어나오려는 칼날은 꽤나 날카로워 신경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요.


다 알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죠. 섭섭하다고 해야 할까, 어느 누구는 ‘뭐야’ 라며 어처구니없어 하거나 코웃음을 치기도 하겠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며, 최소한의 것만을 요구하는 것이라 강변하지만 제 귀에는 이미 최소를 넘어서서 최대치에 상당히 가까워요. 가끔 학창시절의 경험을 말해주곤 하는데, 하나 묻고 싶네요. 그때도 지금처럼, 어디에 정답이 매달려 있는지 어떻게 손에 넣어야 하는지를 지금처럼 명확하게 알고 이해하고 실천에 옮겼었나요. 오히려 저와, 여기 있는 우리와 똑같지 않았나요.


다 알아요. 종종 입에 담는 그 말처럼, 누구 좋자고 하는 것인지 다 알죠. 끊임없는 학습과 연구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효과 있고 효율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도 알죠. 건강한 밥상 차려줬으면 맛이 없어도 숟가락 젓가락 들고 깨작거리지 말고 먹으려고 해야 한다는 말에도 동의해요. 이 밥상, 제가 주문한 거니까요.

다 알지만요, 다 아니까요, 마찬가지로 알아주세요.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준 길로 적어도 걸어가고 있기는 하거든요. 억지로 등 떠밀려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넘어지면 넘어진 것을 핑계 삼아 그대로 포기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구보다 훌륭하게 결승선까지 뛰어가고 싶은 마음도 단단히 부여잡고 있다는 점, 알아줬으면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잃을 각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