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각오

일산 오후서재 [불나방 글쓰기 클럽] 7월 활동 기록 #1

by 글멋지기

있음과 없음이 마주한다. 관심은 손을 내밀고 무관심은 칼을 휘두른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거리는 한 번의 눈 깜빡임과 한 번의 발걸음으로 지워질만큼 아슬하게 뻗어 있지만, 뜨거움과 차가움이 몸을 섞어 조금은 덜 차갑게 조금은 덜 뜨겁게 되리라는 기대는 태평양을 마주한 두 나라의 떨어짐만큼 막막한 얼굴을 보인다.

반대 방향으로 연역을 시작한다. 다가가고 다가오는 둘 사이의 무게는 그들이 지닌 마음의 합을 상회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원인과 결과가 드러났으니 둘 사이를 화살표로 잇는다. 명쾌하게 어둠을 밝힐 기대가 무색하게 화살표는 곧 고유의 장력을 잃어버린채 허리를 굽힌다. 벌어진 틈새를 채울 또 하나의 규칙을 찾아 단단히 새겨 넣는다.


알아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둘 사이의 무게는, 처음의 감정이 움켜쥐었던 온도를 놓치는 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전제와는 정반대로, 여전히 그 차가움 혹은 뜨거움을 쥐고 있는 이에게 한여름 대기에 빈틈없이 들어찬 물방울처럼 쏟아져 내린다. 때로 그것은 후회가 되고 슬픔이 되고 분노로 치환되어 증오를 끓어오르게 하고 종내에 실망으로 식어 굳어진 체념을 각오하게 된다.


원인과 조건이 연결되어 하나의 공리를 낳았으니 이것은 곧 나를 마주한 거울 속 물음표가 될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반복되는 시작과 끝의 허무함에 진저리를 치며 거부할 것인가. 희미하게 남은 흉터 위 새롭게 새겨지는 상처에 소리내 눈물 흘릴 것인가. 혹은 이 땅을 거니는 최후의 일인이 내쉴 마지막 숨결이 내려앉을 처음의 일월과 마지막의 일월의 순환을 심장에 새길 것인가. 내 선택의 의도와 상관없는 당연함을 말이다.

잃는다는 것은 이처럼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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