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는 카드명세서를 감당할 수 있을까?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야기>

by 글놀이

신용카드는 나의 '신용'을 바탕으로 카드회사가 내가 쓴 돈을 먼저 결제해주고, 나중에 나에게 돈을 청구하기 위한 수단이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나의 신용을 측정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위해 카드회사들은 '신용점수'라는 척도를 가지고 내 신용을 평가한다. 그리고 신용점수를 매기기 위해서는 소득, 직업, 자산 등 다양한 경제활동의 결과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위해서는 양호한 경제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챗GPT 개발사로 이제는 미래 인공지능(AI) 산업의 선두주자인 오픈AI가 연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고 있다. 왜냐하면 챗GPT 같은 AI 모델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규모의 장비, 인프라,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대한 데이터, AI 모델의 연산 능력을 높이기 위한 고성능 반도체 칩,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그리고 AI가 작동하려면 막대한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전력 인프라 등과 관련된 기업들이 너도나도 이런 투자 사이클에 참여하며 연쇄적인 산업적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의 미래가 오픈AI의 미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인터넷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1990년대 말, 인터넷 네트워크에 필요한 스위치, 라우터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가 있었다. 미국의 시스코(CISCO)라는 회사다. 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넘어오는 몇 년간, 실제로 시스코의 연간 매출 증가율은 평균 50% 이상을 보여주었다. 실체가 있는 장비들을 파는 회사였기 때문에, 당시 시스코의 성장은 실제 수요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시가 총액의 85%가 사라졌고, 재고는 쌓여갔고, 결국 창사 이래 첫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낮은 금리로 넘치던 유동성과 이로 인한 과잉투자가 매출 성장의 동력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닷컴 버블' 사태다.






<OECD M2 추이>

* M1 = 현금+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

* M2 = M1+정기예적금+수익증권+RP

지난 10년간, OECD 국가들의 통화 공급량(M2)은 나날이 고공상승 중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1위)와 미국(2위)은 단연 돋보이는 증가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화폐 공급량이 늘어난다는 말은 쉽게 말하면 경제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이렇게 증가하는 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된다. 미국과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OECD 중에서도 손꼽는 수준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생각한다.






챗GPT 유료가입자의 국가별 매출 비율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면, 1위는 미국, 2위는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과 우리나라의 AI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가 1차원적인 분석이고, 한번 더 생각해 볼 점은 "정말 그만큼 수요가 엄청난가?"이다. 위에서 OECD 국가들의 통화량 공급량의 1,2위를 우리나라와 미국이 경쟁적으로 몇 년간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 나라의 넘쳐나는 통화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챗GPT 매출 비율을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아보이게 해 주었고, 이게 엄청난 수요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AI가 미래를 주도할 산업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픈AI의 CEO인 샘 올트먼도 전 세계를 누비며 투자 유치를 끌어오고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투자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샘 올트먼의 인터뷰에는 조금씩 물음표가 늘어나고 있다. 오픈AI의 미래에는 어떤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이어지고 있고, 투자자들의 돈을 어떻게 회수시켜 줄 수 있냐는 질문에는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예쁜 옷과 맛있는 밥을 살 때에는 별 생각이 없지만, 나중에 카드 명세서를 받아보면 "이게 정말 내가 쓴 돈이 맞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물론, 내가 양호한 경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면 채무를 해결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채권자인 신용카드 회사는 채무자에게 돈을 받지 못하면 계속 독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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