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숨 참고 글 다이브

글칙연산

by 글쌤 류민정

난 작가가 되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동굴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다. 글에 관해 이야기하고,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것이 더 즐거웠다.


사람이 10년 넘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인생에서 그런 일은 정말 몇 가지 안 될 것이다. 나는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수업을 12년 넘게 하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예전에는 글쓰기는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고 했던 내가, 이제는 글쓰기 수업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글쓰기 교본을 구상하면서 수학적 원리를 떠올린 건 최대한 글쓰기에 쉽게 접근하긴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장르 변환 글쓰기 또한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기에서 시작해, 가장 난해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시를 쓰는 단계로 만들었다. 문학적인 글쓰기가 왜 필요한지, 가장 쉽고 편한 방식으로 말하고 싶어서였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얼마 전 SNS에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언제 글 쓸 결심을 할까?"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살고 싶을 때, 복잡할 때, 화났을 때, 복잡하고 답답할 때, 이대로 살 순 없다고 생각했을 때, 뭔가 잘 안 풀릴 때,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고자 할 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을 때, 누군가한테 상처받았을 때, 인생 전환점을 맞이할 때, 잘 되고 싶을 때, 살아있단 감각을 느끼고 싶을 때, 행복에 겨울 때, 나를 드러내고 싶은데 잘 모르겠을 때 등등.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써야 할지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그때, 이 책이 조금의 힌트가 되어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것이다. 완벽한 문장을 쓰려 애쓰기보다 그냥 표현하는 데에 집중해 보길 바란다. 하나의 생각에서 여러 감정이 나올 수도 있고, 한 문장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피어오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과 문장들이 연결되면, 나만의 이야기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글쓰기 부분만 활용해도 좋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글쓰기의 기초를 쌓아가도 괜찮다. 선생님이나 학부모도 이 책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글쓰기가 더 가까워지는 힘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글쓰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힘이 생긴다. 그때부터는 펜을 들고,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당신 차례다. 새로운 글쓰기 여정에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글쓰기 교본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후, 나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스레드에 글에 대한 인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올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리 준비한 콘텐츠를 올리고, 그 글에서 다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 글쓰기 교본에 다듬어 넣곤 했다. 블로그에 올린 수업 이야기나 글에 관한 고민이 이 교본에 재료가 되는 과정도 즐거웠다. 살면서 가장 '글'과 가까이 지낸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글에 대해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일이 내게 이런 식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글 쓰면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내 꿈이 이런 식으로 펼쳐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멈추지 않고 글로 다이빙하고 있었다. 평생 돈 되는 글만 쓰고 살겠구나 했는데 이런저런 글의 형태를 만지작거리는 삶을 살고 있으니, 이 또한 글이 생활인 삶 아닌가 싶다.


삶의 형태는 이토록 다양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한 치 앞도 모른다. 일단은 계속해서 글 다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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