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토리 : 시에서 찾은 스토리 씨앗

by 글쌤 류민정

스토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


-인물

-장소

-색다른 아이디어


시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바로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시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세 가지 모두를 시에서 활용할 수도 있지만, 단 하나만 발견해도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토리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발상이 평범해도 탄탄한 서사로 승부를 볼 수 있지만, 그것은 프로 작가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세상에 100% 완전히 새로운 소재는 없지만, 그 발상은 언제나 새로울 수 있다.


시에서 스토리로: 발상의 전환

시를 읽으며 우리는 여러 가지 이미지와 감정을 느낀다. 이때, 시 속에서 인물, 장소, 또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발견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 과정은 시적인 이미지나 감정을 이야기의 씨앗으로 삼는 것이다. 아래는 한 학생이 장르 변환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낸 과정이다.


[일기]
시험을 망친 날, 한 친구가 다가와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에세이]
좋은 친구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다. “점수가 중요한 건 아니야. 열심히 했잖아!” 시험을 망친 나에게 친구가 건네준 말 따뜻한 한마디는 마치 겨울에 마시는 코코아처럼 느껴졌다.

[시]
시험을 망치고 겨울바람 속에 있던
나에게 친구는 따뜻한 말 한 잔을 건넨다.
언젠가 친구에게
포근하고 말랑한 빵이 되어줘야지.

[스토리]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를 음료로 파는 상점에 관한 이야기

이 학생의 일상 속 경험은 시험을 망친 후 친구의 위로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말 한잔’이라는 시적인 이미지로 변환되었고, 이것이 스토리의 발상으로 발전했다. 말 한마디를 음료로 파는 상점이라는 색다른 아이디어가 스토리의 시작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제 내가 쓴 시에서 스토리의 씨앗을 찾아보자. 내가 쓴 또랑에 관한 시에서는 어떤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시]
그리움도 시원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렇게 그대로 돌아오는 여름에는 특히나

그대로인 모습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나의 엄마는
물처럼 멈추지 않고
기억 위를 첨벙첨벙
건너 달려 나가며

나도 모르게 완전히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고여 있는 혼잣말에는
아직도 몹쓸 여름 냄새로 가득하구나

거품과 자부심은 똑같아
그것들이 흘러가는 또랑에는
생생한 내가 헤엄친다 쪼르르
경쾌하게 놀고 있다
내가 잘도 놀고 있다

이 시에서는 여러 가지 이미지와 감정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물: 나의 엄마, 그리고 과거의 나.

장소: 또랑이라는 물이 흐르는 장소, 그리움이 묻어나는 곳.

아이디어: 기억이 흘러가는 물처럼, 또랑은 시간과 추억을 담고 흐른다.


이 시에서 색다른 발상은 무엇일까? 또랑은 단순한 개울이 아니라, 기억과 혼잣말이 고여 있는 장소다. 그리고 그 안에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 여기에서 스토리의 씨앗을 찾아볼 수 있다.


[스토리]
기억이 흐르는 물길에서 과거의 나를 만나는 이야기.

주인공은 과거의 자신과 말을 나눌 수 있는 곳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은 마치 또랑처럼 기억들이 고여 있고, 물처럼 흘러가는 곳이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대화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내가 물 위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과거의 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그 기억 속에서 다시 한번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스토리의 발상은 '발견'에서 시작된다.


시에서 스토리로의 전환은 이렇게 작은 이미지나 한 가지 발상에서 시작된다. 시 속의 장면, 감정, 단어 중 하나를 포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창의적이면서도 자유롭다. 꼭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일상 속 시적인 표현에서 스토리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발상의 핵심은 시 속에 숨겨진 씨앗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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