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칙연산
일기에서 에세이로, 에세이에서 문장 네트워크를 해냈다면 이미 글의 재조립에 성공한 셈이다. 이제 시로 넘어갈 차례다. 시 쓰기가 필요한 이유는 글을 압축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선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는 그 자체로도 글쓰기 연습에 큰 도움이 된다. 정확히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어렴풋이 느끼는 과정만으로도 새로운 감각을 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는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데에 아주 유용한 학습 방법 중 하나다.
시를 읽을 때 우리는 쉬운 언어가 새롭게 결합하며 깊은 사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걸 보고 고차원의 말장난이라 불러도 좋다. 그런데 시를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접 쓰게 된다면 어떨까? 평소 떠올리지 않았던 생각들이 끝없이 확장될 것이다. 오그라든다고 느꼈던 표현들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고, 자신만의 시선이 생기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이 함께 자란다.
물론 일상 속 모든 글을 시적으로 쓰는 건 어렵다. 하지만 시를 쓰는 경험은 내 시선과 표현력을 깊어지게 만들 수 있다. 확신한다.
내가 사랑하는 은유 작가는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것은 창작자의 임무다." 시는 그 자기 색깔을 만들기에 탁월한 도구다. 그래서 시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낯설게 만들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다. 아침에 식탁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장면을 시로 표현해 본다고 가정하자. 얼마나 낯설게 만들 수 있을까?
먼저, 기본적인 묘사는 이렇게 될 것이다.
"커피잔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걸 바라보는 것이 아침을 깨우는 나만의 방법이다."
이것은 인식이다. 이제 이 장면을 낯설게 만들어보자. 연상을 활용해 커피와 그 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떠올릴 수 있다.
[연상하기]
커피 ⇢ 아침을 깨우는 신호
피어오르는 김 ⇢ 나에게 보내는 신호
커피 마시는 시간 ⇢ 나 자신과의 유일한 대화 시간
이제 연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를 써보자.
[시]
조용한 아침,
식탁 위에서 보내는 차분한 신호
커피잔에서 피어오르는 대화 속에서
유일하게 나를 만난다
이렇게 커피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단순한 김이 아닌, 나와의 대화로 변환했다. 이렇게 과감한 은유를 시도해 보는 것도 시 쓰기의 매력이다.
앞서 일기부터 에세이, 문장 네트워킹을 거친 나의 시도 살펴보자.
[시]
그리움도 시원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렇게 그대로 돌아오는 여름에는 특히나
그대로인 모습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나의 엄마는
물처럼 멈추지 않고
기억 위를 첨벙첨벙
건너 달려 나가며
나도 모르게 완전히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고여 있는 혼잣말에는
아직도 몹쓸 여름 냄새로 가득하구나
거품과 자부심은 똑같아
그것들이 흘러가는 또랑에는
생생한 내가 헤엄친다 쪼르르
경쾌하게 놀고 있다
내가 잘도 놀고 있다
이 시의 단어들은 모두 에세이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나는 문장 네트워크를 통해 단어들을 엮기만 했을 뿐이다. 시로 변환하는 과정은 까다로울 수 있지만, 결과물을 보면 뿌듯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기록이 하나의 작품으로 남게 되는 순간이니까.
시 쓰기는 생각을 압축하고, 새로운 시각을 끌어내는 최고의 방법이다. 에세이를 시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분도 자신만의 시적인 시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⑴ 상황은 단순하게
일기에서 에세이로 변환할 때 강조했듯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너무 많은 상황이 등장하면 가뜩이나 응축된 언어들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
⑵ 문장을 간결하게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기에도 벅찬 시 안에서 문장이 길어지면 감정선이 흐트러지고, 이해도 힘들어진다.
⑶ 연결어미 쓰지 않기
‘그리고’, ‘그래서’, ‘하지만’ 같은 연결어미는 가급적 피하자. 시적인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연결 어미 없이도 충분히 의미가 전달된다 싶으면 과감히 빼자.
⑷ 추측하지 않기 (~한 것 같다)
시는 압축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장르다. 시 속 화자가 막연하고 확신할 수 없는 어조로 얘기하면 몰입을 방해한다.
⑸ 설명하지 않기
시는 한 단어로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순간, 시는 산문처럼 느껴지게 된다.
⑹ 상황에 몰입하기
시는 짧은 호흡 안에 독자를 압도해야 한다. 시의 강력한 무기가 바로 ‘몰입의 힘’이다. 시 쓰는 이가 몰입하고 있지 않다면 읽는 이에게는 당연히 전달되지 않는다.
⑺ 없어도 될 문장과 단어인지 고민해 보기
시는 날씬할수록 아름다워진다. 간결할수록 시의 의미가 더 깊어지므로 과감한 ‘빼기’가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아끼는 문장이라도 없어도 된다고 판단되면 삭제하자.
⑻ 처음, 두 번째, 세 번째 떠오른 단어까지 버려보기
처음 떠오른 단어나 문장은 너무 흔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세 번째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⑼ 마지막에는 반드시 내 마음을 표현하기
시의 마지막은 늘 ‘나’로 돌아와야 한다. ‘나는 ~로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쓰라는 말은 아니다. 내가 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한 줄이라도 써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담아 보자.
⑽ 아무도 하지 않는 표현 한 줄 이상 쓰기 ※ ex : 초콜릿은 시끄럽다
나만 할 수 있는 표현은 단 한 줄이라도 들어가야 한다. 그 한 줄이 시의 전부가 될 때도 있고, 그 한 줄을 향해서 시가 나아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