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칙연산
에세이를 쓰면서 우리는 발견하는 법을 배웠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한 가지를 발견하는 법을 말이다. 책 <에디토리얼 씽킹>에서는 스티브 존슨의 문장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아이디어는 네트워크다. 새로운 연결이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 이처럼 에세이 속에서도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문장 네트워크라고 부르기로 했다.
문장 네트워크의 시작은 연상에 있다. 연상이란,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일기에서 에세이로 변환할 때는 나만의 한 가지를 발견해 냈지만, 에세이에서 시로 변환하기 전에는 새로운 표현을 연상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하고 평범한 문장을 독창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연습이 필요하다.
간단히 해보자. 먼저 누구나 쓸 법한 평범한 문장을 적어 보는 것이다. 날씨가 계절 같은 건 누구나 부담 없이 떠올릴 수 있는 기본적인 주제다.
“벌써 여름인지 매미 소리가 들린다.”
위 문장은 흔히 지나가는 말로 계절을 인식하는 표현이다. 이때 연상을 통해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연상하기]
벌써 여름 ⇢ 시간이 흐르는 것, 달력을 넘기는 모습
매미 ⇢ 시끄럽게 우는 모습
그리고 연상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보자.
[문장 네트워크]
달력에서 매미 소리가 난다.
찌르르 소리내는 여름.
그냥 여름이 왔다고 말하는 것보다 ‘달력에서 매미 소리가 난다’ 라는 표현이나 ‘여름이 찌르르 소리를 낸다’는 표현이 훨씬 감각적이고 독창적이다. 이렇게 문장 네트워크를 통해 시적인 표현을 쓸 수 있다.
앞서 내가 쓴 또랑에 관한 에세이에서도 이러한 문장 네트워크가 가능하다.
[연상하기]
또랑
⇢ 기억이 흘러가는 곳
⇢ 나의 혼잣말이 고여 있는 곳
⇢ 어린 시절 내가 뛰어놀던 곳
⇢ 엄마가 떠오르는 곳
⇢ 그리움까지도 시원해지는 곳
[문장 네트워크]
그리움도 시원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랑에 고여 있는 혼잣말에 여름 냄새로 가득하다
거품과 자부심이 흘러가는 또랑에 내가 헤엄친다
일기에서는 한 가지를 발견했지만, 에세이에서 시로 변환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상과 발견이 필요하다. 연상과 발견이 다양할수록 표현의 자유도 커진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에세이로 변환한 후, 에세이에 있는 단어들을 모두 해체하는 방식으로 시를 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문장을 패치워크 하듯 엮고 다듬으면서 나만의 독특한 시어를 만들어간다.
장르를 변환하는 과정은 마치 오래된 옷을 리폼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몸에 맞지 않는 바지를 뜯어내 치마로 만들거나 작아져서 입지 못하는 스웨터를 풀어 새로운 조끼로 만들듯, 글도 그렇게 자유롭게 재구성할 수 있다. 옷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 글도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탄생한다. 그러니 패치워크 하듯 문장을 엮어보자. 내 마음에 딱 맞는 문장을 만들기 위한 자유로운 창작의 과정이 바로 문장 네트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