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집을 나서며 어김없이 식물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서로 같은 꽃인데도 하나같이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떤 동백은 긴 시간 깨어 있었던 탓인지 고개를 숙인 채 졸고 있었고, 어떤 동백은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 듯, 안색이 환해진 얼굴로 햇살 속에 눈부시게 웃고 있었다. 바람과도 나지막이 인사를 나누는 듯 보였다.
어여쁘게 핀 엄마 철쭉 옆에는 곧 생명의 탄생을 앞둔 아기 철쭉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바람에게 봄눈을 선물했던 벚나무들은 푸른 잎을 부채처럼 펼쳐 들고, 봄의 무대 위에서 가만히 춤을 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갈 곳을 향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그 분주함 너머로, 뿌리를 내린 존재들만의 평온한 아침이 흐르고 있었다.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물들. 그들은 뿌리내린 것만으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미세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자 마음이 조용히 무장 해제되었다. 어여쁜 향기는 내 안의 힘을 천천히 풀어놓으며,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무기력함이 아니라, 평온한 무력함. 나를 지키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봄날의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