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과 만개한 벚나무를 구경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벚꽃이 지는 순간을 유독 아쉬워했던 걸까”
생각하다가 주변에 같이 핀 동백 그리고 며칠 전 보았던 산수유꽃, 매화, 목련들을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는 벚나무의 그늘 아래에서만 봄을 보낸 것 같았다.
잠시 머무르는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오랜 시간 동안 온통 벚꽃으로 물들인 나의 봄. 그래서 벚나무가 만개했던 꽃들을 떨어트릴 때 하나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얼마 전 읽은 권여선의 <술꾼들의 모국어>는 계절을 보내는 일에서조차 많은 걸 깨닫게 해 주었다. 좋아하는 것으로만 물들이고 다른 것들에 시선을 두지 않는 나의 태도는 계절을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스며 있었던 것이다. 익숙한 것들만 품고 사는 삶은,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지 못하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며, 모든 날을 다채롭게 살아내지 못하는 삶이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올봄 벚꽃 이외 여러 꽃에 시선을 오래 두었던 나의 마음은 어쩌면 열린 마음으로 지내기 위한 첫걸음이 아니었을까. 다양한 존재들에 다정을 기울이다 보니, 하얗게 물들었던 나의 봄이 무지개처럼 오색찬란하게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