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되자마자 옷방 구석에서 여름잠을 자고 있던 전기장판을 깨웠다. 온몸을 구부린 채 잠을 청했던 탓인지 군데군데 구김살이 생겨 있었다.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하며 천천히 펼치고, 쓰다듬길 반복했다. 몇 번이나 위아래로 쓸어내렸을까. 전기장판은 여름잠은 건너뛴 듯, 말끔한 모습으로 나를 안을 준비를 끝냈다.
추석 연휴 동안은 그렇게 깨운 전기장판의 전원을 켜지 못했다. 저녁이 서늘해졌음에도 낮의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직은 '햇살'보다 '땡볕'이란 단어가 어울렸다. 그저 푹신한 촉감만 느낄 뿐, 잠은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주가 되어서야 비로소 전원을 켰다.
35도로 맞춰두고 잠에 들었다. 따뜻한 감촉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자고 일어나니 여름에 잠시 헤어졌던 연인을 다시 만난 듯했다. 그리움이 다시 온기를 얻어, 더 뜨겁게 타오르는 듯했다. 겨울도 아닌데 아침에 이렇게 나오기가 힘들다니. 온몸이 나른하게 이완된 감각은 행복한 무력함과 저항할 수 없는 무기력,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방 안으로 밝은 빛이 새어들었다. 커튼 사이로 햇살이 방문을 살짝 열어둔 듯했다. 새벽에 시원하게 퍼붓던 빗소리에 잠시 깼었는데, 해가 뜨다니. 출근길을 걱정하며 다시 잠을 청했는데, 아침이 밝자 맑게 갠 하늘이 나를 깨웠다.
집을 나서자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반겼다. 그때 에어팟 너머로 가사가 들려왔다.
"지나가네 그저 흘러가네. 어디로 가는지 아직 모르는 채" ― 최백호 <지나간다> 중에서
퍼붓던 빗소리와 맑게 갠 하늘, 그리고 끊임없이 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모든 게 지나가서 다행이라는 듯, 정말 다행이라는 듯 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다.
마치, 내가 여름잠을 자고 이제 막 일어난 전기장판처럼. 나 또한 그렇게 다시 따뜻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