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얼죽아를 즐겨 마셨다. 더위와 추위를 모두 탔지만, 실내에서는 유독 더위를 자주 느꼈다. 얼굴이 달아오를 때마다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들이켰고, 그때마다 조금은 열이 내려간다고 믿었다.
차가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했다. 몇 모금 연달아 마실 때마다 냉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차가운 기운이 지금 이 순간을 버티게 하고, 결국 살아내고 있다는 감각을 선명하게 했다.
냉기는 지쳐있던 나를, 무기력한 나를, 잠들고 싶은 나를 깨웠다. 그런데도 날서거나 뾰족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나는 냉랭함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게 얼죽아만 찾던 내가, 요즘은 일부러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시고 있다. 차가운 음료를 3잔 이상 마신 날이면 어김없이 배가 아팠다.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몸 안 어딘가가 식어버린 것만 같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따뜻한 것을 찾아왔다. 한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을 좋아했고, 따뜻한 전기장판에서 잠드는 것을 좋아했다. 뜨거운 물에 손을 담글 때 퍼지는 안도감이 좋았다.
따뜻한 음료를 마실 때면 온기가 몸으로 번져왔다. 차가운 음료가 나를 깨웠다면, 따뜻한 커피는 나를 쉬게 했다. 그 온기가 몸을 편안하게 만들었고 그 자체로 조용한 위로가 되었다.
기온이 떨어진 저녁, 바람 부는 길가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실 때 유독 맛있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겨울 햇살처럼, 그 온기는 얼어 있던 나를 무장해제시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나로서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