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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n 13. 2024

02. 분위기는 말투에서 나와요

내게 어울리는 말투 만들기


요즘 사람들은 참 똑똑하다.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예전에는 외모 꾸미기가 나를 표현하는 방법 중에 가장 흔히 쓰였고,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이너뷰티'라는 단어가 쓰인 이래로 그 언제보다 내면에 집중하여 '예쁜 내면 만들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예쁜 얼굴이란 건 변장에 가깝게 화장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기술이 아니라면 한계가 있다. 결국 얼굴에서 무심코 드러나는 표정들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얼굴의 표정들은 근육이 움직여 만들어지는데, 그 근육들은 사실 평소에 가장 자주 짓는 표정으로 굳어져 어느 정도의 기본 상태가 형성되어 있다고도 생각하고. 그래서 평소 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부- 내미는 등의 표정을 자주 지을 수 있다. 그러면 무표정한 상태의 얼굴에는 미간주름과, 입술 오므림이 배어있을 수 있는 것이다. 소위 말해 '웃는 상'이라는 얼굴은 평소에 웃음이 많은 사람이라 무표정해도 그 근육에 새겨져 있는 웃는 표정이 비치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내 마음을 컨트롤하는데에 '말'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마음 자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먹으려면 방법도 모르겠고, 운 좋게 묘수가 떠올라도 그게 원하는 대로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말은 할 수 있다. 우러나지 않아도 일단 소리로 뱉어낼 수는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말로 그렇게 뱉어내고 나면 이상하게 내 마음이나 생각이 그 말에 동의하기 시작한다. '아, 그런가..?' 하면서. 그래서 나는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는다.


그리고 사람의 '태'도 그러하다. 어떤 말투를 사용하느냐가 나의 태를 이끌어간다고 믿는다. 하여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태를 설정하고 그런 태를 만들 수 있는 말투는 어떠한 말투일까를 생각해보곤 한다. 실제 예를 하나 들자면, 나는 바라봤을 때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영혼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 나를 지나가는 어떠한 감정에도 지배되지 않는 사람. 강한 감정이 밀려올 때 그것에 맞서거나 매몰되기보다는 일단 지나가기를 잠잠히 기다렸다가, 그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단단함에 기반한 여유가 좋았다. 그런 사람들을 접하면서 마음으로 선망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공통적으로 특유의 '여유'가 느껴졌고 그 여유는 그 사람의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런 면을 닮기 위해, 그 사람들이 구사하는 말의 특징을 일단 꼽아보았다.


상대방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의 유예를 두려워하지 않음)
대답하더라도 '더 생각해 보고 대답할게요'라는 보류적인 표현을 비교적 자주 사용한다.
말하면서 생각하지 않고, 생각을 충분히 한 후에 깔끔한 문장으로 말한다.
가슴을 울리는 소리를 사용하여 말한다. (가성이 많이 섞인 음성이 아니었다)
일단 상대의 말이 다 끝나도록 눈을 바라보며 듣는다.
상대가 말하는 중에, 이해의 언어로 잘 듣고 있음을 표현한다. (그랬구나, 그럴 수 있겠다 등)









요약하면 잘 듣고, 보류하고, 본인이 가진 목소리로 말한다는 특징이다.

특히나 가성이 많이 섞인, 성대를 과하게 조여 내는 목소리 등을 내지 않았다. 편하게 호흡을 내쉬며 소리를 살짝 싣었을 때 나는 '진짜 내 목소리'를 알고 그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연기 트레이닝을 받을 때 가장 초반에 했던 훈련 중 하나가 내 목소리를 찾는 훈련이었는데, 이것은 실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쓰였다. 혹시 내 진짜 목소리를 알고 싶다면 해보기를 바란다. 온몸의 근육을 편하게 둔 상태에서 숨을 크게 마시고, 내쉰다. 너무 초반이 아닌 숨이 40%쯤 내보내졌을 때 한숨 쉬듯 호흡에 소리를 싣는다. 그때의 소리가 내 목소리에 가장 가깝다. 이 것을 몇 번 반복하여 그 소리가 날 때의 내 성대 근육, 흉통의 울림등을 잘 기억하여 말할 때 반영하려 하면 내 몸에도 편하고, 듣기도 편한 나만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후엔 대화하는 상대의 말을 먼저 끝까지 다 들어주자. 중간에 반박하고 싶거나 동의하고 싶거나 말하고 싶은 게 생겨도 머리에 잘 기억을 해 두고, 일단 상대의 말의 마침표를 봐야 한다. 그게 상대에게도 예의지만 나에게도 유리하다. 사람마다 핵심이 말머리에 있는 사람, 말미에 있는 사람이 다르기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여 현명하게 말하려면 다 듣는 게 좋다.



그렇게 다 들었다면 '유예, 보류'를 시전 한다.

나는 상대가 내 대답을 기다린 다는 것을 느끼면 빨리 그에 응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 생각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빠르게 대답을 해 나갔는데, 그러면 횡설수설하게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내 생각이 정리되고, 적당한 문장이 떠오를 때까지 아무 말 없이 대답을 보류한다. 그 시간이 길어진다면 '잠시 생각을 좀 해볼게요.'라고 말하면 된다. 그렇게 시간을 갖는다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상대가 불쾌해하거나 지루해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할 뿐.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유행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줄임말, 은어등은 편하게 말하기 참 좋다. 하지만 나는 단어마다 글자 하나하나가 가진 고유의 의미가 다 있고, 그것들을 다 말해야 그 의미가 잘 전달되는 것처럼 느낀다. 하여 줄임말이나 은어, 더 나아가서는 유행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로부터 내려온 그대로의 말이 더 예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클래식은 영원하고 그렇기에 더 귀한 것처럼, 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클래식한 말이 더 귀하다. 나는 귀함 받는 사람이고 싶으니 말도 귀한 말을 쓰겠다는 나만의 고집이다.








사실 이런 나름의 계획에도 결국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가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그대로 내 말과 행동에 담아 표현하는 게 결국 나답게 사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것이 틀린 것이라면 이 시기에 나는 틀린 것이다. 그 틀린 시간을 충실히 살아야 그다음 스탭에서는 좀 더 보완된 '덜 틀린' 시간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틀릴 땐 확실하게 틀려버려야 좋다는 게 내 지론이다. 초연한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이 길긴 길지만 그래도 가보려 한다. 그게 진짜 멋있었거든.


초연한 사람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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