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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nbae Lee Jun 05. 2019

디자이너의 똑똑한 시간 관리 법

미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생존기 시리즈

Intro.

시간은 참 놀라울 만큼 빨리 흘러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난 지도 2년이 됐고, 석사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지도 1년이 되어간다. 인턴 근무 기간을 합치면 1년은 훌쩍 넘어버린 시간인데, 그동안 디자인에 대해서, 그리고 디자이너의 삶과 역할에 대해 더 자세히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곱씹어보니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4년 전, 처음 디자인을 접했을 땐 그 누구보다 늦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자신감도 많이 부족했고 배울 것 또한 너무 많아 보였다. HCI 석사 합격 여부도, 인턴쉽도, 미국에서의 취업 실패 후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안 한 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을 다시 떠나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어깨를 펴고 당당한 자세를 취할 순 없었다. 앞으로 나의 인생에 펼쳐질 무수히 많은 일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었기에 많은 것들이 내 생각을 어지럽게 하고 채찍질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4년을 되돌아보면 난 생각보다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나를 이렇게까지 달려오게 만든 것은 "열정"이란 내가 매우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는 단어도 포함되지만, 또 다른 "효율적인 시간 관리"라는 키워드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4년 전, 대학교를 심리학으로 졸업했을 때만 해도 디자인, 코딩, 테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던 내가 짧은 시간 동안 노력을 총동원해 석사에 합격했다. 그리고 석사 1학년, 디자인이란 것에 입문한 지 1년도 안되었을 때였지만 나는 미국이란 땅에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회사에 인턴으로 합격했고 교내 해커톤에서도 3번이나 입상을 하는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거두었다 (참고로 첫 번째로 인턴쉽 지원했던 회사에서 일주일 만에 거절메일이 올 땐 설거지 하다가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나는 꾸준히 어떤 아웃풋을 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해커톤에 참여하거나 Dribbble, 또는 포트폴리오에 내가 디자인한 작품들을 자주 올리기도 했고 때때로 내가 보고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경험담으로 쓰면서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Medium에 팔로워도 어느새 5천명을 넘어섰고 미국 내의 학생 디자인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은근 알아주는 사람이 되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란 책에서도 나오듯이 나의 정체성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고 주위에 사람들에게 연락도 많이 오다 보니 오히려 동기부여가 더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해보며 내가 부족한 지식이나 디자인 스킬들이 있으면 따로 시간을 두어 연습을 하고 공부했다. 가끔 친구들끼리 사회생활도 즐기고 개인 여가를 즐기는 것들을 볼 때면 부럽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와이프와 앞으로 태어날 나의 아들, 그리고 나의 커리어 밖에 머릿속에 있지 않았다. 때문에 "시간 관리"라는 것은 내가 목표로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나에게 중요한 것으로 다가왔다. 옛날엔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이나 뉴스 인터뷰에서 보면 "시간을 쪼개서 공부했더니 합격했어요"와 같은 소리를 해대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는데 사람에게 절실함과 목표의 중요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몸소 체험해보니 그 말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자연스레 터득한 시간 활용 스킬들.

대학교 초기엔 시간을 의미 없이 날려 보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에 힘입어 정신을 차리게 된 후부턴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어떤 공식이나 시간 저금통 또는 체크리스트 같은 것들을 만들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항상 효율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사실, 효율적인 시간 활용의 결과물은 실로 대단했다. 미국에서의 첫 인턴쉽을 시작했을 땐 많은 부담감이 있었다. 4년 이상 또는 더 디자인에 대한 경험이 많은 친구들도 떨어진 회사에서 유일하게 인턴으로 합격해서 간혹가다 자기 전에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나만의 게임과 방법들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하지 않으며 열심히 살아갔다.


결국 인턴쉽 때 보통 프로젝트를 1~2개만 마치는 것을 나는 6개를 끝내버리고 최고의 성적으로 고액의 연봉을 제의받았다. 더 나아가 풀타임으로 회사에 들어왔을 땐 6개월 만에 회사에서 0.2%만 준다는 등급을 받고 많은 주식과 보너스를 받아 진급했다. 이번에도 열심히 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운이 좋게도 사내 해커톤에서 1등을 해, 마크 주커버그한테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받았다 (7월/8월 예상). 4년 전 나의 삶과 비교하자면 정말로 많은 발전을 했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초심을 잃지 말고 항상 더 많이 배우며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알기에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다.


#1. 프로젝트를 초기에 시간 활용 법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마다 범위가 다르고 타임라인이 다르다. 게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의 역할들이 다르며 심지어 같은 오피스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시차가 나는 다른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핵심은, 프로젝트 안에서 적절한 비중과 책임감을 지니는 동시에 너무 쉽게 휘둘리거나 시선이 분산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PM은 각 롤과 타임라인을 정의하며 우리의 성공지표를 Data Scientists와 같이 수립하여 프로젝트의 기초와 목표를 다져준다. 심지어 다른 팀과 연결해야 할 때는 그 팀의 PM과 연결해서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어떤 엔지니어들은 테크니컬 한 것들을 먼저 알아내서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도 여러가지 고려사항과 제한 (constraints)되는 것들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UX Researcher들 또한 미리 리서치 트립을 준비하거나 질적 자료 (qualitative data)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런 모든 대화와 계획들이 오가는 중에 나는 프로덕트 팀에 위치한 디자이너로서 항상 팀에 어떻게 기여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팀원들과 "함께"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시각으로 본 세상을 커뮤니케이트해야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제품에 대한 지식과 회사의 디자인 가이드라인 그리고 유저리서치와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가끔은 입을 다물고 팀원들이 하는 대화에 귀를 기울일 의무가 있으며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다면 모른 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밍을 맞춰서 물어보기도 해야 한다. 너무 앞서나가도 애매하고 너무 뒤처지면 미안하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을 자연스럽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분명히 할 것은, 나의 주장에 대한 자신감과 근거가 꼭 있어야 하며 때론 반박에 수긍도 하며 필요할 땐, 조율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흔히 소프트 스킬l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조심하고 배우게 되는 서바이벌 또는 협동/협업 스킬인 것 같다.


나는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필요할 때마다 주기적인 디자인 컨셉 또는 아이디어에 대한 업데이트를 짧고 간결한 글로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이런 하이레벨 (high level) 요약본 또는 디테일한 유저 플로우 (user flow) 나 인터렉션 (interaction)은 직접적인 팀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들에게도 매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누군가가 궁금해한다면, 내 포스트를 뒤져서 링크를 보내주면 그만이기 때문에 시간 활용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평가 때도 링크를 걸면 매우 편하다).


#2. 새로운 프로젝트가 등장 할 때의 대처

가끔,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새로운 일들이 더 생겨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제품에 버그, 사용자들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문제점들이 감지 될 수도 있으며 경쟁 회사의 제품에 대해 급히 반응을 해야 될 수도 있다. 또한, 회사의 조직적 변화가 있어서 많은 것들이 바뀔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것들을 통해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워낙 개방적인 회사에 열정적이고 자기주도적인 (self-driven) 팀원들이 곁에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맡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들에 자연스레 참가 (loop in) 되는 경우가 많다.


짧게 말해, 완벽한 제품은 존재할 수 없기에 항상 일은 있기 마련이고 일을 찾으면 찾을수록 더 많아진다. 특히나 개인의 성과에 중심을 두어 평가를 하고 그것에 대한 보상을 주는 회사다 보니 항상 아이디어들이 둥둥 떠다닌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특히나 엔지니어들) 눈을 똘망똘망 뜨며 화려한 언변으로 나에게 아이디어를 피치 (pitch) 하거나 나에게 포텐셜이 있는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할 땐 나에게 찾아와주어 매우 고마운 동시에 나도 순간 신이 나 있었다. 심지어는 바로 그 아이디어에 대한 목업 (mock up) 이나 UI 디자인을 시작하곤 했었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늘어날수록 아이디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포텐셜이 있는지 없는지를 캐치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흔히 말해, 내가 쌓아온 노하우와 지식을 통해 "필터링"을 할 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PM, Engineer 또는 Design Manager가 프로젝트에 관해서 설명할 땐 무조건 "yes" 하기 보다는 궁금한 것들을 꼭 물어보게 됐고 새로운 정보를 소화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면 그렇게 했다. 만약, 그 아이디어들에 대해 공감을 하거나 좋은 영향(impact)을 끼칠 기회를 포착하면 의욕과 가속도 (momentum)가 생겼지만, 항상 비판적인 (critical) 한 자세를 취하며 경청해서 들으면서도 도전(challenge)을 했다. 예를 들어, "So, what's the user problem we're trying to solve again? How does that play into our H2 strategy? What is your thought on the timeline or expected engineering cost? Do we need to cross paths with other teams?"와 같은 것들을 말이다. 상대방 입장에선 간혹 짜증 나거나 관심 없거나 귀찮아 보일 수 있지만, 나의 바디랭귀지나 미세한 표정 (microexpression), 또는 적극적으로 미팅을 잡아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그런 생각들을 최대한 안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다 똑똑하니까 멍청한 아이디어는 없을 것으로...).


내가 이런 챌린지나 궁금한 것들을 꼭 물어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각보다 프로젝트의 범위가 클 수도 있고 다른 팀과 협업을 해야 하거나 따로 정보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해서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충 타임라인도 물어보며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것들에 빗대어 우선 순위 (priority) 를 생각해본다. 팀원이 가져온 아이디어가 팀의 기여도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센스 있게 캐치해아 하며 내가 디자인을 맡게 될 경우, 다른 팀원들의 의존도와 책무 (commitment)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당장 이번 하프 (half)때는 못한다고 해도 몇 달 후에 기회가 만들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생각해야 한다. 만약, 진행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엔지니어가 block 되지 않게 진지하게 미팅을 하며 그들이 먼저 기본 틀 (groundwork)을 만들어 놓을 수 있게 토대 (foundation)를 마련해주는 것이 현명하다. 때론 아이디어에 대한 빠른 신호 (Signal)를 얻기 위해 그리고 너무 큰 투자 (design investment)를 하기 전에 먼저 작은 실험적인 것을 해볼 수 있는지도 체크하는 것이 좋다. 시간도 벌고 실패에 대해 너무 크게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효율적인 실험을 통해 아이디어에 대한 무게도 실리기 때문에 좋은 ROI를 볼 수도 있다.


#3.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또는 미팅 방법

디지털 제품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의 직업 특성상 혼자 일을 해내는 것 보다 팀원들과 협업을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흔하다. 굳이 엔지니어와 비교를 하자면 디자이너의 캘린더는 훨씬 더 많은 미팅 시간이 많이 잡혀 있고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말을 주고 받아야 한다. 또한, 엔지니어는 상대방의 코드리뷰를 그때그때 개인이 해줄 수 있지만,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디자인 크리틱이라는 weekly 또는 bi-weekly 미팅에 참석해서 피드백을 받는게 더 흔한 방법이다. 따라서 팀원들과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미팅 시간 활용방법은 나의 일을 더 잘 할수 있게 그리고 시간을 극대화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팅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회사생활 초반에은 많이 어색했고 쑥쓰러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도 붙었고 나만의 노하우들도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롤모델로 삼는 근처에 경험많은 팀원들을 보며 아직도 배워가고 있다.


밑에는 내가 꼭 하거나 지키려고 하는 것들이다.

매주 월요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과 그것에 대한 우선순위들을 쓰고 팀원들을 태그해서 공유한다.

미팅을 잡을 땐 그날의 agenda를 꼭 써서 보내고 미팅 시작 때 다시 얘기한다.

미팅 시간이 부족해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해도 항상 한 개의 실행 가능한 한 아이템은 가져가도록 노력한다.

대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리 살짝 디자인하거나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으면 적절한 대처를 한다.

미팅할 때마다 노트테이킹하는 것보다 그냥 자기 나름 기억하기 쉽게 컴퓨터든 종이든 적어가는 편이다. 가끔 매번 연필과 노트를 가져와서 적는 걸 보면 나 같은 경우엔 집중이 안 되고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팀원마다 과업 (task)이 있는데 아무도 미팅에 대한요약 정리 (recap)를 하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정리해 준다 .

적절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애매한 타이밍에 미팅을 취소하거나 늦지 않는다.


#4. 디자인 프로세스 중

내가 아는 몇몇 디자이너들은 중간 결과물들을 그룹에 올리거나 발표를 할 때마저 퍼펙트함을 갈망한다. 간혹가다 간 (개인적으로) 시간이 아깝다고 할 정도로 craft 자체에 목숨을 거는 경우가 있다. 물론, 디자이너로서 결과물은 자신의 얼굴과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적절한 때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roll out 전의 마지막 단계 혹은 중요한 발표 때). 아무도 잘 정리된 결과물에 대해 불만을 가지진 않을 테지만 내 생각엔 때에 맞춰 자신의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더 피드백을 받는 열림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엔 당장은 디자인 없이 problem statement나 goal에 대한 문서에 대해 발표도 할 때가 있으며 심지어는 화이트보드에 그려가면서 설명도 한다. 딱히 keynote나 ppt가 요구되지 않으므로 꼭 이런 포멀한 발표자료들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그런 곳에 시간을 버릴 이유도 없으며 그때그때의 생각과 피드백을 적절히 적용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편리한 것 같다.


간혹, 미리 미팅룸 안에 들어가 엔지니어들과 화이트보드에 매직 펜으로 사용자들의 동선을 그려보고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를 한다. 이렇게 하면 엔지니어들은 미리 기초적인 코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나 또한 어느 정도의 사용자 플로우를 생각해 여러 가지 디자인 패턴이나 컴포넌트, 그리고 인터렉션들을 생각하곤 한다 (생각보다 꼭 필요 없는 시기에 UI 디자인이나 프로토타이핑에 쓸데없는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어느 정도의 디자인 방향이 공유가 가능할 상태가 되면 팀원들에게 간단한 high level map이나 와이어프레임을 보여주며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때?"라며 피드백을 받는다. 디자인 자체에 시간을 많이 뺏기기 때문에 최대한 다른 팀원들과 같은 방향을 생각해 UI 디자인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5. 디자인 크리틱 발표 할 때

디자이너들은 서로의 디자인에 대한 크리틱을 받는 것이 흔하며 사실 이런 것들을 통해 제품과 더불어 성장한다 (이전에 여기, 디자인 크리틱에 대한 브런치 글을 쓴 적이 있다). 디자인에 대한 유용한 피드백을 받는 동시에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이나 팁을 많이 받곤 해서 난 되도록 자주 발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또한,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자연스레 알릴 기회이자 다른 팀의 디자이너들 또한 공유된 내 생각을 통해 이득을 본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매주 한 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진행을 하는데 원하는 slot에 싸인 업을 하면 된다. 그러면 UX Researcher, Content Strategist, Product Designer들과 다른 매니저들이 참가해 피드백을 준다.


밑에는 간략히 정리한 나의 개인적인 팁이다.   

피드백을 받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발표를 해야 하고 어떤 디자인 asset들이 필요한지 잘 생각해야 한다.

발표할 때 항상 keynote나 ppt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진행 경과에 맞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해서 커뮤니케이트해야 한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과 "같이" 발표하는 습관을 들이자. 매니저한테도 미리 피드백을 받으면서 아이디어를 사회화(?) (socialize) 해도 좋고 다른 팀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면 오프라인에서 미리 피드백을 받고 그런 내용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좋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나 다른 팀의 경우, 내 제품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간결하고 쉽게 설명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내가 진정 받고 싶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 연구하며 발표 준비를 해야 한다.

예상 질문들에 대한 답들을 어느 정도는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자세한 스펙이나 user flow/interaction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때와 안 할 때를 구별하는 것이 현명하다. 너무 자세하게 들어가면 놓치는 것이 많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 일을 공유하는 것인지 잘 정하고 미팅 초반에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6. 개인 시간의 극대화

팀에서 1년을 있다 보니, 내가 맡은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제품에 대한 경험치가 늘어났다. 팀원들에 나에게 어느정도는 의지하고 믿고 있는 것들을 인지하면 할수록 자연스레 미팅도 많아졌다. 더 나아가, 직접적인 팀 내에서의 미팅뿐만 아니라 다른팀의 디자이너가 PM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거나 협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나의 캘린더는 가끔 더블부킹이 되어버려서 하나의 미팅을 미루던지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어떤 날은 아침 9시부터 4:30분까지 미팅이 백투백으로 도배된 경우도 있어서 깊이 생각에 잠겨 problem statement를 재정의 해야 하거나 실제로 디자인을 해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상황에 따라 살아남는 스킬이 있다. 점점 시간이 흐르고 회사에 익숙해질 수록 꼭 참석해야 하는 미팅과 아닌 미팅을 골라서 참석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꼭 필요한 시간에 나타나거나 더는 내가 이 미팅의 대화에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미팅 중간에 미안하다고 나가며 개인 시간을 챙겼다 (회사에서는 이게 꽤 흔한 편이다). 또한, 미리 내가 집중해야 할 시간은 막아놔서 정말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미팅을 잡을 수 없게 해놓았다. 사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런 나만의 focus block이 생성되니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시간은 존중해 주었고 그 시간 안에 나온 나의 결과물을 공유할 때 더 신빙성을 가지고 집중을 해서 봐준 것 같다 (내가 이어폰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샤샤삭 움직일 때면 엔지니어들이 뭔가 얘기를 하려고 기웃기웃하다가 결국 나중에 물어보곤 한다).


#7. 삶과 일의 분리

Work-life-balance, 한국에서는 줄여서 워라벨이라고도 부른다. 딱히 일과 삶의 균형을 "갈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농땡이 피우지 않고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선 가정에 충실하고 일 외의 다른 삶의 생각을 두는 것이 롱런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간 분배라는 것을 나는 믿고 실천하고 있다. 회사로 가는 아침 출근길엔 내가 오늘 어떤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지, 회사에서 집으로 오는 귀갓길엔 내가 오늘 어떤 일을 했고 내일 또는 그다음 날에 어떤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정신이 맑아진다. 게다가 정해진 회사 셔틀 시간 때문에 나는 4시면 오피스를 거의 강제로 나와야 한다. 셔틀 시간이 4시 30분 또는 6시 30분이기 때문에 매우 애매하다. 차라리 집에 저녁 7시에 도착하는 것보단 5시에 도착해서 가족과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난 회사에서 최대한 시간을 극대화해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일로 해야 할 말들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짧고 간결하게 요점만 집어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때에 따라 팀원들과 장난도 치고 근황을 묻는 대화도 하지만 팀원들조차 서로 빨리 일을 하고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런 기회는 점심시간이나 해피아워 또는 미팅 직후에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한 달에 한번 저녁 5시 이후에 회사 컴퓨터를 열까 말까 다. 물론, 주말에는 절대로 일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에 대한 생각을 아주 안 할 순 없지만, 거의 안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요일 아침에 내가 금요일까지 해야 할 일을 쭉 적고 포스팅해서 팀원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나의 새로운 일주일을 기분 좋게, 정돈되게 출발할 수 있게하는 방법이다.


#8. 마음에 항상 새기고 있는 점들

회사에 대한 경험치가 늘어나고,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대화하고 일을 처리하며 협심하는지를 유심히 지켜보며 배우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오가고 있다. 밑에는 내가 요새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몇 가지 점들이다.   

디자이너도 PM처럼 팀의 방향성과 팀 전체의 우선순위들을 어느 정도 인지 캐치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PM, Engineering Lead/Manager 등 팀에 리드를 맡은 사람들과 high level discussion을 많이 해서 매일매일 디자인 작업에서는 느끼고 경험하지 못한 정보와 인사이트들을 조금씩 쌓아놓으면 좋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비치되 항상 프로페셔널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게끔 나에 대해 좀 더 알고 발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간단한 제스쳐, 표정 또는 대화의 방식들이 상대방이 나를 더 신뢰감 있고 의지하게끔 만드는 것 같다.

일의 여유가 좀 생기거나 half나 quater의 끝에 (또는 적절한 시기라고 시작할 때) 내가 가깝게 일했던 팀원들과 진솔한 1:1을 나누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점, 발전해야 하는 점 그리고 디자이너에게 바라는 점들을 솔직히 물어보고 내 생각또한 공유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내가 일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업데이트를 매니저에게 자주 해주는 것이 매우 좋다. 우리 회사에서 매니저의 역할은 제품의 방향을 책임지며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나를 최대한 서포트 해주는 역할이다. 따라서 나는 장애물이 생기거나 좋은 성과를 거두었을 때,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길 때 등 매니저에게는 주기적으로 1:1을 해서 업데이트를 해준다.

"Look out for opportunities, stay hungry." 나 같은 경우엔 최대한 많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기회를 포착하려고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관련있는 다른 팀들의 로드맵이나 목표들을 어느 정도는 감을 잡고 있는 것이 미래의 기회에 도움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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