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주의에 저항하는 움직임│수습위원 김다은
세상은 왜 점점 더 나빠질까요? 우려하던 전쟁은 일어났고,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갈수록 늘어갑니다. 숲과 들과 바다 역시 빠르게 망가져 가고 있어요.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수많은 전쟁에 따른다면 지금쯤은 세계 평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늘어나는 건 전쟁터뿐인 듯합니다. 우리의 삶터도 전쟁터로 변한 지 오래이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줄 ‘곁’과 사회적 안전망을 찾기 어렵고, 겨우 살아 있기 위해 각자도생하는 세상이 된 오늘.
이미 엉망이 된 세계에서 우리의 삶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요?
평화와 비폭력
이런 세계에서 여러분에게 평화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누군가는 희망을, 누군가는 냉소를 말하지만 표면적으로 ‘평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심지어는 전쟁을 일으킨 자들도 ‘평화를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합니다. 평화는 ‘모두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인 듯 보여요.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정치적이고 당파적인 가치입니다. 누가, 어떤 의도로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죠. 전쟁에 찬성하는 군사주의자와, 그에 반대하는 평화주의자 모두가 ‘평화’를 외치며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평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논쟁이 필요해요. 어쩌면 평화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평화 활동가들은 군사주의자들이 주창하는 평화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강한 군대와 무기가 평화를 지키기는커녕 해치는 것은 아니냐고 묻는 것이죠. 이들은 지금까지 군사적 수단에 크게 의존해 온 평화가 명백히 실패했다고 말해요.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이들이 죽고 다쳤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요. 따라서 이들은 이만 이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비폭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요.1)
“싸우는 과정 자체가 그 싸움을 통해 획득하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
- 사회운동가 나오미 울프2)
평화 활동가들이 운동 방식에서도 ‘비폭력’을 고수하는 이유는 미국의 사회 운동가 울프의 말과 닮아있어요. 평화 운동이 전쟁과 폭력이 지속되는 사회 이데올로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운동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그들의 방식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평화는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나 결과가 아닌, 지금 당장의 실천이자 방법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3)
평화학자 마이켄 율 쇠렌센은 그의 저서 『전쟁 없는 세상』을 통해 비폭력적 실천을 통한 평화주의는 단순한 이상이 아닌, 구체적이며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해요. 실제로 비폭력 운동으로 평화를 실현시킨 사례는 많습니다. 간디의 ‘소금 행진’4)과 여성들의 저항으로 핵무기를 철수시키고, 끝내 기지 폐쇄를 이루어낸 ‘그린햄커먼 운동’이 그것이에요. 그린햄커먼 운동은 미래 세대를 핵의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1981년, 영국의 그린햄커먼 공군 기지에 핵무기가 배치된 것을 반대한 운동입니다.5) 운동의 주체였던 여성들6)은 격납고 위에서 춤을 추거나 인간띠7)를 잇는 등 오랜 시간 비폭력적 방식으로 투쟁했어요. 결국 운동 10년 후 핵무기가 철수되었고 그로부터 일 년 뒤, 기지가 폐쇄되며 반핵평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비폭력적인 힘이 모여 끝내 기지를 폐쇄시킨 거예요.8)
당장 우리 주위에도 군사주의에 ‘비폭력’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어떤 정치·경제적, 역사적 맥락을 들이밀어도 전쟁의 본질은 결국 ‘죽음’이며, 군대의 본질 역시 ‘살생’을 연습하는 곳임을 아는 사람들이지요. 이들은 군대가 전쟁을 부르고 그것이 곧 우리의 죽음과 연결된다는 것을 꿰뚫어 봅니다. 따라서 군대에 가기를 거부하거나, 이 땅에 군사기지가 지어지고 확장되는 일에 반대하고 있어요. 피해자성9)에 머물지 않고 언제든 자신이 가해자10)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하며, 끊임없이 성찰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뿐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공포에 성실히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에서 나의 평안과 세계의 평화를 위한 힌트를 조금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11)
평범한 평화
일상으로 평화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주도 남쪽 강정 마을에 모여 사는 이들은 올해로 18년째, 강정에 폭력적으로 세워진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며 투쟁하고 있어요. 강정 앞바다는 제주도, 환경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었습니다. 구럼비12)라는 거대한 너럭바위를 비롯해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지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해군기지라는 국책사업 앞에 정부 스스로 인정한 보전지역은 기습적으로 해제됩니다. 정부는 몇몇 마을 주민을 포섭하여 박수로 유치신청을 강행하거나, 투표함을 탈취하는 등 주민들의 정당한 투표권 행사를 방해했어요. 이렇게 불법적13)으로 진행되는 해군기지 건설사업으로 인해 도내외, 국내외 할 것 없이 많은 연대자와 주민들이 반대 운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결국 해군기지는 공권력의 이름으로 준공되었지만, 이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이들이 계속해서 싸우는 이유는 제주에 지어진 해군기지가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고, 전쟁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나토’14) 가입 시도가 꼽혀요. 러시아를 향한 서방 국가의 군사적 압박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크라이나까지 퍼지자,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듯 군사 동맹 등의 군사적 시도는 전쟁을 불러옵니다. 제주 해군기지 역시 중국을 향한 미국의 군사적 목적15)을 이유로 지어졌어요. 때문에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할 수밖에 없습니다.16) 이에 강정의 평화 활동가들은 해군기지가 지어지길 반대해 온 것이지요. 이들은 완공 이후에도 자리에 남아 기지가 폐쇄되고 제주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는 그날까지, 일상 투쟁을 이어가고 있어요.
우리가 여행지로만 떠올리는 제주도에서 이들은 제주도와 세계의 군사화를 중단시키기 위한 평화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매일 아침 7시 해군기지 정문에서 ‘생명평화백배’를, 11시 강정천 근처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길거리미사’를 하면서요. 깃발을 들고 행진하며 춤과 노래를 통해 전쟁으로 고통받는 존재들과 연대하는 ‘인간띠잇기’17)도 정오에 진행하고요. 위 세 개의 일상 투쟁을 중심으로 마을의 하루를 살아갑니다. 이렇게 기지 주변을 알록달록한 깃발과 몸짓, 노래로 물들이며, 그들은 무엇보다 군사주의적인 시설 앞에 무엇보다 반군사주의적인 움직임을 형성해요.
“눈앞에 보이는 전쟁을 회피하지 않고 백배와 인간띠잇기를 하며 하루하루의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지요. (중략) 평화는 갈등이 없고 순탄한 게 아니라 현실을 인식하고 직면하는 것, 고통스러울지라도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 강정 활동가 호수18)
사회 운동은 확신에 찬 목소리, 논리정연한 선언, 대의를 위한 희생, 커다란 함성과 몸짓, 조직된 저항 등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표상되곤 합니다. 이러한 운동 역시 평화 운동이 실천하는 비폭력 저항에 해당할 수 있어요. 그러나 거리에 선 다리, 깃발과 마이크를 쥔 손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행위로 ‘충분히’ 비폭력 저항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강정의 일상 투쟁인 백배와 미사, 춤추고 노래하는 것 모두 말이죠. 비폭력의 시선으로 평화를 바라보고 일상 속 군사화된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평화를 실천할 수 있는 현장이 됩니다. 전쟁에 기여하는 기업체에 대한 소비자로서의 보이콧과 불매,19) 내가 속한 조직에서 수직적 문화에 저항하기 위한 수평적 언어를 사용해 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는 집 베란다에 나와 1분간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것으로도 우리들은 비폭력적으로 저항하고, 행동할 수 있어요.20)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행위들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행위들이 비폭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이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변화를 보여주고, 가끔은 거꾸로 가는 듯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움직이고 있어요. 우리가 믿고, 움직이는 만큼이요.21)
도망으로 저항하기
전쟁이 난다면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지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총이 쥐어지고, 맞닥뜨린 상대 역시 총을 쥐고 있다고 할 때, 과연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지 말이에요. 그러나 먼저 죽이지 않는다면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일촉즉발의 순간, 총을 내려놓겠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군대’라는 장치에 복종하길 거부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예요. 징병제를 유지하고 징벌적 대체복무만22)을 허용하는 한국이지만, 매년 수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병역을 거부하고 있어요.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군대라는 조직을 낯설게 바라보고, ‘적’이라 명명된 타인의 죽음을 나의 죽음과 연결하는 사람들입니다. 시민사회단체 ‘전쟁없는세상’23)은 모든 사람이 살상을 거부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며 병역거부자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평화를 살아내고 비폭력 저항운동을 하는 일에 정해진 정답이 없듯이 병역과 군대를 거부하는 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어요. 정치적 언어로 평화 운동의 차원에서 병역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탈주’를 선택하는 것 역시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방법이 됩니다. 개인의 일탈처럼 여겨지는 ‘도망’도 사회 시스템에 저항하는 방식의 일부가 되는 거예요. 통제에 복종하느냐, 거부하느냐, 기피하느냐, 그냥 뒤돌아보지 않고 튀느냐. 여러 선택지 중에 ‘탈주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국가의 큰 비상사태입니다. 지배 집단의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마음과 태도이기 때문이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이 징집을 피해 도망치는 청년들과 탈영하는 군인들로 인해 전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실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24) 전쟁을 위해서는 젊고 건강한 군인이 필요한데, 청년들이 ‘군인 되기’를 거부하며 잠적하고 심지어는 나라 밖으로 도망을 가기 시작한 거예요. 이처럼 도망치는 일 역시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하나의 움직임이 될 수 있어요.
비폭력 운동은 권력이 일종의 사회관계의 역학이라는 생각에서 비롯해요. 권력은 군인이나 경찰, 정치인 등이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복종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유지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민중이 복종하길 거부한다면 권력은 어느 순간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권력에 복종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거부로, 기피로, 탈주로, 그리고 더 다양하고 무수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도망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 역시 군사화된 마음임을 안다면 체제로부터 도망치는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눈 꼭 감은 채, 뒤돌아보지 않고 튀는 일 역시 적극적인 평화의 움직임이 됩니다.
나의 도망이 체제를 뒤흔드는 비폭력 저항의 움직임이 될 수 있다니, 조금 짜릿하지 않나요?
당신이 가진 힘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세상이 원래 그렇지.’ 하며 체념하는 사고방식과 태도가 우리가 공유하는 군사화된 마음가짐 중 가장 지독한 마음일지 몰라요.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을 평가절하하며 무조건 거대하고 획일적인 움직임만을, 눈에 띄는 변화만을 믿고 추구하는 태도 말이죠. 하지만 진보적 변화는 한 번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 왔어요.25)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세상이 그렇지, 하고 넘기다 보면 그 모습이 정말 ‘당연한’ 것이 되어 갈 것이고, 우리가, 당신이 원하는 세상은 끝내 만나지 못하게 되겠죠.
비폭력 운동은 완결된 논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애초 평화란 것은 하나의 정답으로 모일 수 없어요.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것은 이미 폭력의 방법론이니까요. 때문에 비폭력 운동은 절하고 기도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으로 평화를 이룬다는 강정 마을의 일상 투쟁도 될 수 있고, 서로가 총구를 겨누는 상황에서 먼저 총을 내려놓겠다는 병역거부 선언도 될 수 있어요. 이런 실천들로 과연 세상이 달라질까 회의를 느끼는 대신, 뭐라도 해 보는 마음에서 요원해 보이는 평화가 움직이기 시작해요.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하는 마음을 이기며 하는 불매와 보이콧, 우리의 인식을 지배하는 일상 언어를 탈 군사주의적인 언어로 바꿔 사용하고 수직적인 관계를 바꾸기 위해 수평어를 사용하려는 움직임, 부당한 일에 함께 연명하고 SNS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거나 채식을 실천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내려는 노력 모두가 말이죠. 또한, 지난겨울 우리가 계엄을 막아낸 것처럼 터무니없는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각자의 최선을 다하는 것. 제복 입은 자들의 권위는 우리가 나누어준 것임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특별할 것 없이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곧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될 거예요. 하다 하다 안 되면 눈 꼭 감고 도망치는 일까지! 모두 우리가 할 수 있는 비폭력적 저항이고 세상을 움직이는 방식이 됩니다. 강정의 활동가 ‘호수’의 말마따나, 눈앞에 보이는 전쟁을 회피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죠. 평화는 갈등 없이 편안한 상태가 아니라 고통스러울지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이 안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강정 활동가 ‘선녀’의 바람처럼 자기가 하는 일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고요.26)
평화와 비폭력이라는, 나와는 멀어 보이는 단어가 가진 힘은 당신이 경험한 시간을 통해, 어쩌면 우리 ‘몸’이 제일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당신 한 사람의 힘을 믿는 것. 거기에서부터 평화가 시작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1) 평화 운동은 어떠해야 한다는 합의나 도덕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기본 원칙은 ‘비폭력’이다.
이용석. 『평화는 처음이라』, 빨간소금, 2021, 160쪽.
2) 위의 글.
3) 위의 글. 참조.
4) 영국 정부의 소금세 부과에 저항한 행진이다. 78명으로 시작한 이 행진이 수만 명으로 늘어나 영국 제국주의와 맞섰다. 간디는 영국의 통치권은 인도인들의 협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 인도인의 비협조불복종운동을 조직했다.
5) 최윤필. 「영국 그린햄커먼 여성 반핵시위」, 『한국일보』, 2017.12.12.
6) 그린햄커먼 운동은 여성들만의 운동이었다. 운동에 있어서도 주요 의사 결정권이 남성들에게 주어져 가부장적 질서를 반영하게 된다는 것이 위 규정의 주된 이유였다. 여성들은 이 운동의 실질적 주체가 되어, 자율성과 여성적 연대를 통해 위계질서 없이도 결속을 이루어냈다.
원동필⸱박원용. 「그린햄커먼 여성평화캠프의 운동문화 분석」, 『대구사학』, 제 147권, 360-361쪽.
7) 1983년 7만 명이 모여 인근 군수공장까지 23km의 인간띠를 형성했다
최윤필, 앞의 글.
8) 비폭력 저항은 더 다양하다. 평화 활동가 앤지 젤터는 영국 군수산업체 공장에 몰래 들어가 전투기를 부수고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과격한 행동이었지만, 전쟁 범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었음이 인정된 것이다. 이처럼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며 평화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갈등은 그것들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폭력이고 무엇이 비폭력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젤터와 같은 사례만 있지는 않다는 것 역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9) 민지 경험과 한국 전쟁 당시 북한군의 선공으로 인해 한국은 전쟁에 대해 피해자의 위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1세기의 한국은 다르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전투병을 파병한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철저히 침략자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라크 전쟁에서도 침략군의 역할을 수행했다.
10) 현재 한국은 한국산 무기를 판매하며 케냐·태국·미얀마 등의 민주화를 방해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역시 무결한 피해국이 아닌 피해를 가하는 주체다. 앞으로 소개할 이들은 가해국 국민으로서의 성찰을 계속한다.
11) 이 장에서 나누고픈 이야기의 핵심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혹은 이미 하고 있는 비폭력적 실천을 알아차려 보는 데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무의미한 행위가 아님을 말하고자 한다.
12) 길이가 1.2km에 달하며 붉은발말똥게 등의 멸종위기종이 다양하게 서식했던 부드러운 너럭바위다. 해군기지는 강정마을 해안 전체를 이루고 있던 구럼비를 매립해 건설됐다.
13) 경찰은 마을 곳곳에 상주하여 무차별적 연행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된 강정 마을의 생태계와 마을 공동체 역시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파괴되었다.
전은옥. 「"해군기지 때문에 삼촌과 조카 원수돼서야..."」, 『오마이뉴스』, 2008.07.12.
14) 미국과 프랑스 등 북아메리카와 유럽 32개국이 가입해 있는 북대서양의 군사 동맹이다. 현재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까지 가입해 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상당한 개입을 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맥락일 뿐, 러시아의 침략이 정당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15)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3국의 군사협력 범위를 인도-태평양뿐 아니라 남중국해와 대만해협까지 확장했다. 미국이 중국을,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승현. 「"평화 깨고 전쟁 촉발하는 상황..좌시할 수 없다.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통일뉴스』, 2023.08.23.
16)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해군기지는 미국의 군사적 요구로 인해 건설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건설 초기부터 있어 왔다.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에 있어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해군기지다. 이 기지가 건설됨으로써 미국은 해외 주둔 미군기지 중 세계 최대 규모의 기지가 있는 평택부터 강정까지 한반도 서해안 일대에 대중국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이는 중국에 군사적 압박으로 읽힐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제주 해군기지는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제주와 한반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협한다.
17) 누구나 강정마을의 일상 투쟁에 참여하며 연대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다. 빨간날을 제외한 정오에 구럼비 광장(강정동 2867-15)에 모여 해군기지 정문까지 행진하고 노래와 춤으로 연대의 마음을 나눈다. 제주도에 갈 일이 생긴다면 한 번쯤 인간띠잇기를 경험해봐도 좋을 것 같다.
18) 호수정주⸱딸기. 『돌들의 춤』, 카카포, 2023, 142쪽.
강정 마을의 일상과 지킴이들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 『돌들의 춤』을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19)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스라엘군을 지원했던 ‘버거킹’, 이스라엘 정부에 인공지능 기술 접근 권한을 부여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서안 유대인 불법 정착촌 내 숙소와 호텔을 등록해 온 ‘부킹닷컴’과 ‘에어비앤비’ 등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들도 전쟁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상대로 불매하는 비폭력적 실천을 통해서도 전쟁, 군사주의에 저항할 수 있다.
크리스 헤지스. 「집단학살로 이익을 얻는 기업 명단 공개」, 『참세상』, 2025.07.04.
20) 야간 통행 금지령에 집에 갇힌 시민들이 창문 밖으로 냄비를 두드리는 등 금융위기와 정권 퇴진,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위 방식이다.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남미 시민 사회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인서. 「"정의의 소음"... 글로벌 시위 필수품 된 '주방용품'」, 『한국일보』, 21.02.06.
21)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진부하게 변해버린 ‘믿는다’는 말의 참뜻을 되찾고 싶다. 믿는 것은 믿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려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다카시마 린. 『이불속에서 봉기하라』, 이지수 옮김, 생각정원, 2023, 8쪽.
22) 2018년,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판결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도입된 대체복무역법은 일반 병사의 두 배에 달하는 복무 기간과 교정시설로 제한된 복무 장소 등 징벌적 성격을 띠고 있다.
23) 병역거부 모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평화주의자, 반군사주의자들의 네트워크. 비폭력 운동을 바탕으로 군사주의와 전쟁에 저항하는 활동들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대륙의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데 사용되는 한국산 시위 진압 무기 판매 저지 캠페인을 하고 있다.
24) 김준석. 「"징병될 바엔 차라리 히키코모리로 살자"...잠적·탈출 나선 우크라이나男」, 『파이낸셜뉴스』, 2024.06.22.
25) ‘대다수’ 여성이 참정권을 누리는 오늘은 한 세기 넘게 지속된 여성참정권 운동의 결과다.
26) 호수정주⸱딸기, 위의 글, 39쪽.
참고문헌
김준석. 「"징병될 바엔 차라리 히키코모리로 살자"...잠적·탈출 나선 우크라이나男」, 『파이낸셜뉴스』, 2024.06.22, https://www.fnnews.com/news/202406221342519069(2025.08.13. 접속).
호수정주⸱딸기. 『돌들의 춤』, 카카포, 2023.
원동필⸱박원용. 「그린햄커먼 여성평화캠프의 운동문화 분석」, 『대구사학』, 제 147권, 355-388.
이승현. 「"평화 깨고 전쟁 촉발하는 상황..좌시할 수 없다.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통일뉴스』, 2023.08.23,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763(2025.08.13. 접속).
이용석. 『평화는 처음이라』, 빨간소금, 2021.
이인서. 「"정의의 소음"... 글로벌 시위 필수품 된 '주방용품'」, 『한국일보』, 21.02.06,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20510010000440(2025.08.13. 접속).
전은옥. 「"해군기지 때문에 삼촌과 조카 원수돼서야..."」, 『오마이뉴스』, 2008.07.12,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42311(2025.08.13. 접속).
전쟁없는세상. 『저항하는 평화』, 오월의 봄, 2015.
최윤필. 「영국 그린햄커먼 여성 반핵시위」, 『한국일보』, 2017.12.1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12120461768968(2025.08.13. 접속).
다카시마 린. 『이불속에서 봉기하라』, 이지수 옮김, 생각정원, 2023.
마이켄 율 쇠렌센. 『전쟁 없는 세상』, 최정민 옮김, 오월의 봄, 2025.
크리스 헤지스. 「집단학살로 이익을 얻는 기업 명단 공개」, 『참세상』, 2025.07.04, https://www.newscham.net/articles/113540(2025.08.13.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