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 여는 글

아흔 번째 근맥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앞자리 수가 바뀌었을 뿐인데 묘한 감정이 듭니다. 정말 ‘100호’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바뀐 숫자를 마주한 김에 한 번 더 「근맥」의 과거와 내일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함께 써 나간다는 것의 의미와 그 무게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90호는 표지의 붉은색처럼, 여러분의 일상에서 불쑥 떠오르기를 바라는 이야기들이 모여 있습니다. 교묘하게 설계된 세상에서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거나 무심코 잊어버리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럼에도 선명한 마음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해 왔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렇게 근맥인들의 마음에 오래 스며든 이야기를 담아 보았습니다.

매일 오가는 캠퍼스 안에서 마땅히 함께 알아야 할 문제부터 사소해 보여도 결코 사소하지 않은 삶의 장면들을 지나면, 본질이 다소 희미해진 어떤 잣대와 타인을 향한 무심함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사실들을 마주합니다. 이 날카로운 목소리 안에서 우리는 투쟁과 검열의 여정에서도 웃음과 울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진솔한 회고에 도달합니다. 아주 개인적이고 내밀하지만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닌 고백은 ‘나’를 들키고도 안녕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90호는 서로의 삶에 기꺼이 섞이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세상은 조금 더 오래, 단단하게 이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저희가 미처 닿지 못한 자리와 순간들이 있겠지요. 지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이야기가 도처에 살아 숨 쉬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근맥」은 힘이 닿는 한 그 이야기들을 함께 고민하고 써 나가고자 합니다.

서툴고 부족한 글입니다. 오래 들여다본 나머지 저희는 더 이상 낯설게 바라보지 못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문장들이 그저 글자뿐인 글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눈으로 읽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읽어주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곧 새순이 돋겠군요. 앞으로 마주하게 될 여러 새로움과 격동 안에서 부디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입춘이 지난 어느 날, 교지편집위원회 근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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