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지편집위원회 근맥
2026년, 붉은 말의 해가 찾아왔다. 빠르게 뛰는 강렬한 붉은 색의 말은 열정과 추진력, 그리고 변혁을 상징한다고 한다. 덕성여자대학교도 커다란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새로운 총장이 취임했기 때문이다. 총장이 바뀌면 학교의 운영 방식이 바뀌게 되고, 나아갈 방향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변화가 힘찬 도약과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난 총장의 행보를 돌아보고, 새로운 총장에 대해서 알아보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근맥이 준비했다. 2026년 우리의 덕성을 위한 변화의 첫 단추를 함께 끼워보자.
최초의 동문 총장
먼저 전 총장의 행보를 살펴보자. 2022년 제12대 총장으로 김건희 총장이 임명되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하 ‘대학사업’)에서 C등급을 받아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강수경 총장 이후 2년만의 새 총장이었다. 결선 투표에서 57.98%의 득표율로 최종 선출된 김 전 총장은 2등 후보와 학생 득표수에서 10배 차이를 기록하며 당선되었다. 그는 최초의 동문 출신 총장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과 기대를 받았다. 취임사에서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수요를 반영해 대학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언급한 김 전 총장은 “학생들과 자주 만나 학교 문제를 논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동문이라는 정체성보다 덕성에 30년 가까이 봉직해 온 교수이자 구성원으로서 대학을 발전시키고, 흔들린 신뢰와 잃어버린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전 총장이 총장입후보시부터 중요하게 내세운 것은 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대학사업의 방향성을 충실히 따르며 정부 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웠다. 2023년 대학사업은 각 대학에게 ‘수요’에 따른 단과대학 및 학과 개편, 자유전공제 도입, 전공 간 융합인재 양성, 첨단분야 및 산학연계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김 전 총장의 임기 중 정책도 이와 흡사한 흐름을 보였다. 단과대학 명칭 개편, 수도권 최초 자유전공제 전면 도입, 유연학기제 실시, ‘기후환경과문화학과’ 등의 융합학과 신설, 코딩 능력을 기르는 ‘컴퓨팅사고’ 필수교양 지정, 덕성인턴십 활성화 등이 그 예시다. 대학사업의 평가 방향에 맞추어 착실하게 대학을 운영한 결과, 권한대행체제의 노력과 맞물려 덕성여대는 ‘역량강화대학’ 중에서도 재정 지원에 패널티가 부과되는 C등급에서 최우수 S등급을 받는 쾌거를 이루어 ‘일반재정지원대학’의 지위를 달성했다.
김 전 총장이 취임 시 밝힌 포부는 달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는 단기성이 짙은 융합학과 개설, 내실 없는 필수교양수업, 무리하게 융합교육을 추진하는 바람에 타대학 대비 깊이 없는 전공 교육, 무급노동 또는 단기 운영으로 실질적인 기능을 잃은 덕성인턴십 등의 문제가 존재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김 전 총장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었다. 학생들에게 큰 지지를 얻어 당선된 김 전 총장은 임기 2년 차 진행한 덕성여대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부정 평가 90.7%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요인으로는 소통 문제가 꼽혔다.1)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의사결정 방식이 문제적이라는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종로운현캠퍼스(이하 ‘종로캠퍼스’) 교양 강의 무산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 평가다. 이는 응답자 중 99.4%로, 기록적인 비율이다. 종로캠퍼스 활용 계획은 2023학년도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공개되었다. 2023년 2월 13일 대학본부는 필수교양 수업인 ‘이해와소통세미나’와 ‘영어회화’ 수업을 종로캠퍼스에서 진행하겠다고 공지했고, 이어 19일에는 시간표 및 강의실 배정까지 순차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학생들의 오랜 염원이 현실화되기 일보 직전, 대학본부는 개강을 단 이틀 앞두고 종로캠퍼스 활용이 “일시적 연기”되었다고 공지했다. 캠퍼스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운현초등학교와의 ‘안전 강화 및 이견 조율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학생들은 거센 불만을 내비치며 대책을 요구했지만, 김 전 총장은 학생들과 소통하는 대신 활용 연기에 대한 보상으로 ‘텀블러’를 배부해 공분을 샀다.2)
그러나 종로캠퍼스 무산 사례에서 드러난 김 전 총장의 불통 방식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다전공 존속을 약속하며 취임한 그는 2022년 3월, 학사구조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교수 간담회에서 독어독문학전공과 불어불문학전공(이하 독불문)을 폐지하겠다고 통보했다.3) 같은 해 12월, 전체교수회의에서 독불문 폐지를 다시 한번 일방적으로 공표한 김 전 총장은4) 2023년 6월 두 전공의 폐지 계획을 담은 학칙 개정안을 공고해 대학 평의회에 상정했다. 이는 부결되었고, 2024년 2월 재차 상정한 동일안 역시 부결되었지만 김 전 총장은 굴하지 않고 2024년 4월 23일, 삼차 동일안을 상정해 “259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 신설” 등의 학칙 개정안과 함께 두 전공의 폐지를 의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학교 측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해당 전공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우며, 4차 산업혁명의 수요에 맞춘 환경 재정비를 이룰 것이라 밝혔다.5) 한 대학의 전반적인 운영을 이끄는 이로서 전공 존폐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심사숙고할 의무가 있던 김 전 총장은 독불문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어떠한 논의도 하려 하지 않고, 그저 폐과라는 선택지만을 고집했다. 대학평의회의 부결 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며 재삼차 동일안을 상정하고, 유럽학부로의 통합이라는 독불문의 타협안도 거부하며,6) 전공 폐지라는 결정에 저항한 학생들의 목소리까지 묵인한 그의 행보는 “서울권대학 최초의 독불문 폐지”라는 오점으로 기록되었다. 이에 학계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건희 전 총장이 학내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비판을 받은 일은 독불문 폐지뿐만이 아니다. 2022년 3월 14일부터 다음 해 4월 7일까지, 한 해가 넘도록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 시위가 이어졌던 것 역시 김 전 총장 당시의 일이다. 당시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생활임금을 고려한 임금 400원 인상과 휴게시설 개선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대개 일주일 미만으로 진행되다 금세 협상에 이르던 시위였지만, 김 전 총장이 취임하자 시위가 389일을 넘겼다.
그는 일관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학내 필수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를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결국, 임금 400원 인상만이 추후 있을 인원감축을 수용한다는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학교 구성원의 화합을 위해 애써야 할 김 전 총장은 끝까지 청소노동자를 정당한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학생과 청소노동자의 대립구도를 형성하여 학내 갈등을 조장했다.7) 독선적인 소통방식을 넘어 갈라치기까지 선보인 김 전 총장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 행위를 두고 학교의 이미지와 미관을 해치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초의 동문 총장으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김 전 총장의 행보는 대학 민주주의의 파괴라는 결말로 남았다. 대학 재정 건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S등급이라는 성과로 나타났을지 몰라도 이를 달성하기 위해 김 전 총장이 내놓은 대안은 소통 없이 진행한 학사 구조의 개편이었고, 임금 400원을 인상할 수 없다며 보여준 학생과 청소노동자의 갈라치기였다. 그가 보여준 반민주적인 행태는 덕성의 신뢰를 더 흔들었고, 명성을 회복하기는커녕 더 실추시켰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어느새 김 전 총장의 임기 만료와 제13대 총장 선거가 다가왔다.
2026 신임 총장
제12대 김건희 총장의 임기 만료가 도래함에 따라 차기 대학 행정을 책임질 제13대 총장 후보 선거가 본격화되었다. 이번 선거는 기호 1번 김경묵(경영학 전공), 기호 2번 민재홍(중어중문학 전공), 기호 3번 김건희(식품영양학 전공, 전대 총장) 교수가 입후보해 3자 경합 구도로 치러졌다. 선거는 직선제로 교수, 직원, 학생, 동문이 투표권을 행사하면 선거인단별 반영비8)에 근거해 최종 득표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최종 당선자는 신임 총장을 결정하는 이사회 회의에서 총장 후보로 추천되고, 이사회의 임명으로써 총장직에 취임하게 된다.
2025년 12월 18일 진행된 제1회 총장 후보자 정책토론회는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후보자들은 정책에 관해 진중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다만, 토론회 이후 사회자가 대학 본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보직교수라는 점이 조명되며 공정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특히, 사회자가 질문 시간에 자의적으로 추첨된 질문을 폐기한 점과 사전 안내와 달리 미리 모집받은 온라인 질문을 후보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현장 진술이 등장하면서 시정 요구가 이어졌다.
▲ 제1회 총장 후보자 정책토론회는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해 진행되었다. 당시 일부 학생이 채팅 기능을 통해 세 후보자 모두에게 청소노동자 관련 질문을 남겼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누락되었고, 사진은 한 교원이 누락 사유에 대해 질문한 화면이다. Ⓒ학생 제공
이후로도 제13대 총장 후보자 선거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선거인 명부와 관련하여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태는 후보자 토론회가 있었던 날인 2025년 12월 18일, 자유게시판을 통해 동문선거인 명부 작성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무단 수집 및 활용되었다는 의혹으로 시작됐다. 해당 글에서는 한 졸업생이 총장 후보자 선거에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데도 자신이 총동문회의 투표인 명단에 포함되었고, 명단 기재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 및 활용당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었다. 이후로 민주동문회나 학내 구성원들의 몇 공개 질의를 통해 해당 졸업생뿐만 아니라 많은 동문이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었고, 조사 과정에서 어떤 동문은 선거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문제는, 위 작성자와 같이 동의 없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되는 일이 주로 특정 학과 출신에 국한되어 벌어졌다는 것이다. 사태가 커지자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동문선거인 명부에 중대한 흠결이 있음을 밝히며 12월 22일 예정된 총장 후보자 선거를 전격 연기했다.
12월 26일, 총추위가 일정 연기의 경위 및 사유와 함께 보정된 선거인 명부를 공개했고, 보정 결과 기호 2번 김건희 후보가 속한 식품영양학전공의 동문선거인 수만 830명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 일었다. 한편 기호 1번 김경묵 후보가 속한 경영학전공의 선거인 수는 12명에서 11명으로 변화했고, 기호 2번 민재홍 후보가 속한 중어중문학전공의 선거인 수는 219명에서 변동이 없었다. 이러한 파행적 상황 속에서 재개된 투표 결과 기호 2번 민재홍 후보가 44.37%, 기호 3번 김건희 후보가 35.79% 득표했다. 과반 득표자가 부재해 민재홍 후보와 김건희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하였고, 민재홍 후보가 61.16%의 득표율로 총장후보자로 당선되었다.
제13대 총장으로 임명된 민재홍 교수는 2003년에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약 23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덕성여대 신문사 주간교수와 차미리사 교양학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교외에서는 서울신문 「글로벌시대」 칼럼위원, 송파구 정책자문위원 및 관광정책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이력 중에서 두 차례 교무처장직에 재임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직전 김 전 총장 때에도 함께 주요 정책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실무에 능숙한 총장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다만, 그의 참모였던 만큼 김건희 전 총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었던 소통의 부재나 독선적인 정책 결정 방식을 답습할 염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배경을 의식한 것인지, 민 총장은 타 후보에 비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구 설치를 약속했다. 그 핵심 공약인 총장 직속의 ‘민주 거버넌스 소통위원회’와 교수·직원·학생이 참여하는 ‘덕성 Agora’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볼 부분이다.
다음으로 민 총장의 공약을 알아보기에 앞서, 사실상 대학 운영 전반을 결정짓는 2025~2027 대학사업의 방향성을 살펴보자. 대학사업이 제시한 이번 분기의 주안점은 “대학 여건과 특성에 맞는 대학별 자율 혁신 지원”과 “자발적 적정규모화를 통한 대학 전체적인 구조개선”이다. 먼저, 전자는 혁신지원사업 방향성에 맞추어 대학의 성질이 일원화된다는 비판을 수용해 지역·대학 자체의 특성을 살리도록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전 총장의 임기 때와 같이 산업·사회 수요에 따른 ‘자발적 적정규모화’와 ‘구조개선’을 강조하는 추세는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2023~2025 대학사업의 방향성은 우리 대학 내에서 ‘독불문 폐지’로 실현된 바 있는 만큼 소수 전공 통폐합에 관한 불안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대학사업은 세부 계획으로 ‘미래사회 변화 대비’,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혁신을 목표로 융복합 학사과정 확대, 학생 지원체계 고도화, 디지털 교양교육 운영, 적정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수요에 따른 학사구조 개편 등을 제시했다. 이는 지금부터 살펴볼 민 당선인의 전체적인 공약에 녹아있기도 하다.
먼저 학사구조와 학생지원 및 복지에 관한 공약이다. 교육혁신의 핵심 공약인 ‘X+AI’는 전공이 ‘주인공’이 되어 AI를 전공의 ‘날개’로 활용하는 AI 교육혁신이다. 인문 기초 학문의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AI를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민 총장이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을 거듭해 밝혔다는 점에서, 소수 전공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공약이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지 않으면서도 내실 있는 AI 융합 교육을 각 전공의 특색에 맞춰 고안해 낼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과 비판의 여지가 있다. 다음으로, 대학사업의 ‘융복합 학사과정 확대’ 요구는 민 총장의 ‘코드 쉐어링’ 공약으로 표현되었다. 코드 쉐어링이란, 타 전공 간 학점을 서로 공유, 인정해 주어 전공의 커리큘럼을 유연화하는 제도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요구가 많았던 학점 포기제(학점 지우개), 성적 평가 유연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학생 복지 및 교내 시설과 관련한 공약으로는 장학금 10% 인상, 기숙사 리모델링 또는 신축, 학생 사용 공간 확대, 강의 실습 시설 개선, 배리어 프리 환경 조성 등이 있다.
다음은 연구 및 교직원 복지에 관한 공약이다. 교내연구비 100% 인상, 교수책임시수 연간 15학점으로 인하, 신임 교원의 첫 연구년 보장, 교직원 임금 연 2.5% 인상(4년 총 10%) 등 파격적인 정책이 제시되었다. 반면, 학생들과 관련된 산학연계 정책은 정부의 사업이거나 기존 정책을 승계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눈에 띄는 공약은 없었다.9) 개선 요구가 많은 인턴십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힌 계획이 없어 학생들의 아쉬움을 샀다.
그가 내건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에 계획이 따라야 할 것이다. 민 총장은 대학 운영의 핵심인 재정 확보 계획으로 발전 기금 조성, ‘덕성아너클럽’ 운영, 외국인 유학생 유치, 재직자 전형 활성화, 대학 적립금 투자·운용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혁신적인 재정 건정성 확보 전략은 부재한 듯하다. 제1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지적받았듯이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투자와 기부를 받아 4년 내 40억의 발전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고 재원 충당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 총장 선거마다 귀추가 주목되는 종로캠퍼스에 관해서는, 2029년 3월 실사용을 목표로 하는 ‘종로 마스터플랜’을 수립, 실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민 총장은 종로캠퍼스가 “덕성의 교육적 지평을 확장하고 대학의 정체성과 위상을 강화하는 미래 비전의 중심축이라고 판단”한다며, 신입생 입학식을 종로캠퍼스에서 추진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등 종로캠퍼스 활용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종로캠퍼스 활용 계획이 무산된 바 있음을 언급하며 상세한 추진 계획서를 게재하여 신뢰를 더했다.
덕성여대 학우들의 말말말
지금까지의 논의가 조명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변화하는 학교’, 그리고 ‘더 나은 학교 생활’을 위해서는 올해부터 4년간 함께하게 될 총장의 행보를 ‘우리’가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수천여 명의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내건 약속들을 구체적,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는 일은 총장과 대학이 구성원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근맥은 앞으로의 4년을 어떻게 지켜보아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다양한 층위와 시선을 갖고 있는 우리 학우들을 만났다. 이건 이 글을 읽게 될 수많은 ‘덕우’들의 이야기와도 멀지 않다. 각자 앞으로 학교에서 보내게 될 시간은 서로 다를지라도,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세 인터뷰는 총장 임용이 확정되기 전인 2026년 1월에 진행되어, ‘총장 후보자 당선인’이라는 지칭이 등장한다. 첫 인터뷰는 서면, 그다음의 두 인터뷰는 서면과 대면을 병행하여 진행하였다.
먼저 입학 직후부터 졸업을 앞둔 시점까지 대학,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에 대해 고민해 온 학우를 만나보자. 박인희(영문 22) 학우는 대학생활 내내 노동, 여성, 청년, 소수자가 소외받지 않는 학교 그리고 사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왔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덕성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전공 22학번 박인희입니다. 2025년 상반기까지 7학기를 이수한 뒤 현재 휴학 중이며, 지금은 ‘정의당’이라는 정당에서 서울시당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 대학생활은 “지나고 보니 투쟁의 연속이었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입학한 지 반년밖에 안 된 때에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했고, 다음 해에는 스페인어과 동기와 함께 같은 어문계열 전공생으로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독불문 전공 폐지 문제에 대응했습니다. 글과 말로 입장을 정리하고, 누군가의 편에 서서 문제 해결을 시도해 온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정치’라는 방향으로 이어졌고, 현재의 정당 활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정당인 신분을 학내에서 들키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관심과 지향을 숨기기보다, 어떤 문제의식과 태도를 가진 사람인지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관계와 활동에 있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숨기는 것이 더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죠. 다만 학내에서 발언할 때에는 정당의 이름이 아니라, 덕성여대 학생으로서의 위치와 책임을 분명히 하며 활동하고자 합니다.
인희 님은 김건희 전 총장의 재임 기간 동안 대학생활을 이어오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2022년 학내 청소노동자 투쟁과 독불문 폐지 투쟁에 참여하며 김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오셨습니다. 먼저, 김건희 전 총장의 지난 4년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그리고 민재홍 총장 후보자 당선인이 김 전 총장의 행보에서 어떤 부분을 반성적으로 받아들여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총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취업률이나 교육부 주관 평가 결과 같은 성과 지표로 판단할 수도 있고 ‘천원의 아침밥’ 같은 복지정책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모두가 동의할 수 있고 또 동의해야 하는 보편적인 기준이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민주주의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총장은 학생을 포함한 대학의 구성원에 의해 선출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김건희 총장의 4년은 ‘민주주의의 위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건희 총장은 청소노동자 투쟁 시기에도 독불문 폐지 시도 과정에서도 학령인구의 감소와 대학재정의 고갈을 근거로 일관되게 “대학의 위기”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까지 유예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대학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진리의 상아탑” 같은 고리타분한 소리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조조정 그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김건희 총장의 구조조정 방식을 문제삼고 싶습니다.
청소노동자의 노동권 문제와 독불문 존립 문제 모두에서 대학 본부는 충분한 숙의와 합의보다 이미 정해진 결론을 더 강압적으로 관철하는 데만 더 집중했습니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나서 타협의 손을 내민 사람들은 구조조정을 당하는 쪽이었습니다. 독불문은 사전 논의 없이 폐과를 통보받은 이후에도 유럽학부로의 통합이라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대학 본부는 끝내 전공의 완전 폐지를 고수했습니다. 청소노동자들 역시 2023년 당시 청소 면적 계획조차 공유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 본부가 고수하는 인원 감축안에 합의한 뒤에야 임금 인상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다시 쟁의가 시작된 이유는, 그러한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 합의의 결과가 현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인력감축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시간이 지나며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만약 3년 전, 대학 본부가 구조조정의 계획과 그 영향을 노동자들과 충분히 공유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 역시 위기 상황을 함께 해결해야 할 구성원이 아니라, 설득하거나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언제나 학생들의 교육권과 학습권을 방패로 구조조정을 정당화했지만 그 구조조정이 실제로 학생들의 권리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건희 총장 체제의 ‘위기’는 재정이나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방식의 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선인은 위기를 이유로 민주주의를 축소하는 운영이 아니라, 위기일수록 더 많은 공개와 숙의를 통해 합의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구해야 합니다. 학생을 포함한 대학의 구성원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대학의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당선인이 반드시 다시 세워야 할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재홍 총장 후보자 당선인은 AI와 유연한 학사 구조를 강조하며 변화를 꾀하겠다는 포부를 보였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 학생의 목소리를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죠. 이에 따라 당선인은 ‘코드 쉐어링’과 ‘X+AI’, 민주 거버넌스 소통위원회 설립, 학내 배리어 프리 환경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요, 이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각 전공을 미지수 X에 비유해 AI에 의해 전공이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 고유성을 기반으로 AI 활용 역량을 확장하겠다는 ‘X+AI’ 정책의 방향성에는 일정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명칭이 ‘융합’이든 ‘통섭’이든 ‘혁신’이든, 새로운 학문적 실험은 언제나 분과학문의 단단한 토대 위에서 지속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올바른 질문, 비판적 판단, 윤리적 통제’를 ‘덕성 AI 리더’의 핵심 역량으로 제시한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는 AI 활용을 단순한 기술 숙련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와 책임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하여 인식하고 있다는 고무적입니다.
다만, 이러한 비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합니다. 특히 전공별 특성과 교육 목표가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각 전공 및 단과대학과의 긴밀한 협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AI 활용이 각 전공의 선택이 아니라 성과 지표와 경쟁 압박의 형태로 작동한다면, 전공의 고유성을 존중한다는 약속은 형식적인 선언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눈여겨 본 공약은 총장 직속 ‘민주 거버넌스 소통위원회’와 교수·직원·학생이 참여하는 ‘덕성 Agora’입니다. 두 기구가 다루는 내용과 참여 주체의 범위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2차 정책토론회 플로어 질의응답 당시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질문을 했습니다만, 민재홍 당시 후보자께서는 질문에 대하여 거버넌스의 문제와 노동권의 문제를 분리하여 대답하여 당시에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후보자들께서 공통적으로 말씀하신 ‘소통과 참여 확대’에서의 참여 주체는 누구까지를 포함한다고 보시는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학생과 교직원뿐 아니라, 캠퍼스를 유지하는 용역 청소노동자와 경비노동자도 그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시는지요.
총장 후보께서는 대학 내 노동권의 문제를 외주 계약의 영역으로 보실 것인지, 아니면 ESG의 Social과 Governance가 요구하는 대학 운영의 책임 영역으로 보실 것인지 분명히 말씀해 주시고, 만약 후자라면 운영 효율과 노동자의 안전·존엄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지, 그리고 그 기준을 누가, 어떤 절차로 점검하고 책임질 것인지까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김건희 총장 체제 하에서 실제로는 답을 미리 정해놓고 학생을 비롯한 당사자와 함께 대화를 했다는 ‘그림’만 만들기 위하여 다과를 남발하는 대학본부의 알리바이성 공청회를 몇 번 참석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는 토론이 아니라 설득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새롭게 제시하는 기구들이 형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참여 주체의 범위와 기구의 권한이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합니다. 참여 주체의 범위는 새 총장께서 누구까지를 대학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지, 어디까지를 대학의 정책 환경으로 설정하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또한 기구에서 논의된 사안이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어떤 경로로 반영되는지, 혹은 반영되지 않을 경우에 그 사유가 어떻게 설명되는지가 제도적으로 명시될 때 구성원은 효능감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총장들의 정책은 대학혁신지원사업(이하 ‘대학사업’)과 떼어놓고 바라볼 수 없습니다. 이번 총장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의 정책 역시 2025년 3월 공개된 대학사업의 방향성과 사실상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는데요. 대학사업은 곧 대학평가로 이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대학 재정 전반을 책임지는 국고지원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2025-2027 대학사업의 핵심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을 텐데요. 중요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나, 인문학 쇠퇴와 함께 ‘기초교육’이 AI에 편중되고, 학령인구 감소가 여자대학의 존립으로 이야기되는 지금, 우려되는 지점도 존재합니다. 학생의 관점에서, 오늘날 대학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진단하는 대학의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불가역적인 위기를 대학의 고유한 교육 철학에 의거하여 진단하고 해결하기보다, 교육부와 기업, 언론이 만들어내는 평가 지표와 보상 체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여자대학은 이 탑-다운 구조 구속에서 더 취약한 위치에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재정 위기라는 동일한 조건 속에서도, 여대는 그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는 대상’으로 호출되는 반면, 공학대학은 구조적 위기의 일반 사례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학에 대한 평가와 보상 체계가 취업률, 산학협력 혹은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지표를 중심으로 작동할수록, 여성의 교육권 확대와 성평등 관점의 지식·기술 (재)생산이라는 여대의 공적 역할은 성과로 환원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대학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굳이 한국어로 표현해도 될 것을 영어로 포장한 테크 정책/담론 유행이 아니라, 무엇을 성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인지(마지노선)에 대한 합의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단기적인 평가지표를 넘어 교육의 가치를 스스로의 기준으로 지켜낼 수 있을 때, 보다 생산적인 논의의 장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내부의 논의에 앞서 개별 대학의 담장을 넘는 학생들 간의 연대와 시민들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제가 ‘청년’ 부문에서 정당 활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희 님께서는 대학이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그러한 기준에서 볼 때, 총장 후보자 당선인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결국 대학은 단기적인 성과를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조건과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질문하고 합의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공적 공간이어야 합니다. 기술의 변동, 여자대학의 존립 위기, 노동시장과의 관계처럼 대학이 당면한 복합위기는 시장의 ‘효율’ 논리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구성원이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숙의하는 민주주의만이 가장 유능하게 해결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선인은 대학을 ‘관리’하는 행정 책임자를 넘어, 구성원들이 충분한 정보와 발언권을 갖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드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기를 이유로 결정을 강행하기보다, 위기일수록 더 설명하고 더 공개하며 더 숙의하는 태도, 그리고 그 과정에 모든 구성원을 동등한 주체로 세우는 원칙을 실천으로 증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학내 구성원이자 동료 시민으로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다른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던지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우리 덕성여자대학교만큼은 그 “좋은”이 나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의 욕망을 내면화하고 있는 것인지 함께 질문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동체였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의 요구를 가시화하며, 학교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김없이 학생과 대학 사이의 원활한 소통과 ‘학생 자치’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생대표자’들의 존재는 의미를 가지며, 그 중심에는 학생 전체를 대표해 학교와 소통하는 총학생회가 있다. 근맥은 지난 11월 당선되어 올 한 해를 함께하게 된 덕성여자대학교 제42대 총학생회 ‘여정’의 총학생회장단을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총: 안녕하세요, 저는 덕성여자대학교 제42대 총학생회장 박상미(문화인류 23)라고 합니다.
부: 안녕하세요, 저는 덕성여자대학교 제42대 부총학생회장 강지선(약학 22)입니다.
*이하 총학생회장 ‘총’, 부학생회장 ‘부’
총학생회는 대학의 가장 핵심적인 구성원인 학생을 대표하면서 대학 본부와 학생을 잇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거나, 단순히 학생 복지와 캠퍼스 문화를 만드는 활동 정도만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대학과 학생의 가교로서, 총학생회는 어떤 일들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총: 복지나 캠퍼스 문화를 만드는 일이 총학생회, 그리고 각 단위 학생회의 중요한 역할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각 행정처와의 간담회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개선될 수 있는 사안들을 요청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경우 생각보다 많은 위원회 회의에 학생 대표가 꼭 포함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등록금에 관한 사안들을 다루는 ‘등록금 심의위원회’라는 회의체에는 학생 3명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때는 신임 총학생회장단의 당선 이후 전임 총학생회와 신임 중앙운영위원회에 요청을 보내 구성하기도 합니다. 의결·자문 기구로는 등록금 심의위원회뿐만 아니라 ‘대학 평의원회’에도 학생 대표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 기구는 총학생회장단, 교수, 교직원, 동문, 외부 위원, 교육 조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업과 관련해서는 ‘원격수업 관리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에서는 비대면 수업, 교양, 전공 수업 등 모든 수업의 개설과 폐강 전반을 논의하며, 저희는 수업을 듣는 학생 당사자이기도 하기에 직접 체감한 점과 학우들의 의견을 함께 전달하고 있어요.
말씀해 주신 총학생회의 역할에 따르면, 학생과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이번 ‘여정’의 공약 중에 눈에 띄는 것도 ‘소통: 학생 자치 가시화’였는데요, 우선 총학생회장단에서 생각하는 ‘학생 자치’란 무엇인지, 그리고 학생 자치 ‘가시화’를 주요 공약으로 준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나아가, 우리 학교의 학생 자치 참여도는 어떤지, 또 ‘소통’ 공약의 일부인 학생 자치 교육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총: ‘학생 자치’란 학생대표의 활동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학교의 정책과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내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필요하다면 조직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기도 하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가까운 영역인 것인데요. 다양한 의견이 나누어지는 공론장, 그리고 의견들이 실제로 기록되고 논의되는 구조가 존재할 때 비로소 학생 자치가 작동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 그러나, 사회 전반에서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타 대학의 경우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고요. 사실, 학생 자치가 살아 있어야 학교도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이해도 함께 낮아지면서 학생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의견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학교의 주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고, 학생들이 학생 자치에 대해 단계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해당 공약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자치 참여도에 대해서는 최근 진행된 등록금 설문조사의 사례와 관련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설문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약 1,100명의 학우들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재학생 인원수가 타 대학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닌데도 각 단위의 대표자 분들이 열심히 공지해 주신 덕분에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학생 자치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최근 각 전공의 학생회장단이 구성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어, 학교가 활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학우 분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총: 어떤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자체로도 결속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 공동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곳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자치기구 역시 학생회 일원이 아닌 학생들의 관심이 뒷받침될 때 더 큰 효능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다시 더 많은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등록금과 관련된 부분은 많은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 주시는 편이지만, 생각보다 실제 화력이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었습니다. 이는 우리 학교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으로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생각하기 힘든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에 우리 학교의 학생들 역시 학생 자치에 관심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등록금 관련 흐름은 그런 점에서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던 거고요. 보통 이런 설문조사를 진행하면 응답자는 100명에서 300명 정도인데, 이는 한 단과대의 규모가 채 되지 않는 인원입니다. 학생 사회의 요구를 파악하고자 총학생회, 혹은 단과대학 학생회 차원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더라도 응답률이 너무 낮아 대학 측에 전달할 근거 자료가 부족해지는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만약 학우 분들이 확실히 개선되거나 추가되기를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이러한 의견 수렴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생 자치 교육’에 관해 답변 드리자면, 현재 총학생회 소속 교육자치국 주관으로 학생 자치 설명집을 제작 중에 있으며, 이번 개강 후(3월)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2학기에는 정선거 전 학생 자치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대상은 학생대표자 및 덕성 구성원 모두입니다.
앞서 우리 학교 학생 사회가 “화력이나 역동적인 움직임”이 많이 적다는 인식을 표해 주신 바 있습니다. 본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학생들의 참여를 조직화, 구조화하는 것 역시 학생회의 역할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생 자치 교육’이 실제로 학생들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혹은 총학생회 차원에서 별도로 고민 중이신 내용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총: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 우리 학교 학생 사회는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움직임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회는 단순히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다리는 데에 그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공론의 장을 만들고 학생들의 의견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이를 조직화하고 구조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생 자치 교육은 기본적으로 학생 자치의 의미와 함께 학내 자치 기구의 구조, 회칙과 세칙 등 제도 전반을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나아가 학생들이 학교 내 문제를 개인적인 불편이나 불만이 아니라 공적인 의제로 인식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제안하며 실제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 자치 교육이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연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학내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온오프라인 소리함, 간담회, 소통방 링크 등의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할 것을 공약으로 준비하셨습니다. 그러나 학내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밀도 높은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안들도 존재합니다. ‘여정’은 덕성여자대학교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장애학생지원센터와 협업한 모니터링 계획을 밝히기도 한 만큼,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장애학생 등 학내 소수자 집단의 문제에 접근할 때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관련 학생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지, 또는 해당 사안을 다루는 회의체를 구성하는 방안 등의 구상이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총: 장애학생을 포함한 학내 소수자 집단의 의견을 수렴할 때에는 기존의 공개적인 소통 창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관련 부서나 기구, 예를 들어 장애학생지원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당사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간담회나 소규모 면담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총학생회 중앙집행국 중 권리연대국과 복지운영국이 해당 사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할 계획인데요. 일회성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제기된 문제들이 어떻게 검토되고 반영되었는지를 다시 공유하는 환류 과정까지 포함한 대응을 통해 학내 소수자 집단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여정’은 신임 총장과 올 한 해 동안 임기를 같이 보내게 될 텐데 신임 총장에게 우선적으로, 또는 중요하게 바라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총: 저희의 핵심 공약이 ‘소통’이라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도 있지만, 총장님께서도 협의와 업무를 함께하는 과정에서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떠한 요구나 방안을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총학생회에서 중앙운영위원회의 구성원과 총장, 혹은 각 부서의 처장단까지 모아 간담회를 열거나 총장과 총학생회장단 간의 지속적인 간담회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입장이 학교에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하는데요. 학교 측에서도 이러한 요청에 응해주셔야 총학생회에서도 그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간담회 등을 요청드렸을 때 반갑게 맞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처장단의 성비와 관련된 것입니다. 보통 총장은 각 처장단의 임명권을 갖고 있어 총장이 바뀌면 처장단도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여러 회의에 참여할 때마다 대부분의 처장님은 남성이라는 점, 여자 대학을 이끄는 실무진에 여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신임 총장님은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쓰시면서 구성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회의 진행은 남성이, 실무나 보고는 여성이 담당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점 역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 저 역시 학생들과의 소통, 그리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등록금 설문의 경우도 예상 외의 많은 표본을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 본부에서도 이를 체감하게 되었고, 그를 기반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거든요. 총장님은 이러한 데이터를 보고 수용할 수 있는,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총: 개인적으로는 ‘여자 대학’의 경쟁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의 업무를 많이 해주시기를, 그리고 지역 공동체와의 상생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총장과 학교이기를 희망합니다.
민재홍 총장 후보자 당선인은 총장 직속 '민주 거버넌스 소통위원회'와 교수, 직원, 학생이 참여하는 '덕성 Agora'를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공약 자체만 보았을 때, 총학생회장단에서는 이러한 기구들이 형식적인 참여에 그치지 않기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안건 제안권, 의결 구조 등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위해 보완되어야 할 지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또한, 총학생회는 해당 기구 안에서 어느 수준까지 제안과 개입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총: 단순히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학생 구성원의 참여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 거버넌스 소통위원회나 덕성 Agora 역시 대학본부와 학생대표 간 공식적인 간담회 형태로 운영되되, 회의 이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대표가 직접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되기를 바랍니다. 현재 우리 대학은 다수의 위원회에 학생대표가 참여하여 의결권을 갖고 있는 만큼, 이러한 경험과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학생회는 해당 기구 안에서 단순한 의견 전달자에 머무르기보다는, 학생 사회의 요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안하고, 논의 과정과 그 결과를 점검하며 다시 학생들에게 환류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총장, 학우들을 비롯하여 학교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부: 같은 학교에 있더라도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느냐에 따라 본인의 시야도, 이해관계도 많이 달라지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같은 문제에 서로 다른 입장이 존재할 수 있는데도, 한쪽에만 치우친 의견이 내세워지다 보면 학교는 발전 과정에서 방향성을 잡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고도 하지만, 여러 목소리가 모여 그 안에서 많은 것을 고민하고 절충해 나가면서, 학교의 방향성을 바로 세우는 데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총: 말씀하신 것과 이어지는 부분인데요, 각자의 위치에 따라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최대한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저희 학생회를 생각해 보자면, 학생회가 대학 문화를 만들고 더 많은 학우들의 더 나은 학교 생활을 위해 대학 본부, 학생들, 교수님들과 소통하는 역할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같은 학생이라는 것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잊으실 때가 있는 것 같아, 이러한 부분은 조금 더 넓은 시선에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학내 구성원은 직원, 학생, 교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캡스(경비 인력)’나 청소 노동자, 나아가 우리 캠퍼스에서 살아가는 ‘덕냥이’까지 포함해 더 많은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려면, 각자가 본인의 길만 바라보기보다 서로가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모두가 조금 더 잘 살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요?
소통의 중요성은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통은 학내의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통의 장에 진입하는 것조차 수차례 가로막히는 학생들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해야 하는 걸까. 근맥은 엘리베이터가 있고, 턱이 없어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인문사회관 3층의 라운지에서 장애학생당사자 채원 님과 그의 어머니 진영 님, 그리고 학내 장애인식개선 서포터즈 ‘옐로우블록’의 9기 단장을 맡았던 정연 님을 만났다. 이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학교의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소통의 어려움’이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채원 님: 사회복지학과 아동가족학을 전공하고 있는 24학번 문채원입니다. 장애 학생 전형 1기로 입학했고 그해 2학기부터 덕성 장애인식개선 서포터즈에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연 님: 정치외교학전공 23학번 박정연입니다. 사회복지나 법학 수업도 함께 듣고 있고, 실내디자인전공 수업도 들었어요. 제도나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도 24학년도 2학기부터 덕성 장애인식개선 서포터즈에서 함께 활동했습니다.
진영 님: 문채원 학생의 엄마 오진영입니다.
이번 민재홍 총장 후보자 당선인이 “장애인 학생을 배려한 포용적 캠퍼스 문화 조성,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현재 덕성여대의 배리어프리 수준은 어떠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이후 새 총장이 관련 공약을 이행할 때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정연 님: 제가 알기로는 아직까지 우리 캠퍼스에 휠체어 이용자가 3명 정도에요. 2024년에 장애학생전형(이하 ‘전형’)이 처음 실시되면서 입학한 친구들인데, 아직까지 그 인원이 그대로인 것 같아요. 문제는 이 학생들이 입학했을 때, 캠퍼스에서 경험하게 될 접근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런 어려움이 있을 거다, 그럴 땐 어떻게 하면 좋다” 알려줄 수 있는 선배도 없었고, 캠퍼스도 구성원들도 휠체어 이용자에 대한 경험이 없는 티가 났어요. 진영님이나 채원님이랑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어보아도, 학교 시스템 전반에 휠체어의 동선이나 이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 하루 종일 경험하는 세부적인 어려움들이 사실은 거기서 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찾을 곳은 어쩔 수 없이 장애학생지원센터(이하 ‘센터’)에요. 그런데 센터가 전형이랑 같은 해에 생겼어요. 사실상 신입생들이 센터를 충분히 의지할 만큼 센터가 캠퍼스의 접근성이나 장애학생지원제도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거예요. 장애학생지원센터장(이하 ‘센터장’)은 장애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새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직원 중에 배정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그리고 타 부서의 장과 겸직이라 그런지, 센터 내에서 근무하지 않고 있어요. 장애학생지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계약직 직원 한 명이 장애학생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형태인데, 담당자에 따라 장애학생들의 학교생활이 큰 영향을 받아요. 중요한 건 센터장과 센터 직원이 학내 장애학생지원의 중심인데, 이분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가 담보되지 않아요.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에서 2022년에 제작한 장애인식개선 자료를 보면, “적어도 장애학생지원센터 직원은 인권의식이 높고 전문적인 직원이 배치됐으면 좋겠어요.”라는 인터뷰 내용이 삽입되어 있어요. 2015년에 발행된 <‘장애 모르는’ 장애학생지원센터, 인권위에 진정>이라는 기사가 있는데, 내용 그대로에요. 게다가 지난 2년 사이에 센터장은 1번, 센터 직원은 2번 교체되었어요. 안정적인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나아졌나 싶다가도 어설퍼지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구조에요. 제발, 학교 안에 믿을 만한 분이 장애학생지원을 담당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이런 상황들 속에서, 신입생들이 의도치 않게 스스로 대학 내 접근성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임무를 떠맡았죠. 그럼 학교가 신입생과 힘을 모아 시급히 제도와 시설들을 마련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상황인 건데,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목소리를 내주는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의 시선이 솔직히 곱지 못한 것 같아요. 제 상식으로는 학교 입장에서 오히려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것 같은데요. 이 학생들도 학교를 고치러 온 게 아니라, 그냥 재학생으로서 학교생활을 누리러 온 거잖아요. 벌써 이 친구들의 대학 생활의 절반이 지나갔어요. 덕성여대의 구성원으로서, 제가 다 미안하고 창피하고 답답하고 속상하고 그런 마음들이 들어요.
진영 님: 그리고 공사를 한다면 학생을 동반해서 의견을 물어본다든지 그런 절차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24년 이후에 편의시설 공사가 계속 이루어지긴 했는데, 실제로 활용하기에는 조금씩 부족한 시설들이 만들어진 느낌이에요. 인사관에도 장애인 화장실이 새로 만들어졌는데도 세면대에 휠체어가 안 들어가요. 차미리사관도 층마다 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거든요. 근데 공간이 안 나와서 실질적으로 휠체어로는 사용할 수가 없어요. 또 주차장에 차양막을 설치했다고는 하는데, 저희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거든요. 근데 장애인 콜택시로는 이용하기가 어려운 주차장이에요. 왜냐하면 차량 뒤에 리프트가 내려와야 되는데 현재 있는 차양막으로는 공간이 좁거든요. 그래서 저는 비가 오면 지금도 행정동 앞에 주차하고 있어요. 그래야 안전하게 학생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주차하는 게 아니라 잠깐 정차하는 건데도 학교는 거기가 장애인 주차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며 저보고 바리게이트를 다 치워가면서 주차하라는 거예요. 비가 오면 장콜에서 내려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잠깐 정차한 뒤, 출차하면 바리게이트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고 등교하고 있어요.
정연 님: 그러니까 이런 맥락들을 대학의 구성원들이 같이 알고, 집단지성으로 장애학생을 포용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해요. 담당 기관이 알아서 하겠지, 담당자가 하겠지, 이렇게 거리를 두고 방관하면 안 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 특히 새 총장님께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면 좋겠어요. 대학 구성원들의 소통과 정책으로의 연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시던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채원 님: 제발 총장님께 전해져서 꼭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당장 이번 학기부터요.
한편 장애학생을 위한 정책은 늘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에 그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장애학생의 권리와 관련해 더 논의해야 하는 문제들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채원 님: 환경적인 거 하면 뭐해요. 자꾸 수업에서 배제되는데요.
정연 님: 저는 환경을 물리적인 차원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민재홍 총장 후보자 당선인의 발전계획서에도 “장애인 학생을 배려한 포용적 캠퍼스 문화 조성, Barrier-Free 환경 조성” 부분이 공간 인프라에 대한 내용으로 구분되어 있더라고요.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에 대해 논하자면, 제도적인 영역이나 문화적인 영역을 빼놓으면 안 되는데요.
진영 님: 저는 전에 정연 님이 하신 말씀 중에 너무 감동받았던 게, “장애인이라고 해서 자꾸 배제하고 따로 하기보다는 같이 부딪히면서 생활하다 보면 길이 나오고 답이 나온다.”예요. 삼육대에 다니는 친구는 학교 MT에 엄마가 따라가려고 그랬더니 오지 말라고, 자기들 다 알아서 한다고. 그래서 1박 2일 동안 대성리에서 애들끼리 잘 놀았다더라고요. 애가 다 커서 혼자 알아서 하니까 너무 뿌듯했대요. 근데 우리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정연 님: 인식의 문제에요. 저는 그게 기억나요. 2025년도에 진행했던 DS-FM 멘토링 프로그램에 채원이가 멘토로 지원했다가 만류 당했던 일이요. 멘토 선발 대상은 ‘신입생들의 대학 생활 적응을 도와 줄 성실한 선배 재학생’, ‘후배를 이끌어 줄 리더가 되고 싶은 선배 재학생’이었어요. 채원이한테 너무 어울리는 수식어인데, 학교에서 “이거 왜 하려고 하는 거예요? 장애 학생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은 아닌데...” 그랬다면서요. 다른 학생들한테는 따로 지원자 확인이나 선발 절차도 없었는데, 채원이한테만 따로 물어본 거예요. 거기에 진영님이 “멘티로 장애학생이 입학할 수도 있지 않냐”고 하셨잖아요. 근데 그건 둘 다 틀렸어요. 멘티가 장애가 없는데 장애학생이 어떻게 멘토가 되냐는 말은 물론이고, 멘티가 장애가 있다고 멘토로 장애학생을 매칭해 주는 것도 차별적인 사고방식이에요.
자원이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일방적으로 흐를 것이라고 여기는 고정관념을 깨야 해요. 그럼 더 즐거울 수도 있고,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돼요. 함께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건 오히려 비장애 학생들일지도 몰라요. 학교에서 장애학생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들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참여를 박탈하고 배제시킬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어요. 충분히 준비된 상황, 모두가 다 편한 상황이라는 건 허상이에요. 학교는, 사회는, 불편하더라도 함께 불편하자고 함께 부딪혀주는 게 기본이 되어야 해요. 결국에는 다 같이 살아야 하니까, 과정에서도 생략하지 말고 같이 해야 해요.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가 장애 학생의 자립인 것 같습니다. 학교는 장애 학생의 자립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으나 전무한 상황이고, 이에 따라 개인적인 차원의 돌봄에 의지하게 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장애 학생의 자립을 위해 학교는 어떤 제도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채원 님: 제발 생활 도우미 좀 만들어 주세요. 타 대학은 등교부터 하교까지 다 친구들이랑 하니까 엄마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어요. 저희는 항상 같이 다녀야 되다 보니까 엄마도 힘들고, 가족들의 반대도 있고. 진짜 바꿨으면 좋겠어요. 자립하고 싶어서 작년에 기숙사에 들어갔었는데 그곳에 가니 엄마의 도움 없이는 어느 것 하나 혼자서 할 수가 없더라고요. 연세대나 나사렛대 같은 경우는 기숙사에 장애와 비장애 친구가 같이 살거든요.
진영 님: 맞아요. 덕대 기숙사는 현관문부터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워요. 숭실대에서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 학생을 내려주고 엄마는 그냥 집에 가거든요. 거기서 다 알아서 해결하고, 학교가 끝나면 다시 집으로 데려가기만 하더라고요.
정연 님: 장애 학생의 자립은 ‘장애친화적인 캠퍼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서 별개의 하나의 미션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통해 성취해야 할 목적이자 방향성 그 자체에요. 그러니까 장애학생의 대학생활을 지원하는 제도들은 장애학생의 대학에서의 자립, 그리고 대학을 통한 자립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하고, 그 취지에 부합하도록 운영되고 있는지 검토되어야 해요.
저는 우리 학교에 장애 학생의 자립을 보장하는 제도가 전무한 것이 아니라, 제도가 제 목적을 이루도록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라고 봐요. 물론 추가적으로 도입하면 좋을 제도들도 분명 있겠지만요. 이를테면 장애학생의 학교생활 참여를 재학생 매칭을 통해 지원하는 “교육지원인력” 제도가 우리 대학에서도 운영되고 있는데, 강의시간 중의 필기와 강의시간 직전과 직후의 짧은 이동지원 정도만 제공되고 있어요.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장애학생의 자립을 위해서는 강의시간 외에도 등교부터 하교까지의 모든 활동, 혹은 기숙사에서의 생활까지 모두 지원의 대상이 되어야 해요.
현 제도상 대학들의 “교육지원인력”은 한국장학재단의 국가근로 장학사업 중 하나인 ‘장애대학생 봉사유형’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한국장학재단의 운영 지침에도 생활지원에 대한 내용이 있고, 다양한 형태의 학습지원과 생활지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이 다수 존재해요. 타 대학들의 지원 사례를 접할 수 있는데, 우리 대학에서는 수업 중 지원도 아직 충분히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상황이 아니니 장애학생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막막하고 답답한 상황이죠. 타 대학의 지원 우수 사례를 검토하고, 우리 대학도 제도를 확대해서 운영해야 해요. 다른 제도들도 비슷한 검토가 필요하고요. 당장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근본적으로, 중증 장애학생에 대해서는 부모가 대학 생활을 따라다니면서 보조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부터 고쳐야 해요. 모든 곳에서 그걸 당연시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정연 님은 작년 6월 학교에서 “장애학생과 적극적 태도로 논할 간담회를 수시로 조정해야 한다”는 인터뷰를 진행하셨습니다. 민재홍 총장 후보자 당선인 역시 “학생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간담회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추후의 간담회가 그 점을 개선해 형식적인 행사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정연 님: 장애학생 전형이 생긴 뒤에 매 학기 한 번씩 장애학생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재학생에게는 참석 자격이 없어요. 관련 교직원이랑 정해진 일정에 참석이 가능한 장애학생·학부모만 참석할 수 있어요. 그런데 가시화를 원하지 않는 학생이 많은지 참석자가 많지 않더라고요, 매번 상당히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죠. 일반공지사항에 공개적으로 안내를 하는 대학도 있어요. 교육지원인력, 그 외에도 기타 참석을 원하는 학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참석하라고요. 수업시간이랑 겹치는 학생에게는 출석인정서를 발급해주기도 하고요.
진영 님: 우리 학교에서도 딱 한 번 간담회를 비장애 학생까지 개방해서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희 학부모들이 몰랐던 정보들을 참 많이 알게 됐거든요. 왜냐하면 저희는 얘네들이(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만 가니까요. 근데 그때 어떤 분이 도서관에 잠자는 곳도 있고, 공부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곳을 가본 적이 없으니까 새로운 정보를 알게 돼서 너무 좋았거든요. 근데 거기서 비장애학생들이 (장애 차별적인 시스템에) 많이 문제 제기를 하니까 학교에서 다음부터는 초대하지 말라고 해서, 그다음부터는 다시 저희끼리만 해요.
정연 님: 24학년 2학기에 서포터즈 단원을 참석할 수 있게 해주었거든요. 저도 그때 서포터즈 자격으로 참석했었어요. 그리고 일반 공지사항도 아니고 장애학생지원 공지사항에 간담회 안내글이 게시됐었어요. 몇명 읽지도 않는 게시판이라, 제가 그때 주변에 관심 있는 학생들 참석하면 좋겠다고 알려줬었어요. 저 포함해서 비장애학생이 5명 정도 참석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날 참석했던 재학생들이 학내 장애문제에 관심도가 많이 높았는지 다들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주셨어요. 당시 센터장님이 저한테, “저 학생들은 누군데 그러냐”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 그날 사람들 있는 앞에서 센터 직원을 꾸짖으시더라고요. 이게 이런 자리가 아니라며…. 그럼 무슨 자리죠? 그날 오히려 간담회 개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죠. 다음 학기부터는 서포터즈도 다시 참석할 수가 없었어요. 간담회 개방해달라고 몇 번 요청을 드렸는데, 결국은 폐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너무 아쉬워요.
진영 님: 최소한 장애학생과 관련 있는 대필도우미(교육지원인력)나 아니면 옐로우 블록이나 이런 사람들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정연 님: 맞아요. 그렇지만 관련 있는 대상이 누군지 학교에서 임의로 정하는 것보다 모두에게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당장 서포터즈 임기를 마치면 공론장에서 배제될 수도 있는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요. 게다가 간담회에서 어떤 의견들이 오갔는지나, 관련해서 어떻게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공개되는 자료가 없어요. 회의록이 잘 기록되고, 공개되고, 자료들을 토대로 연속적인 논의가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우리가 갈 길이 멀어요.
마지막으로 총장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채원 님: 한 가지만 제가 말씀을 드리자면, 총장님이 정말로 배리어프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 일과를 하루만 같이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장애인이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고, 어떤 게 힘든지 아실 테니까요.
정연 님: 덕성여대는 차미리사 선생께서 소외된 여성들의 자립의 터로서 세우신 곳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있는 여성들은 장애 여성들이 아닐까요. 차미리사의 창학 정신 “자립”은 현 장애인 운동의 구호이자 목적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평지에 있는 대학이라는 것은 교통약자,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에요. 우리 덕성여대가 강점을 잘 살려서, 장애 여성들의 자립의 무대로서 자랑스러운 대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덕성
대학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정의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학 공동체를 이루는 학생, 직원, 교수, 지역 주민, 그리고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동식물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저마다 처한 위치와 조건에 따라 꿈꾸는 대학의 모습은 조금씩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다양한 꿈들이 서로 부딪히고 섞이며, 함께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대학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민주주의와 소통이 부재한 대학은 구성원의 삶을 손쉽게 위협한다. 새로운 변화의 4년을 맞이한 2026년, 진정한 ‘민주 덕성’의 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총장의 권한 또한 ‘행보를 지켜보겠다’라는 구성원의 신뢰 위에서 위임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가 약속한 변화가 어떤 무게를 담아 이행되는지, 우리의 목소리가 학교 운영에 있어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끝까지 지켜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모두가 꿈꾸는 덕성이 현실이 되기 위해, 앞으로의 시간을 결정하는 순간들은 바로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달려 있다.
1) 주세린. 「총장 임기 2년차, 학우들의 평가는?」, 『덕성여대신문』, 2023.05.22.
2) 같은 해 7월, 본지가 김건희 총장, 강남희 기획처장, 민재홍 교육처장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섣부른 공지가 신입생에게 피해를 줬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 총장은 이미 사과문을 통해 미안함을 표현했다고 답변했다. 결국 종로캠퍼스 활용 방안은 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구체화되지 못했다.
교지편집위원회 근맥. 「덕성여대의 말말말: 종로운현캠퍼스」, 『근맥』 85호.
3) 교지편집위원회 근맥. 「덕성여대의 말말말: 전공 통폐합」, 『근맥』 85호.
4) 조우호 외. 『사라지는 학문, 무너지는 민주덕성』, 푸른나무, 2025, 20쪽.
5) 손지연·강동용. 「덕성여대 독문과·불문과 폐지...인문학 붕괴 확대되나」, 『서울신문』, 2024.04.24.
6) 조우호 외, 앞의 글, 202~206쪽, 참조
7) 교지편집위원회 근맥. 「덕성여대의 말말말: 학내 구성원 차별」, 『근맥』 85호.
8) 각각 70.5%, 13.5%, 12.5%, 3.5%의 반영비를 갖는다.
9) 기업별 채용 절차에 따른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 제공, 해외 취업 활성화, 현장실습학기제와 덕성인턴십 프로그램 확대 등. 잡플래닛, 커리어라운지, 재맞고를 통해 양질의 온오프 취업 콘텐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잡플래닛은 제휴대학 등록에 불과하고, 재맞고는 정부 주도의 취업 보조 제도이므로 민 총장만의 특별한 비전이 담겨있는 공약은 찾기 어렵다.
참고문헌
교지편집위원회 근맥. 『근맥』 85호, 2023.
손지연·강동용. 「덕성여대 독문과·불문과 폐지...인문학 붕괴 확대되나」, 『서울신문』, 2024.04.24,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4/04/24/20240424500104(2026.01.03. 접속).
조우호 외. 『사라지는 학문, 무너지는 민주덕성』, 푸른나무, 2025.
주세린. 「총장 임기 2년차, 학우들의 평가는?」, 『덕성여대신문』, 2023.05.22, https://www.dspress.org/news/articleView.html?idxno=11444(2026.01.03.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