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호] 여는 글

편집장

안녕하세요. 근맥 교지편집위원회입니다.

언제나처럼 형식적인 인사로 찾아뵙습니다. 그런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진심으로 여러분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마음을 담아 다시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안부를 여쭙니다.

그 와중에 이 글을 퇴고하는 지금, 하루 확진자 수가 2천 명이 넘었다네요. 불안한 마음에 또 고쳐봅니다.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누군지 그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가벼운 인사말도 버겁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잘 지내시나요? 근맥은 잘 있습니다. 아마도요.


‘재앙은 소리 없이 스며든다.’ 작년 겨울에 별안간 들었던 생각입니다. 바이러스 재난영화를 무서워하던 저는 그런대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보며 ‘쟤넨 무섭지도 않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 사는 세상도 썩 다르진 않아 보입니다. 자정까지도 환하던 골목들이 밤 열 시만 되어도 문을 틀어 잠급니다. 과거의 저에게 요즘 세상 이야기를 해주면 못 살겠다며 불안에 떨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이렇게 살아지는데 말입니다. 적당히 지키고 적당히 변하면서 살 구멍을 찾는데 말입니다.

근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81호는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가 극에 달한 때에 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매 학기 발행과 인원에 비례한 기사 수를 고수하며 여전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런가 하면 ‘브런치’를 통한 온라인 기사 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근맥을 찾아주시는 학우 여러분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를 꾀한 것입니다. 여전하고도 새로운 근맥은 한 문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근맥은 소중한 학우 여러분의 교지대비로 만들어집니다.' 줄곧 덧붙여온 말이자 근맥의 정체성이 담긴 말입니다. 이번 호도 여러분을 위한 책을, 여러분 덕분에 무사히 펴냈습니다.


최종 아이템들이 적힌 화이트보드 판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근맥은 당연의 호수를 건드려봅니다. 81호의 물음표는 이런 문장 뒤에 찍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전부일까요?

서로의 온기마저 조심스러워지는 요즘, 각자의 세계는 공고해져만 갑니다. 한 명의 세계는 무척이나 작습니다. 그 좁은 자리를 지키다 보니 경계선 밖에 있는 타인의 불빛은 차단된 지 오래입니다. 다른 이에 의해 차단된 그 불빛이 때로는 나의 세계가 되기도 하겠지요. 이번 표지가 시사하는 바도 이와 같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그 누구도 비추지 않고 깜깜한 화면만 보여주다 끝나버리는 영화처럼, 분명 함께이지만 서로를 느끼지 못하고 단절된 어쩔 수 없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나의 테두리밖에는 더 많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요. 나의 신경이 닿지 않은 곳에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결국 이 장황한 말들은 다 같이 잘살아 보자는 순박한 말로 귀결되어 여섯 명의 문체 안에 스며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습니다. 가끔은 아득해서 누군지 보이지도 않는 희미한 곳에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나와 내 주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계절이 돌아옵니다. 이번 가을은 부디 날이 좋길 기대해봅니다. 그전까지 안녕하세요.


또 다른 그런 사람,

편집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