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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근영 May 29. 2016

쿠바의 리듬에 취하다

카리브해의 진주, 쿠바여행기


체 게바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말레꼰, Cigar, 쿠바 리브레, 모히토, 헤밍웨이, 살사, 카리브해의 진주.

쿠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금세기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평가한 사람, 체 게바라. 친미성향의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붕괴시키고 쿠바의 혁명을 이룬 그는 지금도 불멸의 투쟁가로 기억되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여행자의 동경이 된 나라, 쿠바.


쿠바? 큐바?

과연 어떻게 불러야 할까?

영어로는 '큐바'라고 발음해야 알아듣지만 원음은 '쿠바'가 맞다.


어느 특정한 나라의 이름이나 도시 이름을 듣는 순간, 덜컥 사랑에 빠진 듯 무작정 설레는 곳이 있다. 내게 쿠바는 그런 나라였다. 가슴속에 아련한 그리움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열병처럼 온 몸으로 퍼지면서 발을 간지르는 느낌.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왔던 영화 '하바나'를 보고나서부터 시작된 불치의 쿠바앓이. 무려 이십여 년이 훌쩍 지나서야 나의 꿈은 이루어졌다. 갈망하면 꿈은 이루어진다.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체 게바라.


 길잡이의 본보기를 가르쳐주는 말, Che !


미국과의 수교 단절 이후 지리적으로 더 멀어졌던 나라,

한국에서는 직항이 없어 한 번에 가 닿을 수 없는 나라,

하지만

죽어서도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체 게바라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으로 이미 친숙한 나라,

쿠바 !


말레꼰(방파제)에 앉아 석양을 낚는 사람들


잊지 못할 말레꼰의 일몰


에메랄드처럼 푸르다는 카리브해 속에 첨벙 몸을 담그고 싶었다. 50년대의 올드 카를 타고 영화주인공처럼 스카프를 날려보고 싶었다. 세상의 어느 일몰보다 아름답다는 말레꼰의 석양을 가슴에 담아오고 싶었다. 헤밍웨이는 왜 자신의 조국보다 쿠바를 더 사랑했는지 알고 싶었다. 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의 느낌은 어떤지 보고싶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과의 수교가 다시 이루어져 자본주의에 물들어 가기 전에 얼른 다녀와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있었다. (2014년 8월에 쿠바를 다녀왔고 그 해 12월 미국과 쿠바는 국교 정상화 회담을 시작했다)

여행을 떠날 때 동기나 목적은 각양각색이겠지만 나의 바람은 세속적인 로망 그 자체였다.


바라데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카리브해의 일몰.


처음 마주친 순간, 마치 이전 생애부터 사랑해왔던 연인을 만난 듯 친숙하게 끌렸다. 화려했던 과거는 허물어지고 낡은 벽에 계속되어 온 총천연색의 덧칠은 애처롭기도 했다. 다시 오지 못할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는 나이든 여자의 짙은 화장 같달까.


동유럽 국가의 차갑고 딱딱했던 사회주의 시절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남미인 특유의 열정과 낙천성은 어디서든 눈에 띄었다. 길거리에서 청소하는 여인도 엉덩이를 씰룩거리게 만드는 살사 리듬. 여행자의 스텝도 따라서 경쾌해지고 어깨가 들썩였다.


비냘레스의 mogote.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


비옥한 토양에서 재배되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먹거리는 식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었다. 사탕수수로 만든 럼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들은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았다.

특히 애플민트와 라임즙을 듬뿍 짜서 넣은 모히토는 첫키스처럼 짜릿해서 자꾸 생각날 것 같았다.


신선한 애플민트와 상큼한 라임을 넣은 모히토.



긴 여행에서 돌아와도 끝나지 않는 여정이 있다.

쿠바는 그런 곳이다. 그러니 감히 떠나지 말라.

도발적인 카리브해의 바람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올드 카, 고소한 쿠바 샌드위치, 혀돌기를 기분좋게 자극하는 럼 칵테일들 그리고 중후한 시가 향을 내내 그리워하며 서울 하늘 아래를 미친 듯이 헤매고 싶지 않다면..



Viva Cuba Libre (자유 쿠바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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