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면

결정을 내릴 때가 왔다

by 그사이

열심히 하는 걸로는 충족시킬 수 없다. 우리는 그걸 한계라고 부른다. 잔혹한 사실은 누구도 한계점을 명확히 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땅을 파고 내려간다. 언젠가 발견할 금덩이를 위해. 나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상을 믿고 싶다. 하지만 내가 쓰던 삽은 이미 오래전에 녹이 슬었다. 나는 이제 표면에 있는 이쁜 돌멩이를 모아 파는 삶에 익숙해져 버렸다. 세상 때가 손에 덕지덕지 묻었다. 눈은 여전히 하늘을 보지만 다리가 땅에 뿌리를 내렸다. 날아가려면 다리를 버려야 하고 만족하려면 눈을 가려야 한다. 한계를 믿지 않지만 한계의 존재를 느낀다. 나는 지금 이 모순된 문장 사이에 서 있다.


오만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자기 계발 서적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에서 삶의 방향성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나와는 정반대 일 수도 있는, 그 사람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경우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강한 어조를 지닌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이 뭐라고 말하든 결국 살아가는 사람은 나이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충분하지 않다면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닙니다.' 댁이 누구길래 나의 최선을 저울질합니까. 목표를 향하는 불도저 같은 삶만이 진정한 삶이라고 강조한다면 나는 가짜 같은 삶을 살아도 상관없다.


시간의 유한함을 피부로 느끼는 나이가 왔다. 쉬어도 예전만큼 활력이 돌아오지 않고 잠시만 게으름을 피워도 일주일이 사라져 버린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생각한다. 타협을 할 때가 왔다고. 한계가 왔다고. 어쩌면 한계가 아닐 수 있지만, 좀 더 나아갈 여지가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여기에서 타협을 하려고 한다.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에 만족하려 한다. 나는 여기까지 밖에 못 오는 인간입니다. 그걸 인정하고 나면 나를 좀 내버려 둘 수 있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면 결심을 내려야 한다. 더 모질게 나를 밀어붙일 것인지 아니면 나의 한계를 믿을 것인지. 상승 지향성이 가득한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둘 중 어느 하나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시달려야 한다. 사람들한테, 욕망한테, 나한테. 그러니까 다들 입 다물고 각자의 길을 가면 된다. 이미 스스로에게 들들 볶이는 서로에게 말 한마디 더 보태지 말고 어떤 결심을 할지나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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