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솔직히 생각해 보면
관계에서 명확하게
불쾌한 순간은 드물다.
분노를 쏟아낼 만큼
무례한 사람을 만나거나,
두고두고 아파할 만큼의
큰 사건을 자주 경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관계의 부정적인 신호는
사소한 어긋남에서부터
비롯된다.
순간의 말투 하나,
어떤 일에 대하여
미묘하게 다르게
반응하는 태도 등..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예전의 나는
이게 정말 불편한 건지,
아니면 내 기분 탓인지부터
매번 따져보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깨닫게 되었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나 혼자서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한 불쾌감은 드물다.
자주 찾아오는
애매한 불쾌감을 통해
지금의 관계를
점검해 봐야 한다.
애매한 형태의 관계들을
정리하고 나서
가장 좋았던 건
괜히 내 기분을 탓하며
스스로를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었다.
진짜 관계는
약속을 잡을 때부터 다르다.
연락 빈도와 상관없이
언제든 서로의 일정을 묻고
조율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굳이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수월하게 맞춰진다.
그러나 아닌 관계는
약속 하나를 잡는 데도
상당한 에너지가 쓰인다.
수많은 날짜들이 언급되는데도,
서로가 일치하는 날짜를
맞추는 데 며칠이 걸리고,
매번 내가 너무 애써서
만나는 게 아닌지,
공허한 기분도 든다.
나다움을 유지하는 관계는
확실히 덜 소모된다.
손해 보는 기분도 들지 않는다.
만나느라 쓰인 에너지보다
얻어 가는 에너지가 더 크다.
그러니 분명한 이유 없이도
자꾸 닳아지는 기분이 든다면,
지금 그 기분을
무심코 지나치지 말자.
내 감정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그 관계가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의 삶을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