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pe and scope(이하 스케이프 앤드 스코프)’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스케이프 앤드 스코프’는 가장 자연스럽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브랜드이다. 자연을 주제로 몇 가지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종이를 소재로 한 문구류, 유기농 면 원단에 패턴을 넣어 만드는 패브릭 제품들, 그리고 성게 껍데기나 조개 껍데기, 작은 돌멩이 등 자연 그대로의 소재를 사용한 ‘EARTH MADE’ 시리즈가 있다.
공간에 와보니 정말 신기한 제품들이 많다. 많은 주제 중, 자연을 다루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사람들에게 자연의 신비함과 놀라움 그리고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을 좋아하지만 자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나도 그랬고. (웃음) 특히 학교를 졸업하면서 부터는 과학이나 자연 현상, 자연 그 자체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적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 고등 껍데기의 패턴에 감동 받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책에서 본 고등 껍데기를 보고 밤새 도록고동 껍데기 사진만 찾아봤었다. 보아도, 보아도 같은 모양 하나 없이 아름다운 색·형태·패턴을 가지고 있더라. 성게 껍데기와 돌도 마찬가지고.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알려주고 싶었다. 남들보다 더 오래, 더 많이 자연을 접하며 알게 된 것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주제로 삼았다.
자연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원래부터 자연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셨는지
처음에는 ‘동물’이 좋아서 사진, 영상에 빠졌었다. 그러다 동물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책을 찾아가며 공부하게 되었다. 모든 동물, 식물, 미생물은 서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점점 관심 영역이 자연으로 확대된 것 같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일로 이어진 셈이다.
공간을 둘러보니 자연 그대로의 재료들이 눈에 띄는데, 제품들의 구체적인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많은 제품 중 ‘EARTH MADE' 제품 시리즈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해당 시리즈 제품들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만들고 있다. 제품 제작을 위해 우선 수급한 재료를 모두 쏟아 두고 하나, 하나 깊게 관찰한다. 그리곤 예쁜 돌, 조개 껍데기, 성게 껍데기들을 찾아 짝을 맞춘 후, 높이·크기·색 등을 고려해 제품에 적합한 것을 골라 구성한다. 가장 중요한 과정이자,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끈기가 필요한 제작 과정이지만 사람들이 핸드메이드를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처럼, 지구가 만든 것들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하여 즐겁게 임하고 있다.
‘스케이프 앤드 스코프’가 위치가 나름(?) 독특하다. 보통 디자인 스튜디오나 공방은 화양동, 자양동에 모여 있는데, 혹시 이 공간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2008년 여름, 동대문구에서 ‘스케이프 앤드 스코프’를 처음 시작했다. 계약이 만료되어 이사 갈 곳을 물색하다 우연히 인근 광진구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게 광진구에서 9년을 있었다. 자연을 가까이 접하는 것이 우리 브랜드에게는 매우 중요한데, 현 위치에서 어린이대공원이 가까운 것이 큰 장점이었다. 여기서 뛰어가면 30초 만에도 갈 수 있다. (웃음) 오래된 나무와 숲이 있고, 짧고 길게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있는 어린이대공원 덕분에 구의동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되는 것 같다.
‘스케이프 앤드 스코프’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생각해보니 벌써 몇 년 전인데, 한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선반에 있는 고둥 반지를 한참 만지작거리며 껴보더니 얼마냐 묻는 것이다. 만원이라 답했더니 아이가 나중에 오겠다며 나가더라. 사실 ‘다음에 올께요~’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하고 나도 자주 하는 터라 흘려들었는데, 몇 주가 지나 그 아이가 정말 다시 방문했다. 주머니 속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들며 이제 만원이 생겼다고, 반지를 사러 왔다고 했다. 친구 선물로 준다며 한참을 고르고 골라 반지를 사갔다. 아이가 주고 간 꼬깃꼬깃한 돈을 받아들고 있자니 ‘누군가 돈을 아끼고 모아 살만큼 내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마음이 뭉글해지는 일화이다. ‘스케이프 앤드 스코프’가 계획하고 있는 앞으로의 활동들이 궁금하다.
일단 내년에도 계속 호기심을 잃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가장 큰 바람이다. 이 과정 속에서 무언가 멋진 것들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고. 제품 생산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필요한 양만큼 만들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환경에 너무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오래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어린이대공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어린이대공원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생각한다. 크고 우거진 숲이 있고, 그 숲에는 청설모, 꾀꼬리, 고양이, 딱따구리 등 많은 동물이 함께 살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동물원 우리에 갇힌 펭귄, 재규어, 호랑이, 사자, 왈라비, 코끼리는 없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동물원 속 동물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어린이대공원’이라는 이름답게 어린이들을 위해서 철창 너머로 동물들을 접하는 것이 아닌 숲에서 자연스럽게 동물, 식물, 자연을 접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스케이프 앤드 스코프’는 풍경의(landscape)의 스케이프(scape)와 현미경 뒷 글자의 스코프(scope)에서 따온 이름이다. 스케이프(scape)는 편안하게 바라보는 자연 풍경, 스코프(scope)는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모양을 뜻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려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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