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수국’은 광진구 구의동에 자리 잡은 우리 술 제작소이다. 물과 누룩을 사용하여 만드는 우리나라 술이라는 뜻으로 물 수(水)에 누룩 국(麴)을 이름에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전통주인 막걸리 외에도 ‘맑은 술’을 뜻하는 청주, 증류식 소주도 다루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이 공간을 운영하지는 2년 정도 되었고.
우리 술을 다루는 곳이 많지 않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공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아 대학 때 외식영양학을 전공했다. 그중에서도 전통 음식에 매력을 느껴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술, 즉 전통주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재미있어졌고 소질이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웃음) 공부를 마치고 가평에 위치해있는 우리 술 교육기관인 ‘전통주연구개발원’에서 4년간 활동했었다. 거리는 멀었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는데 도중에 독립할 기회가 생겼다.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독립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쉽게 결정하진 못했다. 오래 고민한 끝에 도전할 수 있을 때 해보자고 판단했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공간을 알아보기 전 많은 장소가 후보에 있었을 텐데, 광진구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광진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정을 갖게 된 것 같다. 또한, 나와 가장 가까운 곳부터 우리 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고. 서울 중심부에는 전통주를 다루고 교육하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광진구에선 거리가 멀어 관심에서 그쳐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힘들게 얻은 관심인데 외부적 요인으로 발길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더욱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그 덕분에 출퇴근 시간도 단축되고. (웃음)
전통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전통주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흔히들 전통주라 하면 막걸리나 소주 정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외에도 감춰진 보물 같은 술들이 참 많다. 전통주의 가장 뛰어난 매력은 ‘향’에 있는데, 이 향이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울리다 보니 술과 안주를 조화롭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매화나 국화를 이용한다거나 쌀과 물, 누룩만 넣어 ‘순곡주’를 만드는 등 다양한 재료와 그 양에 따라 각양각색의 맛이 탄생하는 재미도 있고.
보통 ‘전통주’라고 하면 올드한 느낌을 많이 떠올린다. 예를 들면 한복을 갖춰 입고 격식 있는 분위기 속에서 마신다거나, 담글 때에도 꼭 항아리를 이용할 것 같고. (웃음) 그래서 나는 대중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가고자 전통주 보다는 ‘우리 술’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우리 술도 얼마든지 예쁜 잔에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 전통주의 매력이 사람들의 편견에 가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쌀과 물, 누룩의 양만으로도 얼마든지 다른 맛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그렇다면, 현재 ‘수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 달에 1~2번 정도 막걸리 만드는 클래스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찹쌀을 이용한 막걸리를 주로 다루지만, 요즘 트렌드가 눈으로도 함께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보니 ‘색을 담은 막걸리’ 클래스도 운영 중이다. 봄에는 딸기나 히비스커스, 여름에는 수박, 가을에는 홍시나 블루베리와 같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색을 입히는 것인데, 맛도 맛이지만 색이 예뻐 많이들 좋아하신다. 이외에도 제사에 쓰이거나 선물로 드리기 위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수업을 요청하시기도 한다.
막걸리의 변신은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다. 어느새 거의 마지막 질문이다. 미래에 광진구에서 ‘수국’이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싶은지?
우리 술의 매력을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 우리 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조선 시대에는 각 집안마다 김치를 담그듯 술을 담그는 문화가 있었다.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내어주기도 하고, 집안의 자랑으로 삼아 집마다 가보로 전해 내려오는 술이 있었다. 물론 방법들은 현대적으로 많이 바뀌어야겠지만, 그런 문화를 다시 재현해 내고 싶다.
건대 가면 양꼬치 먹으러 가고 어딜 가면 무엇을 찾게 되듯이, 구의동 이라고 하면 ‘아 거기 막걸리 하는 데 있던데’, ‘우리 술 하는 데 있던데’ 할 수 있는 이미지로 자리 잡고 싶다. 남녀노소 자유로이 드나들며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술 문화’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물론 미성년자는 안 되겠지만. (웃음)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젠가 나만의 브랜드를 갖는 것이 꿈이다. 몇 년 전, ‘소규모주류제조면허’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제 도심에서도 보다 다양한 술을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성수동 막걸리’, ‘공덕동 막걸리’ 등 그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지역 막걸리가 점점 나오고 있는데, 나 역시 언젠가 광진구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수국만의 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모쪼록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술에 관심 갖기를 바란다.
‘수국’은 구의동에 위치한 우리 술 제작소로, 우리 술을 빚고 연구하는 공방이다. 막걸리, 청주, 증류식 소주 등을 안주와 곁들여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외국인 대상 클래스나 출장 강의를 병행하는 등 우리 술의 맛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늘도 힘쓰고 있다.
· 주소 :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49길 9
· 홈페이지 : https://www.suguk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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