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의미 있고, 소소하지만 특별한 발걸음
- 2019 광진 문화연구소 ’나루 실험실‘ 대담 -
일시 | 2019년 11월 27일(수)
장소 | 광진구 광장동 책방열음
진행 | 광진문화재단 문지은, 이슬기
참석 | 박광택, 박정민, 신금용, 이미지, 이재철, 전다예, 최나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한 ‘2017 지역문화 진흥사업 – 자치구 지원사업(현 지역문화 네트워크 지원사업 – N개의 서울)’을 통해 광진구의 지역문화 사업이 진행 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광진구 곳곳에서 발견한 지역문화 협의체들과 함께 ‘문턱 없는 회의’ 인터뷰 북을 발간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작당모의 프로젝트는 30회차에 이르렀고, 월간지 ‘나루사이’는 13호까지 발간되었다. 광진구의 지역문화를 위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광진문화연구소에서 올해에는 ‘나루 실험실’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고, 소소하지만 특별한 나루 실험실의 발걸음이 올해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나루 실험실’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지역과 지역문화 사업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나루 실험실의 시작 |
지은
재단에서는 초반에 나루 실험실 멤버를 구성하는데 애를 먹었었다.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힐 줄 알았는데, 머뭇거리셔서 조금 놀랐다. 재단에서 먼저 참여 제안을 하곤 했는데, ‘나루 실험실’ 멤버로 제안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나루 실험실’ 멤버로 참여하며 기대했던 것들을 말해주셔도 좋고.
재철
처음 ‘나루 실험실’에 대한 소개를 읽었을 때 ‘전문가 그룹’이라는 글귀가 있어서 머뭇거렸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엇인가 대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러다 우연히 대리님과 작당모의 건으로 통화할 일이 생겨 이야기 나누다 ‘나루 실험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되었다. 프로그램 취지를 듣고 보니 공감이 많이 되었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건대입구역에 위치한 ‘청춘뜨락’ 야외 공연장에 대한 의견이 가장 와 닿았다. 흡연 장소로 전락되어버린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그곳을 다루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다.
미지
저는 조금 반대 의견인데, (웃음) 재철 대표님과는 다르게 처음 ‘나루 실험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재미있고 쉬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나는 제안 받기 전에 먼저 ‘나루 실험실’ 멤버에 지원했었는데, 사실 안 뽑힐 줄 알았다. (웃음) ‘나루 실험실’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어 가볍게 신청했던 것 같다. 다시금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웃음)
나은
사실 저는 재단의 지역문화 사업을 만나기 전까지 광진구에 문화재단에 있는지 전혀 몰랐었다. 광진구에 거주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몰랐다. 그러다 작년 공방 입주 작가로 작당모의에 참여하며 처음 재단을 알게 되었고, 지역문화 사업에 조금씩 참여하게 되었다. ‘나루 실험실’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큰 고민 없이 합류하게 되었다.
금용
‘나라가 부르면 간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입궁했다고나 할까. (웃음) 사실 올해는 돈이랑 관련된 것 말고 시민을 위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나루 실험실’을 통해 그런 것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참여했던 것 같다.
정민
저는 조금 가벼운 마음이었다. 2017년부터 재단의 지역문화 사업에 참여하다보니 익숙한 얼굴이 많이 모여 생각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나루 실험실’ 멤버로 합류했던 것 같다.
다예
처음 ‘나루 실험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엇을 한다고 딱 정해져 있지 않아서 좋았다. 사실 홍대나 관악구 쪽의 책방들은 연합회가 있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것들이 부러웠었는데, 마침 재단에서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기에 무조건적으로 끌렸다. (웃음)
광택
참여의 가장 큰 이유는 ‘네트워킹’이었다. ‘나루 실험실’ 멤버로 제안 받기 전 재단에서 진행 중인 청년예술단에도 신청했었는데, 돌이켜보면 ‘나루 실험실’ 멤버가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 ‘나루 실험실’을 통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지역의 예술가와 기획자, 그리고 같은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 나루 실험실의 <휴흥 프로젝트> |
지은
지금까지 ‘나루 실험실’이라는 이름으로 14번의 공식적인 회의를 진행했다. 비공식 횟수까지 치면 16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웃음) 수차례의 회의 속에서 <휴흥 프로젝트>가 탄생했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 ‘나루 실험실’의 첫 주제가 <휴흥 프로젝트>로 결정 되었는지 궁금하다.
광택
몇 번의 회의를 통해 ‘나루 실험실’ 멤버들끼리 광진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광진구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라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는데 ‘유흥’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유흥’과 관련한 착하고 뻔한 프로젝트 말고 적나라한 날 것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 후에도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다 어느 날 회의에서 금용 작가님이 외부 말고 우리에서부터 출발해 보자라며 “여러분 어떻게 쉬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이거다!‘ 싶었다. 유흥이 즐비한 광진구도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공간일 텐데,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유흥‘과 ’휴식‘을 합친 ’휴흥 프로젝트‘가 탄생되었고, ”당신의 진정한 휴흥은 무엇인가요?“를 주제로 영상을 받는 공모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재철
우와. 설명을 너무 잘하신다.(웃음)
지은
최고다. (웃음) 사실 재단에 입장에서는 시민 공모를 받는다고 하셨을 때 걱정이 많이 됐다. 어떤 경로로 어떻게 받을지, 상품은 무엇으로 할지, 그 동안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쳐두고 ’휴흥‘ 하나로만 가는 것이 괜찮을지 등등. 재단은 언제나 걱정이 많다. (웃음) 사실 <휴흥 프로젝트>라는 주제가 나오기까지도 9회의 회의 과정이 있었다. ’휴흥‘이라는 주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나루 실험실‘ 멤버로서 아쉬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휴흥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이 듣고 싶다.
미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하나 꼽자면 <휴흥 프로젝트>로 우리의 의견이 모아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나루 실험실‘ 회의 초반에만 해도 주제나 아이디어들이 뭔가 거창한 느낌이었는데, ’휴흥‘이라는 컨셉이 잡히며 보다 일상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 좋았다. 비로소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 느낌이었다.
재철
맞다. 시민 참여까지 프로젝트가 확대되어 보다 완성된 프로젝트가 된 것 같다. 물론 ’시민 참여‘까지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 사고(?)들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마무리 되고 있는 것 같다. (웃음)
나은
동감한다. 시민들에게 직접 ’나는 어떻게 쉬지?‘라고 되물어 볼 수 있는 프로젝트였기에 의미 있었던 것 같다.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답변을 해주어서 더 좋았고.
금용
시민들이 보내주는 영상들을 통해 나까지 ’휴흥‘이 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영상과 함께 받은 ’나의 휴흥은 OOO다‘라는 문구들이 나는 계속 기억에 남는다. 특히 ’까치와 함께 걷기‘라는 표현이 너무 좋았는데, 동물과 함께 걷는다는 표현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휴흥 공모전‘을 진행하는 것은 우리인데 오히려 우리가 시민들에게 큰 감동을 얻었다.
다예
맞다. 내 생각엔 ‘휴흥’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프로젝트 혹은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가장 염려되는 것 중 하나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인데, 이런 의미에서 우리 <휴흥 프로젝트>는 공모라는 방법이 더해져 의미가 있어진 것 같다. ‘휴흥 공모전’을 통해 시민과 묻고 답하는 과정이 참 좋다. 7월이었나, A32 스튜디오에서 회의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종일 너무 지쳐 힘든 상태로 회의에 갔었는데, 계속 웃으며 회의 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 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인데, 너무 재미있더라. (웃음) ‘나 지치지도 못하겠다. 또 재미있는 일 생겼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나루 실험실’이 내게는 ‘휴흥’이었던 것 같다. (웃음)
광택
‘나루 실험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나의 입장에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과 소통하는 있다는 것을 느꼈다. 광진구에서 유리 공예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이 우리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아 주신 적이 있다. ‘휴흥’을 통해 지역의 예술가들과 연결 되는 것을 보며 ‘우리가 그래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구나.’라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는데, 바로 계절이다. ‘휴흥 프로젝트’를 겨울이 아닌 따뜻한 계절에 진행했다면 더 다양한 영상을 받았을 것 같다. 야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볼 수 있는 여름에 한 번 진행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은
내년에는 꼭 일찍 시작해서 광택님의 아쉬움을 덜어드리겠다. (웃음)
슬기
매번 ‘나루 실험실’ 회의 후, 재단 기록용으로 회의록을 정리하곤 했다. 이번 ‘나루 실험실’ 대담을 준비하며 회의록을 다시 살펴봤는데, 정말 9회 차가 되어서야 회의록에 <휴흥 프로젝트>라는 단어가 등장하더라. (웃음) <휴흥 프로젝트> 전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의 긴 회의 과정을 돌이켜보니 진정한 실험의 단계를 우리가 견딘 것 같았다. 의견이 부딪히고 바뀌는 것 모두가 자연스러운 것인데 우리가 내가 너무 혼자 조급했었구나 싶었다.
재철
‘나루 실험실’ 회의 초반에 대리님과 슬기님이 ‘성공하지 않아도 좋다. 여러분이 모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던 점이 참 좋았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두 분이 조급해 하는 것이 느껴지더라. ”성과가 없어도 된다고 하시면서, 왜 조급해 하시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리는 참여자의 입장이지만 두 분은 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지은
조급해 한 것은 많다. 매번 회의는 진행되는데, 뚜렷한 것은 없고. 회의를 할 때 마다 많은 것이 바뀌고. (웃음) 힘들었다. 실험이라는 과정이 우리도 익숙지 않았던 것 같다. 사업의 마무리인 12월 다가오고, 예산은 계속 남아있고, 조급해 지더라. (웃음) 뭐든 빨리 정하셨으면 좋겠는데, 강요를 할 수는 없고. (웃음)
다예
근데 ‘만약 우리에게 9회의 회의 과정이 없었다면? 1회 회의에서 <휴흥 프로젝트>가 바로 결정되었다면? 과연 우리가 이렇게 진행하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광진구에서 유흥 그리고 휴식까지 긴 회의를 통해 충분한 이야기들을 나누었기에 지금의 완성된 프로젝트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저희를 믿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 (웃음)
| 앞으로의 나루 실험실 |
지은
나 개인으로서도 이번 ‘나루 실험실’ 자체가 굉장히 실험적인 사업이었다. 그 어떤 것도 정해놓지 않고, 여러분을 모았다. 작은 예산으로 여러분에게 바라는 것도 많았고, (웃음) 회의도 정말 많았다. 다시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웃음) 내년에도 ‘나루 실험실’ 프로젝트를 지속해볼 생각인데, 내년의 ‘나루 실험실’을 위해서 바라는 점이나 재단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미지
개인적으로 ‘나루 실험실’에 참여하면서 함께하는 멤버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나랏돈 (웃음), 지원금 사용에 대한 것이나 지역문화재단과 함께 일하는 태도에 대해 배우게 된 것 같다. (웃음)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광진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라는 점은 프로젝트 기간을 조금 더 길게 잡았으면 좋겠다. 몇 개월이 아니라 1년, 2년 이렇게 말이다. 그럼 더욱 진득하게 그리고 제대로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예
저도 미지 대표님 의견에 동의한다. 내년에 어떤 식으로 ‘나루 실험실’이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1기, 2기 식의 기수로 진행되는 것은 단발성으로 느껴져 좋지 않은 것 같다. 애초부터 기간을 길게 잡고, 큰 목표를 향해 단계별로 조금씩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또 아예 새로운 ‘나루 실험실’이 탄생하기보다 수많은 회의 속에서 나온 여러 아이디어를 다시 살펴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버렸지만(?) 다시 파헤쳐보면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모쪼록 지속성 있는 ‘나루 실험실’이 되었으면 한다.
금용
나는 지역의 공공 시설물을 사용함에 있어 유연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인가 시도해보려 해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시도가 공공재이면 더욱 그렇고. 그리고 내년 ‘나루 실험실’ 멤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회의 중에 의견이 다르다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대방이 상처받을까봐 하는 마음에 머뭇거리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바꿔서라도 의견을 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서로의 감정을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은
사실 평일 이 시간에 모두가 생업을 마치고 모인 것만으로도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에 참여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너무 큰 책임감이나 일이라는 스트레스가 있었다면 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내년 ‘나루 실험실’ 멤버들도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참여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멤버들 사이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었으면 한다. 올해 A32 두 작가님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주어져 계속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슬기
짧고 굵게 말하겠다. 예산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 (웃음)
정민
(웃음) 맞다. 아무래도 여기 모이신 분들이 각자의 생업이 따로 있으니 프로젝트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도 그렇고. 내년에는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움직일 수 있도록, 생업과 분배하여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이 확보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광택
모여서 매번 회의만 하고 헤어진 것이 너무 아쉽다. 회의 외에도 우리끼리 모여서 다른 것들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열심히 회의만 했던 것 같다. (웃음) 물론 14회 정도 만나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되었지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한 달에 두 번 회의시간 잡기도 힘들었던 우리인데, 어떤 모임이나 계기로 더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웃음)
재철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루 실험실’의 의도 자체가 모인 멤버들끼리 무엇을 할지 정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누가 모이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 같다. 올해는 도예, 출판, 디자인 등 비슷한 분야의 멤버들로 짝지어진 것 같은데, (웃음)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있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년에는 이런 점들을 참고하셔서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멤버로 ‘나루 실험실’이 구성되어도 좋을 것 같다.
지은
그렇다면 내년 ‘나루 실험실’ 멤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면? 아. 물론 여러분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웃음)
금용
“과자 사오지 마세요.” (웃음) 회의 때 서로 아무것도 사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오시고, 서로 배려도 넘쳐 너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 큰소리로 싸우지 못한 것도 손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모쪼록 부담을 덜고 만났으면 좋겠다.
지은
우리가 너무 배가고파서 사갔다. 우리도 저녁은 먹으면서 일해야 하지 않겠나. (웃음)
나은
맞다. 매번 ‘오늘 뭐 사가지?’하며 고민하는 것이 즐거웠다.
미지
나는 “지금처럼 재미있게 휴흥하면서 하세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웃음) 그리고 분쟁과 갈등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하는데, 올해는 분쟁과 갈등이 너무 없었다. 내년 ‘나루 실험실’에서는 많이 싸웠으면 좋겠다.
재철
나는 이번 ‘나루 실험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솔직히 힘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루 실험실’ 멤버로 참여하며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에게 알게 모르게 민폐를 끼치게 된 것들이 있는 것 같아 미안하다. 다 같이 회의 했어야 하는 것들을 독단적으로 한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조금 반성이 된다. 그래도 나름 우리 정도면 서로 배려하며 잘 해낸 것 같다. 여럿이 모이면 부딪히기 마련인데, 잘 배려했다. 내년 ‘나루 실험실’ 멤버들도 서로 잘 배려하며 참여했으면 좋겠다.
다예
“실패는 나랏돈으로” (웃음) 사실 지역에서 돈 생각 안하고 이런 것 저런 것 하고 싶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상업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루 실험실’은 실패해도 부담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실험실이라는 이름이 정말 찰떡같았다. 내년 멤버들도 ‘나루 실험실’을 통해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발현해 볼 수 있길 바란다.
| 지역과 호흡하는 지역문화재단 |
지은
여러분들은 작당모의, 나루사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겠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지역문화 진흥사업’이 광진구에서 진행 된지 3년이 되었다. 인터뷰 북, 작당모의, 나루사이부터 올해 나루 실험실까지. 여기 계신 7분들 모두 그 동안 참여자 혹은 기획자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재단 지역문화 사업을 함께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재단으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느껴지실지 모르겠지만 재단에서는 매년 참여자들이 보다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도록 조금 씩 사업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지역문화 사업을 지켜보거나 참여해본 입장에서 2017년에 비해 올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재철
우선 사업이 점점 세련되어 지는 것 같다. 2017년에 처음 사업에 대해 들었을 때에는 뭔가 뿌옇고, 뭐 하는 사업인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왜 이런 것을 하는지도 잘 몰랐었고. 광진구에 이미 자리 잡고 있으니까, 그냥 한 번 해보자거나 호기심에 해본 것도 많았다. 근데 올해에는 사업이 보다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다. 사람을 모으는 과정을 지나 모인 사람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지금까지의 사업의 흐름이 세련되게 느껴지고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다.
금용
재단의 사업뿐만 아니라 우리들 사이에도 변화가 느껴진다. 동네에서 각자 활동 하던 우리가 모여서 ‘실패월간’이라는 잡지가 탄생하듯 지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미지
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특히 작당모의 프로젝트의 변화가 느껴진다. 작년에는 참여자로 왔었는데, 올해는 기획자가 되기도 하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해서 준비하는 것들이 재미있었다. 사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는데, 매회 어쩜 이렇게 다르게 기획할까 하면서 신기하기도 하다. 무튼 작당모의 프로젝트는 계속 재미있는 것 같다. (웃음)
지은
다예님의 경우에는 올해 작당모의 프로젝트에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셨다.
다예
맞다. 사실 나도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를 냈지?’하고 놀란 프로그램도 많았다. 우리 책방 이름처럼 대리님에게 헛소리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이걸 진짜로 프로그램으로 하신다고?’하며 놀라기도 많이 놀랐다. 근데 실제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감사하기도 했다. 특히 일주일 만에 준비하는 플리마켓은 꽤나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되기도 했고 심지어 잘 진행 되서 너무 신기했다.
지은
멤버 분들이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 광진문화재단과 함께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재단과 함께 여러 사업을 하며 느껴지는 지역문화재단에 대한 생각이나, 예술가 혹은 기획자, 소상공인으로서 지역문화재단에서 바라는 점들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금용
타 재단이나 공공기관들과 일 해보면 광진문화재단은 정말 나이스하다. (웃음)
다예
광진문화재단 특히, 지역문화 사업을 지켜보며 ‘쉽게 가려면 엄청 쉽게 갈 수 있는데, 왜 굳이 어렵게 가시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기저기 불러 모으고, 설득하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를 시키고, 무엇이든 하고 싶게 만드는 과정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작당모의 프로젝트가 마중물 역할을 크게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익고 친해지면서 자연스레 연결되고 무엇인가 계획하게 되는 과정. 할 때는 몰랐는데 다 하고 보니 그렇게 되고 있더라. (웃음) 아무튼 지역에 꼭, 당연히 필요한 사업을 하고 계신 것 같다. 그리고 재단 덕분에 길에서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다. 광진구에 8년간 거주했는데, 요즘처럼 아는 사람이 많아진 적은 처음이다. 감사하다. (웃음)
광택
사실 오늘 낮에 책방에서 세종대학교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물어봤더니 ‘나루사이’ 월간지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우리도 ‘나루사이’를 통해 재단과 처음 연결됐었는데, 이를 통해 또 다른 연결 지점이 생긴 것이 인상적이었다. 알게 모르게 점점 연결 고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회의 중에 대리님이 ‘티 나지 않게 조용히 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대리님 말처럼 여러 사업들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지만, 지역과 일상 속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것 같다.
재철
지역 내에 문화원, 구청 등 여러 공공기관들이 많은데, 관 주도로 사업을 실행하기보다 ‘나루 실험실’처럼 참여자들에게 직접 프로그램을 맡기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기존의 사업보다 복잡하고 어렵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광진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사업들은 지역에 가치 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리님이 기억하실 모르겠지만 인터뷰를 때문에 2017년 처음 재단을 만났을 때, 경계를 많이 했었다. (웃음) 하지만 지내다보니 대리님이나 지역문화 사업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고, 기쁜 마음으로 쭉 함께 하고 있는 것 같다. 모쪼록 앞으로도 지역에서 이런 사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루실험실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고, 광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19 지역문화 진흥사업 - N개의 서울’의 일환으로 광진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및 기획자가 하나의 실행 그룹이 되어 지역을 위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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