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프란츠’는 음악 교본, 악보집, 인문학 서적에 이르기까지 음악에 관한 책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출판사다. 더불어 음악 관련 굿즈를 기획, 제작하여 판매도 하고 있다. 굿즈들은 주로 책을 모티브로 만들거나 음악가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하고 있다. 주로 높은음자리표 클립, 작곡가 테이프, 악보 퍼즐과 같이 실제로 만지고 사용하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굿즈 위주로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프란츠’라는 단어가 익숙하기도 하고, 예술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프란츠’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프란츠’는 슈베르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의 음악이 가지는 감성과 세련됨을 닮고 싶었다. 아마도 익숙하다고 느끼신 이유는 슈베르트 외에도 ‘프란츠’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들이 많아서 일 것이다. (웃음) 프란츠 카프카나 프란츠 리스트 등 찾아보면 꽤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이 점이 내게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글로 ‘프란츠’라고 적었을 때 모양새가 세 글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간결해서 좋았다.
여담이지만 이름을 고민하던 초창기에는 작곡가 비발디의 작품인 ‘레스트로 아르모니코’라는 이름을 생각했었다. ‘조화의 영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조금 길긴 하지만 발음이나 뜻, 글자 모양이 마음에 들어 그대로 사업자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들이 ‘회사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하며 어려워하더라. (웃음) 여러 번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도 그러더라. (웃음) 물론 지금도 거래처에서 ‘프렌츠’ 또는 ‘프랑스’같이 다른 이름으로 종종 불리기도 한다.
‘프란츠’라는 이름으로 출판부터 굿즈 제작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다. 대표님께서 출판사라고 먼저 말씀주셨으니 출판에 대한 질문부터 하겠다. (웃음)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나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출판사를 만들기 전부터 하고 있고, 지금도 병행하고 있다. 출판에 대한 생각은 바이올린 레슨을 하면서부터였다. 아직까지도 내가 어린 시절 보았던 교재를 사용하는 것이 답답했고, 현대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직접 연주를 하지 않는 사람도 보다 다양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악보집 외에도 음악 관련 책들을 출간하게 되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셨다니. 전혀 몰랐다. 출판을 전공하셨을 것이라 생각했다. (웃음) 음악 전공자로서 출판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어머니가 클래식을 좋아하셔서 기억하기 어려운 아주 어렸을 적부터 항상 집에 음악이 틀어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된 것 같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7살 때부터였다. 전공은 바이올린이지만 대중음악을 공부하기도 했고, 프랑스에서 미술학교에 다니는 등 여러 분야의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지나고 보니 복합적인 것들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출판’이라는 분야와 맞물려 지금의 ‘프란츠’까지 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닦이지 않은 길을 가야 해서
일반적인 교재보다 비용과 시간이 더 드는 일이었지만
이왕 제작할 거면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프란츠’에서는 기존에 있던 악보집을 탈피하고 새로운 기준으로 악보집을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자세히 말씀 부탁드린다.
혹시 음악 교재를 구입해 보신 적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 (웃음) 음악 교재를 구입하면 옛날에는 오디오 CD를 함께 주었는데, 아직까지도 CD가 포함되어 나오더라. 이런 것이 내게는 불편하게 다가왔다. 사용자들이 교재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모색했고, 고심 끝에 교재에 QR 코드를 삽입하게 되었다. 교재 내에 코드를 넣어 프란츠 사이트를 통해서 음원을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했다. 닦이지 않은 길을 가야 해서 일반적인 교재보다 비용과 시간이 더 드는 일이었지만 이왕 제작할 거면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도 새로운 시도에 대해 고민하며 계속 도전하고 있다.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드는 길을 가야하지만, 묵묵히 도전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출판 외에 ‘프란츠’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더 있는지 궁금하다.
‘살롱 골드베르크’라는 소규모 모임을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대략 10명 정도가 모여 진행되는데, 1년에 한 곡을 선정해 매달 다른 연주자의 시각으로 들어보자는 의도로 기획했다.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번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에서 혼자 계속 반복해서 듣는 일이 어렵기도 하고, 함께 모여 감상을 나누는 것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껴 기획하게 되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지금도 꾸준히 진행 중이며, 기획 의도에 맞추어 가급적 참여했던 분들에게 우선권을 드린 후 공석에 대해 새로운 신청을 받고 있다.
이외에는 출간되었던 책을 기반으로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도 한다. 파스칼 키냐르의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라는 책이 출간되었을 때, 번역하신 분을 초대해 번역 과정과 키냐르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부산에서까지 오신 독자분이 있었다. 독자분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소규모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사실 공간에 방문했을 때 소품부터 풍경까지 모든 것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 (웃음) 강좌나 모임, 하우스 콘서트를 위해 더 좋은 공간도 많았을 텐데, 광진구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광진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 많은 곳인 것 같다. 가깝게 건대 입구만 보아도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나루아트센터, 독립영화예술관인 KU시네마테크, 커먼그라운드 내에 인덱스 서점까지. 다양한 공간들이 광진구에 자리 잡고 있어 매력적이었다. 더불어 광진구에 산 지 10년이 훌쩍 넘은 광진구민이기에 자연스럽게 이곳에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이름도 어렵고, 곡명도 어렵고, 섣불리 아는 척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사전 지식이 풍부해야 할 것만 같은 두려움도 있고. (웃음) 혹시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알려주실 수 있는 팁이 있다면?
‘프란츠’에서 늘 관심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는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분들이 각자의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음악 역사와 관련한 강연을 나가기도 하고, 카카오톡 채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100’을 운영하고 있다. 100일 동안 100명이 함께 매일 클래식을 듣는 프로젝트인데, 참여하시는 분들을 위해 날마다 새로운 음악을 선곡해드리며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편성의 음악을 접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나루사이 독자분들께는 프란츠에서 출간한 ‘클래식 음악 연표’라는 책을 활용해보시기를 추천 드리고 싶다. 책 이름 그대로 서양 음악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연표로 정리되어 있고, 1500년대를 시작으로 시대별 작곡가의 생몰 연도와 주요 작품의 발표 시기 등이 담겨있다. 이 책을 활용한 감상 방법은 만약 우연히 클래식을 들었는데 어떤 작곡가의 음악이 좋더라 하는 아주 약간의 데이터를 가지게 된다면 그 작곡가의 시대를 연표에서 찾아보고,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의 음악을 들어보는 방법이다. 작곡가 개개인의 개성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시대가 요구하는 ‘작풍’이 있기에 동시대 음악은 비슷한 분위기를 띄고 있어 마음에 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보면 클래식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란츠’를 접하는 모든 분들의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드리고 싶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프란츠’의 미래에 대해 여쭤보고 싶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말씀 부탁드린다.
음악이라는 무형의 예술을 표현하면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 그래서 ‘프란츠’에서 만드는 모든 것의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다. 그러한 노력이 ‘프란츠’를 접하는 분들의 일상에 감성과 영감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음악을 다양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그것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망설임 없이 추진하고 싶다.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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