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진문화연구소 Oct 02. 2018

8회차, 나를 신나게 하는 것

#광진문화연구소 #제8회 #작당모의프로젝트 #지역문화

추석 연휴가 눈 깜박 할 새에 지나가버렸다..(울컥). 이번 추석은 어느 한 칼럼을 읽으며 시작된 것 같다.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핫하고 핫한! 유행어를 만든 칼럼이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사유와 성찰]“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밥을 먹다가 주변 사람을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음식을 한가득 입에 물고서 소리 내어 말해보라. “나는 누구인가.” 아마 함께 밥 먹던 사람들이 수저질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당신을 쳐다볼 것이다. 정체성을 따지는 질문은 대개 위기 상황에서나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상시 그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내가 누구인지, 한국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한국이 어떤 정책을 집행하는지, 즉 정체성보다는 근황과 행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 규정을 위협할 만한 특이한 사태가 발생하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중략)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칼럼이란 무엇인가.


그렇다.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명절 잔소리에 지친 사람들에게 있어 참으로 감명 깊은 칼럼이 아닐 수 없다. 나 자신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칼럼이기도 하고. 이 칼럼을 통해 나는 작당모의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작당모의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모임이란 무엇인가?
기획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이 마구 쏟아진 9월이었다. 한 번의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끝마치고 나면 참가자들의 반응에 수없이 많은 성찰을 하게 된다. 그 덕분에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수많은 성찰 속에서 제8회 작당모의 프로젝트 '나를 신나게 하는 것'이 시작되었다. 


이번 만큼은 힘을 쭉 빼고 더 재밌게, 가볍게 준비해보았다. 위에 던졌던 질문 키워드인 작당모의, 모임, 기획 등 모두가 ‘놀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8회 작당모의도 역시 화양사진관에서 진행됐다. (7회 포스팅 보러가기) 오늘도 참가자 접수 테이블은 예쁘게 셋팅되었다. 지난 회와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매번 나를 나타내는 카테고리 스티커를 오늘 만큼은 컨셉 스티커로 바꿔보았다는 점이다. 문과감성, 이과감성, 멋쟁이, 동문서답, AI, 다중이 등 다양한 스티커 중 나의 컨셉을 골라 작당모의 내내 컨셉에 충실한 역할놀이(?)를 해야하는 것이었다.

지난 회차보다는 살짝 적은 인원들과 함께 사업소개, 화양사진관 소개를 시작으로 작당모의는 시작되었다. 아주 빠른 소개 코너를 마치고,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이 돌아왔다. 우선 ‘요즘 자신을 신나게 하는 것’을 세 가지씩 적어보도록 했고, 그 내용으로 조별로 자기소개와 더불어 신나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었다.


 ‘요즘 자신을 신나게 하는 것' 세 가지

아! 여기서 잠깐, 이 날은 지난 7회때 조별로 찍었던 필름 사진을 전달하는 날이기도 했다. 각 조별로 칼라 사진은 한장씩 준비되었지만, 필름의 가격과 희소성(ㅠㅠㅠ) 때문에 흑백 필름 사진은 조별로 1장씩만 제공되었다. (주신 것 만으로도 감동...) 흑백 필름 사진을 얻기위한 조별 참가자 가위바위보 시간을 막간으로 갖은 후 다시 대화에 몰입했다.

살짝(?) 아니 너무 대놓고 공개해보는 흑백 필름 사진


옆 사람에게 ‘인물’을 선물해주는 시간


이야기를 모두 나누었으면, 옆 사람에게 ‘인물’을 선물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문득 떠오르는 유명인, 캐릭터 등을 선물해주기로 했다. 대신 비밀로! 보이지 않게 적어 등에 붙여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등을 보여주며, 내 등에 적힌 인물을 맞추는 스무고개를 시작했다. (역대급 아이스브레이킹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는 후문...ㅎㅎ)

단 세번의 질문으로 인물을 맞춘 참가자도 있었고, 거의 50번의 질문 속에서도 답을 찾지 못한 참가자도 있었다. 하지만 다들 모든 사람과 눈을 맞추고 한 마디 한 마디 나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재미있었다고.


우리를 신나게 한 건 무엇일까?


역대급! 아이스브레이킹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각자 자리에 앉았다. 우리를 신나게 한 건 무엇일까? ‘나’를 신나게 하는 것에 관해서 수다 떨고 호기심 터지는 게임을 열심히 한 덕분이다. 그럼 앞으로도 신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역시 신나는 것 하면 ‘파티’아니겠는가. 상상만 해도 신나고 흥분되는 파.티. (물론 ‘파티’라는 단어가 가진 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만의 파티를 기획해보는 시간


아까전에 1인당 세 가지의 ‘신나는 것’을 도출해보았다. 그렇다면 조별로 12개에서 15개까지의 ‘신나는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자유롭게 조합하고 활용해서 ‘우리만의 파티’를 기획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실성 없어도 괜찮다. 우리라면 즐겁고 신날만한 파티를 기획해보는데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크고 길다란 종이에 ‘파티 홍보 현수막’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팀 마다 컬러가 확실하다. 너무나 신선한 파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열지 않아도 되는 파티다 보니 상상의 나래가 드높은 가을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각 파티마다 재미요소 한 가득이고 창의력이 돋보인다. 이후에는 만들어진 현수막을 한 쪽 벽에 모두 붙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고, 포스트잇으로 댓글도 달고 놀았다. 자, 그럼 각 조가 기획한 파티를 함께 들여다보자. 


<만수르 파티> 
"과소비, 돈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행복이다" 


<동, 동주 잔치>
"술 먹고 시 읽는 모임 / 지금은 파전 그때는 막걸리"


<토토로노 비루>
"토토로만 오면 돼요!"


우리 같은 어른들에겐 어떤 ‘놀이’가 필요한 걸까?


요근래 들어 정말 신나게 논 것 같다. 참가자들도 상상하는대로 맘껏 표현하고 놀 수 있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의 놀이와 같았다. 아주 신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표현하고 만드는 놀이. 어느새 다 커버린 우리에게도 이런 놀이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저 현수막들을 잠시 들여다보면, 우리가 꿈꾸는 모든 ‘신남’과 ‘즐거움’이 담겨있다. 우리 같은 어른들에겐 어떤 ‘놀이’가 필요한 걸까? 10월에 열릴 작당모의에서는 어떻게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 오늘도 역시 즐거움과 고민을 가득 안고 8회 작당모의를 마무리했다.


당장의 큰 성과보다는
소소한 변화를 위한 사업으로,
네트워크 협의체분들의
적극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8 작당모의 프로젝트란? 

광진구에서 활동하는 공방, 소상공인, 문화/예술사업체, 창작자, 기획가, 활동가, 광진구 및 문화예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활동(+사업)과 요즘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가벼운 모임입니다.


 *2018 광진문화연구소란?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고, 광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18 지역문화 네트워크 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여럿이 정기적으로 모여 네트워크가 되고, 이 네트워크가 함께 광진구에서 주체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기획 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는 사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7회차, 내가 찍은 광진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