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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Oct 22. 2018

9회차, 나루백일장

#광진문화연구소 #제9회 #작당모의프로젝트 #지역문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노을이 겨울스러워지고 찬바람이 옷깃 속으로 슝슝 들어가는 계절이 찾아왔다. 이것은 백일장을 하라는 하늘의 계시인 듯하다. (무논리) 게다가 이번 작당모의 프로젝트의 장소는 뚝섬유원지역 자벌레문화컴플렉스다. 이 건물은 한강 둔치 한복판에 설치된 문화공간으로, 중간 중간에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실외보다 더 춥다. 

뜨겁게 끓고 있는 표현의 혼이 담긴 솥의 모든 뚜껑을 열어젖힌 날


제9회 작당모의 후기를 시작하기 전에 결론부터 부터 말 하자면, 이번 작당모의는 참가자들의 뜨겁게 끓고 있는 표현의 혼이 담긴 솥의 모든 뚜껑을 열어젖힌 날이었다. 덕분에 자벌레는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아주 후끈 달아올랐다고. 도대체 어떤 백일장이었기에…


이번 작당모의를 기획하면서 사실 고민이 많았다. 나 자신의 삶의 배경이 주로 공학이다보니 글, 시, 그림과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백일장이란 걸 해본 적은 물론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어본 적도 없다. ‘백일장이 정확히 뭘 하는 거죠?’라는 질문을 우리 지역문화 팀 분들에게 정말 많이 물어본 것 같다. 

백일장이 정확히 뭘 하는 거죠?

그래, 백일장을 쉽게 생각해보았다. 뭐, 대회이지 않겠는가? 글, 시, 그림, 칼럼, 수필 등등을 어떤 주제에 맞게 그려내고 몇 가지 심사기준을 통해 상장을 수여하는.. 깊은 이해는 부족하지만 가볍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처럼 "F=ma"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윤동주와 같은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니까.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한다


그래서 내가 가진 문학과 예술에 대한 아주 매우 짧은 통찰력을 잠시 꺼내어 이들의 성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오랜 시간 성찰과 공부 끝에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바로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이다내 머릿 속과 가슴 속에 떠다니는 어떤 것들, 사실 그 모든 걸 말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다. 언어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그 깊은 속에 있는 어떤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 그림, 음악, 무용, 연극과 같은 예술이 탄생한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문학이나 예술을 할때, 내 깊은 속에 있는 것을 ‘표현’ 할 때 어떤 희열과 욕구가 해소되는 감정을 잠시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행복의 3요소
쉼과 성취, 그리고 ‘표현’


공교롭게도 내가 개인적으로 정의한 행복의 3요소에는 쉼과 성취, 그리고 ‘표현’이 있다. 언어로 표현해내지 못한 어떤 것을 그림, 음악 등으로 기어코 표현해내었을 때 그 쾌감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커다란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이번 작당모의에서 백일장을 하기로 했으니, 표현의 행복을 잔뜩 느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제발 비만 오지 말아라(비를 부르는 작당모의라는 별명을 가진 우리. 작당모의 하는 날만 골라서 비가 자꾸 옴..)라는 마음으로 제9회 작당모의 프로젝트의 문이 열렸다. 급작스레 추워진 날씨 때문일까, 패딩을 입고 오신 분도 있고(!!) 당일 참가 취소를 하신 분들도 꽤 많았다. 추운 날씨, 저조한 참가자 수.. 하지만 적을 수록 또 재밌는 매력이 존재하는 법! 우선 시간 맞춰 오신 분들과 제9회 작당모의 프로젝트 '나루 백일장'을 시작했다. 

요즘 내 마음 속 날씨를 그려보아요


오늘은 백일장을 하는 날이니 아이스브레이킹보단 워밍업의 느낌으로 게임을 준비해왔다. 이번 작당모의를 홍보할 때 준비물로 감수성 오조오억개를 가져오라고 했다. 이를 체크하고자 게임을 가져왔다. 그것을 바로바로바로바로바로 ‘요즘 내 마음 속 날씨를 그려보아요’이다. (손발ㅎㄷㄷ) 처음엔 그림을 그릴 거라 하니 다들 한숨과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내가 그린 샘플을 보여주니 다들 안도하였다. 자, 그럼 이제 그림 그리기 시작!! 과연 어떤 날씨들이 그려질까?

역시는 역시다. 참가자분들은 언제나 나보다 앞질러간다. 날씨를 그리라했지만 자연과 건물 풍경을 함께 그리고 있다. 역시 짱짱!! 다 그렸다면 무엇을 해볼까? 내가 그린 걸 공유해야 제 맛 아니겠나. 이번에는 이렇게 해보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가 되기도 했지만
대화를 나누며 그림이 조금씩 채워지고 변화하는게 신기하기도 했다


모두 일어나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만나면 서로의 그림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를 공감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대화가 끝나면 각자 그림을 직접 수정한다. 대화 직후 잠시 조그만 변화가 생긴 감정을 자신의 그림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세 명을 만나고 적용하면 제자리에 돌아가면 된다.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가 되기도 했지만 대화를 나누며 그림이 조금씩 채워지고 변화하는게 신기하기도 하다는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점점 표현의 행복을 느끼는 듯하다.

신나는 아이스브레이킹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백일장을 시작했다. 비밀리에 감춰졌던 백일장의 주제가 공개됐는데, 바로바로바로바로!! ‘광진구 +키워드’였다. 키워드는 ‘한강 / 동네 / 관계 / 공간 / 향 / 따듯함’으로 총 6개로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광진구에 관한 백일장. 과연 어떤 작품들이 나올까?

주제 : 광진구 + 키워드
키워드 : 한강 / 동네 / 관계 / 공간 / 향 / 따듯함


백일장을 시작하니 공간이 매우 조용해졌다. 다들 깊이 몰입하고 있다. 방해되지 않도록 음악도 가사가 없는 연주곡을 틀어주었다. 작품은 일인당 하나 이상! 어떤 작품들이 나왔는지 살펴보자. 작품을 모두 제출하고 약간 시간이 남는 사람들을 위해 두번째 주제도 가져왔다. 이는 바로 ‘작당모의 4행시’. 여기서도 아주 환상적인 작품들이 쏟아졌지. 한번 살펴보자.


'광진구+키워드' 출품작


작당모의 4행시 출품작



상상 이상의 작품들이 나와서 솔직히 조금 놀랬다. 다들 장난 반+진심 반으로 작품을 출품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진지하게 임해주셔서 감동까지 받았다. 출품된 작품은 모두 자벌레 벽 한켠에 붙여 놓고 함께 공규하는 시간을 갖었다. 


또한 가장 잘한 작품이 아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출품작에 스티커를 붙이는 시간도 갖었다. 1인당 스티커는 3개! 다들 여러 작품에 스티커를 붙였고 그 중에 스테이크(?) 그림 하나, 관계에 대한 시 하나가 선정되었다. 맛있어 보이는 스테이크의 정체는 광진구였다. 달아 오르고 있는 광진구의 모습을 미디움레어로 표현했다고 한다. 아이디어 정말 돋보였다. 관계에 대한 시는 작당모의 혹은 광진구에서 만난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시로, 친한 듯 하지만 아직은 친하진 않은 듯한 애매모호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담았다고 한다.

나루백일장에 출품된 작품은 광진문화연구소의 심사를 거쳐 총 7개의 작품을 선정할 예정이다. 그 중 4개의 작품은 나루42 4호에 게재될 예정이며, 게재되지 못한 3개의 작품에는 아차산(상)을 줄 예정이다. 아! 상장도 부상으로 제공된다. (크으!!ㅎㅎㅎ) 시상식은 제10회 작당모의 프로젝트에서 진행될 예정이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관을!! 부탁드린다.

지금까지 쌓였던 표현의 욕구를 촤르륵 배출한 것 때문일까?


이렇게 ‘나루백일장’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예상외의 뜨거운 몰입과 열의를 느껴 놀랐다. 지금까지 쌓였던 표현의 욕구를 촤르륵 배출한 것 때문일까? 아무튼 다들 표정이 좋아보였다. 평온한 느낌이었다. 표현의 행복을 느낀 듯하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뿌듯했다. 나루백일장 겸 네트워킹파티 뒷풀이도 아주 뜨거웠다. 간만에 아주 재밌게 놀았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다. 모든게 마무리되고, 집으로 돌아가며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했던 걸까?
우리는 평소에 얼마나 표현하며 살고 있을까?


+) 제9회 작당모의 프로젝트의 날에는 나루42 3호도 발행되었었다. 이번호 표지는 예쁜 쑥색! 나루42 3호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곳을 참고바란다. (나루42 3호 바로가기)


당장의 큰 성과보다는
소소한 변화를 위한 사업으로,
네트워크 협의체분들의
적극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8 작당모의 프로젝트란? 

광진구에서 활동하는 공방, 소상공인, 문화/예술사업체, 창작자, 기획가, 활동가, 광진구 및 문화예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활동(+사업)과 요즘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가벼운 모임입니다.


 *2018 광진문화연구소란?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고, 광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18 지역문화 네트워크 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여럿이 정기적으로 모여 네트워크가 되고, 이 네트워크가 함께 광진구에서 주체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기획 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는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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