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창공을 나는 기분은 어떠할까?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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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오한이 몸을 움추리게 하며

이어 따라오는 심한 몸살의 느낌

두통에 근육통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분들의 특성상 옳아 나 역시도 매년 2-3번은 겪는 일이건만

그래도, 작년까지는 기어서라도 출근을 했건만

올해는 침대위에서 손 가락 하나를 움직이기가 힘들어

결국 오전 진료를 하지 못했다

어렵게 추스레 출근해 자가처방으로 다소 과한 치료를 하고 나니

오후들어 두통과 어지럼증, 근육통은 좀 남지만 많은 호전을 보인다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처방이었다면 못했을 처방들의 내역을 보면서

적어도 3-5배의약들이 투여됐다

아픈 모습을 보이진 말아야하는 직업이 의사일까?

웬지 씁쓸해진다

그렇게 지켜온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의미가 내게 남겨준 것은 무엇일까?

다소 충동적으로 대학교단을 나왔을 때 유학을 가고 싶었었다

나이도 나이였지만,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참 강하던 시절

결국 두 아이의 아빠, 남편, 가장으로서의 선택은 생활 전선에서의 개원이었지만

쉼을 말하면서도

정작 쉼과는 거리가 멀기만 한 삶을 살아온 시간들

오전에 다녀가셨던 분들이

오후에 다시 와 주셨다

걱정의 마음으로 죽을 준비해주시고, 다른 먹을 것들과 함께

고마움, 짧지 않은 시간 참 다양한 분들을 진료실에서 접해왔다

어떠한 분은 스스로 고의로 넘어지고도 병원의 의료사고라며 요구하던 경제적 보상

어떤 분은 내 했던 기억에도 없던 말에 당신이 한 말과 틀리지 않냐는 손가락질

뒤 그 간 치료비의 환불, 치료중엔 감사함을 다른 그 누구보다 어색하게 표하던 사람의 돌변

뭐 하나 둘 기억에서 추려낸다면 30여년의 의사생활속 진료실 이야기야

그 끝이 있겠는가만은

부정적, 이해어려운 인연보다 고맙고 감사한 인연들이 그 수가 더 많든 적든 재보기 보다

머리속, 마음속에선 그져 고마움만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면 되는거겠지

출근후

오전 진료를 접고 자가로 주사처방을 내리고

잠에 취했다

2-3시간, 몇가지의 꿈을 꾼 듯하다

따스하고 푸근한 품안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쉬는 느낌도 있었고

갖혀져 있던 새장을 벗어나 날라가는 꿈도

머리안의 두통이 밖으로 나와 나를 바라보는 꿈도

30여년

나이야 별게 아니라해도, 그 기간 스스로 생각해도 내 몸에게 미안하게 대해온 듯

그 답을 이제 몸이 내게 돌려 주려나 보다

10평내외의 부지를 찾아보려한다

의미없는 뼈가루지만, 그래도 언젠가 애들이 힘겨울 때면 찾아올 수 있는 공간

봉분이 아닌, 그냥 땅속 항아리를 가려줄 넓적하고 평평한 바위 하나면 족하다

그 주변에 아주 작은 공원, 화단도 있고, 의자와 할 수 있으면 그네도 두고

손이 가지 않고 철이 되면 피고 지는 야생화가 좋겠지

한 때는 어딘가에서 바람결을 타고 날라가고자 하기도 했지만

힘겨울 때나

그냥 외로움에 기대고 싶을 때 찾던 할머님 산소를 떠올리고 보니

작은 흔적 하나정도는 남겨둠도 나쁘지만은 않을 듯 싶다

창공을 내 혼자 몸으로 나는 기분은 어떠할까?

무거운 육체를 벗어나 날아봄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더 커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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