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목련을 참 좋아했었다
그 어릴적이란 것이 언제까지였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중학교는 넘어서까지 이어졌던 듯
지난 시절과 지금 마을의 가장 큰 차이라면 아마도 골목이 아닐까?
지금은 무슨 무슨 동보다도
집이 어디냐 물으면 아이들은 어느 아파트요라며
사는 아파트의 이름이 동네가 된다
나 어릴 적엔 무슨 무슨 동보다
서울이어도 마을이란 단어가 더 어울렸었는데
그 마을엔 또 골목이 참 많았었다
굽이 굽이 길게 이어진 골목들과 계단들
그 마을들의 언덕과 고개들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걸까?
서울은 돌아보면 예전보다 평평해진 듯이 여겨지는 것은 내 착시인걸까?
어릴 적 주로 살 던 마을은 화곡동과 길음동
화곡동에 있던 집들엔 유독 집집마다 수국들이 많았고
길음동 저쪽 몇 골목 넘어 넘어 어느 집안에 보이던 목련나무 하나가 봄이면 하얀 꽃을 피우곤 했었는데
정독 도서관
중학교적엔 새벽에 도시락을 챙겨 첫버스를 타려 골목을 나서면
어둠속에 그 흰 목력만이 유독 밝게 주변을 비추어주던 목련에 대한 첫인상이
적지 않은 시간 내 안에 머물러 있었다
군 제대 후 살던 아파트안의 목련
봄이 왔구나 싶으면
하나 둘 떨어진 꽃잎사귀들이 주변을 헤매이고는 한다
꽃 몸뚱이에서 하나 둘 떨어진 꽃잎들
결국엔 몸뚱이마져 사라져버리며 져 버리는 목련이 그 뒤로는
내 맘속에서 떠나갔다
한 노래의 가사에서 사람의 나이듬은 늙어가는게 아닌 익어간다했던가?
정말 그런걸까?
익어가는게 아닌 낡아가고, 닳아가는건 아니고?
벛꽃은 지면서 땅위를 하얗게 덮으며 바람을 타고 서서히 사라져가고
동백은 그 자체로 땅위로 뚝뚝 떨어지건만
목련의 그 희고 작지 않은 꽃잎은 그 자리에 떨어지면서 색이 바래지는게
언젠가부터 땅위의 꽃잎위에 삶의 모습이 겹치면서 목련꽃이 피면 애써 외면을 한다
외면 해 보았자
계절은 가듯
시간은 가고, 나이도 들면서 나도 어제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유독 요 몇일 왼팔의 혈종부위통증이 조금 심하다
이 역시도 낡아서 많이도 닳았나보다
하긴 30여년을 써왔으니 닳음은 순리일 테니 그리 별 다른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여행이 가고 싶다
아니, 여행보다 공항의 그 색다른 분위기속에 있어보고 싶다
매일 매일 이 안에 나도 모르는 다른 것을 담는 걸보면 이 맘이란건 누구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