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못 본것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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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퇴근길로 청계산둘레길을 잡았다

양재 사거리까지는 붐비던 길이 잠시의 벗어남만으로도 한적함을 선물해준다

앞뒤로 없는 차 덕에 천천히 창문을 열고 마치 자전거의 속도로 가도

뒤에서 뭐라 함이 없으니좋다


지나다 보이는 진달래들

도로의 한 컨으로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 항상 던져 놓아두는

캠핑용 간이 의자를 끄내어 다소 평평한 곳에 자리잡고

퇴근하며 담아온 텀블러안의 차한잔과 함께 작은 숲안에 몸을 얹어본다


진달래

개나리


사실 매화, 벛꽃, 목련의 화려함을 가지지는 못했다해도

진짜 봄은 이 둘이 전해주는게 아닐까?

진달래의 꽃잎뒤로 비치는 햇살을 본다면 아마도 이를 담지 못하는

내가 미워질거다


고개 운동이라도 하 듯이 머리를 이리 저리 돌리다

아래를 보니 청화국 몇송이가 보인다

꽃시장에서나 보던 청화국을 산자락아래에서 보다니

오늘은 복권을 탄 듯


청화국의 꽃말은 진실, 단아한 당신이다

단아하다함의 의미, 단아한 누군가와 아무말없이 그냥 반쯤 눕듯이 서로 옆에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다, 이젠 가지 하며 툭툭 털고 일어나 세상으로 돌아가고도 싶다


이 세상에 진실이란 것이 있을까?

모두들 나를 믿으라, 내가 거짓말 하겠어?

하지만, 내 삶이 바보같아서 였던 것인지 믿으라던 자나 내가 거짓말하겠냐던 자들의

모습은 시간이 흘러 많이도 다름을 보여만 주었기에 진실이란 단어가 새롭게 느껴진다


어젠 서비스센타에 차를 맞기고 나니

아침 아내가 출근을 시켜준다

출근 시간내 이런 저런 나누던 말들

기억력이 참 이상해졌다

가까운 날들은 잊혀지고, 좀 먼 옛 이야기들은 오히려 더 떠오르니

팥을 좋아하는 아내와 양평의 어느 팥죽 전문점을 갔었었나보다

그 곳을 말하건만,

이런 전혀 기억이 나지를 않으니 어딘지 기억이 나야 다시 가련만


이번 주 토요일엔 멋대로 자라난 머리를 다듬 듯이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해야겠다

그렇게 또 한 번의 봄맞이로 주말을 보내야겠다


어제만해도 봉우리에 머물던 수선화가 오늘 아침보니 활짝 개화를 했다

어쩌면 마당의 어딘가에도 내 미쳐 보지 못한 것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미쳐 보지 못한

내 삶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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