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너머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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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um non nocere'

아마도 지금도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선창과 후창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히포크라테스 선서

예과에서 본과로 올라갈 때면 1년 선배들이 가운과 청진기, 메스를 하나씩 전해주며

너희들의 앞날은 험할 것이라며 의식적, 형식으로 가벼이 엉덩이에 매를 때린다

이른바 본과 진입식

졸업식엔 의학도라면 한 번은 접했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치면,

교수와 제자에서 이젠 선후배의 동료의사로 그 위치가 바뀌게 된다

지금부터는 의사다

'Primum non nocere'

히포크라테스가 했던 말 중 선서에는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다

졸업 후 첫 배정된 곳이 응급실, 응급실을 들어서는 우리에게 한 교수가 해 주셨던 말

너희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뭔가를 하려하기 보다 자리를 지키라며

최소한 도움보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는 말씀을 하셨다

뒤 이어 하신 말씀이 웃으며 그건 자기 말이 아닌

히포크라테스가 의술에 몸담는 자에게 한 말이라고

남에 도움을 주진 못해도

해는 입히지 마라

다소 살아온 시간들이 길어지다보니 어렵풋이 나마 알게 되는 듯도 싶다

시간 속을 걸어오며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해를 주었던 것은 적지 않았던 듯

도움을 주기 보다 더 어려운 것이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집에서 차로 5~10분거리에 극장이 있다

아내와 저녁을 먹고 평균 주에 1회나 2주에 한 번정도 영화를 보러가고는 한다

요즘은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운 영화들이 거의 없다보니 옛 영화나 다큐식의 영화들의 상영이 늘어

오히려 편하게 보게 되기도

다행히 아내와 영화 취향이 유사하다

아니면, 아내가 고맙게도 맞추어 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주 본 '저 산너머'

어찌 보면 이 땅의 마지막 어른은 아니셨을까?

어떠한 종교인인가를 떠나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종교는 '친절'입니다 했듯이

저 산너머는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 산 너머엔 뭔가가 있을텐데,

저 산 너머를 그리며 긴 시간 걸어왔지만, 정작 그 산을 넘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제복 속에 몸을 담고 살아온 바보 김수환추기경

그는 어린 나이 자신의 몸에 뿌려진 씨를 찾아 산을 넘고 넘어 갔던 듯 하다

의사가운을 걸치며 살아온 30여년

난 내 산을 넘어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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