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만 해도 봉우리였었는데,
옥상위 화분에 심겨져 4년을 함께하고 있는 장미
오늘 아침 인사하러 오르니 이렇듯 잎사귀 속에 숨어 피어 있네
마치 들키지 않으려는 듯
'사람은 다 똑같은 기라예, 양반, 상놈, 부자, 거렁뱅이 다 같습니더
양반이라 더 아프고 백정이라 들 아픈 게 아이라에
자식 애끼는 부모 맘도 마찬가집니더'
일제강점기중 그 핍박과 가난을 벗어나고자
몇 달간을 편하지 못한 배편으로 이주해갔었던 하와이의 동포들의 이야기를 다른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중 한 부분이다
진료실이 한가로워지니 책을 더 읽을 시간이 많아지고,
책을 읽다 지루해지면 엉터리 그림이나마 나를 위로해준다
그리고는 글을 쓴다
언제부터일까?
특정 날에 의미를 두게 된게
또, 특정 달에도 의미를 두고 오월은 가정의 달, 다음 달은 호국의 달
2월, 3월, 4월에 이어 5월 14일은 로즈데이라한다
하긴, 365일 그냥 흘러가기보다 하루 하루에 의미를 담으면
삶의 시간 속 마다 한 점 두 점 서로 다른 의미의 점을 찍으면서
마치 징검다리를 깡충깡충, 때론 껑충껑충 뛰어 넘듯이 지나는 시절이 덜 힘들고 지루할지도
하루의 고됨을 마치면
선술집에 들려 한 잔 술을 기울이며 다시 찾아올 내일의 고됨을 잊으려 하듯
이젠 그런 고됨의 시간들은 덜 해진걸까?
선술집의 모습은 오늘을 달래고,
다시 올 내일에 대한 벗어남의 짧은 시간보다
오늘, 지금을 즐김의 모습들로 바뀐 듯한걸 보면 수십년의 시간들이
해 진 뒤의 모습도 바꾸어 놓았나보다
한 순간
마당의 모란과 화분의 모란은 봉우리시절은 좀 길다가도
피면 3-4일이 부족하게도 그 꽃잎을 하나둘 떨어뜨려버린다
그래도, 장미는 하나가 지면 다른 봉우리가 맺혀져주고 그렇게 여름이 익어가기에
다양한 장미들을 마당과 옥상의 화분에 심었다
아쉬운 것은 아직 찔레장미가 봉우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작지만 고운 찔레장미를 해가 진 어둠속에서 바라보는 기분은
선술집에서의 한 잔마냥 오늘의 여러 맘속 시끄러움과 고됨들을 달래주곤 하건만
찔레꽃을 심어야겠다
찔레꽃의 꽃말은 신중한 사랑
사랑만큼 신중해야할 게 또 있을까?
어젠 딸아이가 퇴근을 하면서 불쑥 꽃다발을 내민다
그러고 보니 어버이 날이었나보다
누굴 닮은 건지 참 무뚝뚝하게 그냥 꽃다발 하나 말 한마디 없이 내미는 모습이
ㅉㅉㅉ
오늘 온 동기의 카톡하나
'꽃으로 퉁치려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