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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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하면 짜장면이나 짬뽕이나 알던 나

그것도 어쩌다 외식한다면 먹을 수 있던 어렸던 시절

고등학교 앞에는 분식점 골목이 있었다

그 골목 끝에는 아서원이라는 중국집이 있었고,

이 중국집이 고 3, 늦은 수업이 있을 때면 우리에게 저녁을 해결해 주 던 곳

마치 세수대야처럼 커다란 그릇에 나오던 곱배기도 아닌 일반 짜장면

그 집은 없어졌겠지?

모든 곳들이 다 재개발이 되며 사라지고 달라지는 세상이니

대학을 들어가 대학내 고등학교 동문회를 처음 하던 날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1년위의 선배가 선배 아닌 형이라 부르라는 말도 기억나고

자긴 구름이고, 3년위의 선배는 하늘이며, 그 위의 선배들은 감히 언급할 수 없는

신적 존재라며 웃던 시절

예과시절

선배들이 사주던 술 한잔과 저녁

그 때 처음으로 먹어본 중국음식이 깜풍기

그런 요리가 있다는 것 자체도 그 때 처음으로 알았다

그렇게 서로 학생에서 어른이 되며 벌써 근 40년을 함께 해온 선후배들

구름이라고, 하늘이라고, 신적 존재를 감히 어디서 언급하냐던

선배들도 이젠 같이들 나이들어가며 희끗희끗해지는 머리로 부를 때는 편한 형

대할 때는 허물없는 친구와도 같아진 세월,

바로 이게 시간이 주는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에 대한 마술인가보다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같은 전공의 길을 오래도록 함께 걸어온

가족같은 동문들과 오늘 저녁 만남기로 했다

정기적으로 1년이면 3-4번은 모여 서로를 도닥여주던 형과 동생들

인연은 함부로 맺지 말라 가르쳐준 은사님이 계신다

어찌 보면 인연은 아픔의 다른 말일지도 모름을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가며 배워간다

모든 인연은 그 모습들이 다르다해도 헤어짐을 그 끝에 두게 되니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며 나이라는 놈이 내게 쌓이다보니

그 아픔도 인연의 하나이고 내거라는 생각으로 바뀌어간다

아픔을 안에 품은 인연이라해도

어릴 적

내 고향은 말 그대로 시골이었다

지붕도 초가집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이 되면

어른들은 지붕위에 새볏짚으로 보수를 하던 그런 곳

할머님은 아랫묵에 청국장을 띄우고, 꽁나물에 물도 주고

지네도 흔하게 노릴 듯 방바닥과 벽을 기어다니던

그 시절

마당의 둘레를 이루던 감나무에 까치가 앉아 울던 아침이면

할머님은 반가운 손이 오시려나 하곤 하셨었는데

그런날엔 집 바로 뒤에 있는 나즈막한 산에 올라

그 끝에 튀어나온 모습이 마치 거북이가 목을 뺴고 있는 듯이 보여 거부바위라 우리끼리 부르던

바위위에 앉아 누가 오나를 보던 아이가

이젠 적지 않은 시간을 몸에 담게 되 버렸나보다

소식

우편함엔 청구서뿐

악필에 암호해독하려면 눈도 머리도 아프다는 친구들의 불평속에서도

손 편지를 써서 친구 몇에게 주기적으로 보내고는 한다

오늘은 귀한 인연들과 저녁을 보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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