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오랜만의 술 한잔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본인의 계획을 말한다
응원의 말을 해 주었다
같이 걸어 돌아오는 길에 드는 생각
나이가 들어 이젠 아들의 계획을 듣지만,
나 자신에게도 내일에 대한 꿈과 계획을 맘속에 담아본다
언젠가 조금 더, 아마도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 시간이 흐른 뒤
아이들도 자신들의 길을 가야 할 것이고, 아니 가겠지
그러한 시간이 되면 아내와 조금은 도시와 먼 곳에 터전을 잡고 싶다
조금은 넓은 땅에
작은 집하나
땅에는 다양한 것들을 심고 싶다
봄, 여름, 가을보다는 겨울의 눈 덮힌 틀을 넓은 창너머로 바라볼 수 있게
그 곳에서도 병원을 하겠지?
병원은 넓은 창을 가진 트인 공간으로 하고 싶다
한 컨에는 책장을
한 컨에는 음반을
한 컨에는 빵을 굽는 베이커리를 만들어서 홀 전체에 빵내음이 함께 하는 공간
진료실은 없다
그냥 내 다니며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그게 진료겠지
내분비전공의의 특권중 하나
의료기구나 특별한 것보다 귀와 눈, 손이 있고 생각을 할 수있으면 진료하고
입으로 말을 할 수 있으면 처방이 가능하니
요리를 좋아했었다
대학시절 사진을 좋아해서 출사를 나가면
뚝딱뚝딱 가벼운 주머니에 맞는 한 끼 식사를 만들고는 했었는데
트인 공간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
아픔도 서로를 바라보면 조금 덜 아프지 않을까?
고등학교졸업 후, 의과대학 진학
그리고, 그 뒤의 모든 내 삶의 시간들은 아픔과의 함께였기에
아픔에 대한 느낌이 미움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이상한 걸까?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너무 무겁고,
현실보다 더 힘든 짐을 얹어 주고 싶진 않기에 웃으며 하는 말들에
진료실에서 때론 오해도 받곤 한다
편하게 하고 싶은 의미지만
그 어떤 질병이 사실 편하게 전달이 되어질 수 있을까?
웃으며 편하게 말하면 가볍게 느껴지고
심각하게 말하면 주눅에 겁을 먹게 되는 진료실에서의 대화
차라리 막힌 공간이 아닌
트인 공간 속에서라면 나도 그도 모두가 조금씩들 나누어
가질 수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
빵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음식은 입으로 먹기 보다 향으로 먹는게 더 많다
꽃을 먹지 않듯이
익숙한 향에 불안한 마음도 가라 앉듯이
공간속 빵굽는 내음
진한 커피향
내 꿈은 그러하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아마도 삶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 자신에게도 더 많아질 것이기에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조금 더 편하게 받아 들이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