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 난 자리... 옛말이 틀리지 않나보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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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동유럽을 배낭여행했던 목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이

카프카의 체코, 프라하를 가고 싶어서였었다

의사라는 직업을 얻고 30년만에 스스로에게 준 2달간의 휴가

교환교수로 1년 한국이란 곳을 떠난 뒤론 아마도 가장 긴 시간이었던 듯


프라하에 몇 주 머물며 골목 골목을 다녀보고

카프카의 묘에 펜 하나와 꽃 한송이를 놓고왔던 프라하


아내는 여행을 좋아한다

직업상 긴 시간을 내기 힘든 나와 함께 하지 못했던

남프랑스로의 여행

부러웠던 것은 남프랑스의 풍경보다도

카뮈의 묘석과 그 묘석위에 놓여진 수많은 펜들의 사진 한 장


카프카를 동경했던

카뮈, 난 카프카와 카뮈를 동경한다


카뮈의 책들은 카프카보다 쉽지만, 되새김질해야만

하고자 하는 말들을 알아챌 수 있다

또, 나이가 들면서 다시 읽으면 되새김질이 아닌

새로 읽는 듯한 그의 글들


체코, 독일령에서 유태인으로 장사에 성공한 부모의 기대와

다른 길로 살고자 했던 카프카의 고단했던 삶이나

식민지 알제리 가난한 지식인 카뮈에게 본국의 중심 도시 파리는

그렇듯 우호적이지는 않았었을 것이다


'인간은 본성 그대로 남아 있길 거부하는 유일한 피조물이다'

카뮈의 글중 한 문장이다


본성을 거부하는 피조물로서의 인간, 그 인간중 하나인 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에 쫒기는 듯하게 살아왔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유치원부터 대학 입학식, 졸업식 사진 어디에도 없는 아빠의 모습

1년중 생색을 내 듯시간을 내여 다닌 배낭여행들이나

캠핑들이 그 나마 위안이라 해야할까?


나이는 들었어도, 그에 비례하여 더 넓어지지 못한 듯한

인내, 배려심, 이해심등의 모든 내 모습들


시골 출신이라 그런것일까?

어려서 그렇다고 땅과 함꼐 한 것도 없건만 땅이 좋다

무심한 듯한 땅

몇년전 심은 튜립이 수년째 파릇하게 다시 땅위로 고개를 내민다


그러한 땅이 좋다

내색을 하는 것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자기를 지켜가는

땅이 품어주는 생명들의 모습이 좋다


그런 땅이 되가야하는게 부모일테고

나이듬이어야할텐데


아들의 방

아들의 책상에 앉아 책을 읽다 잠든 어제저녁

옛 말 그대로인가보다

든 자리는 티가 나지 않아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는


내 빈자리는 누구에게 어떤 티로 자리를 잡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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