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성찰과 성장의 가능성은 인생의 두 번째장에 있다’
융의 말이다
어제는 술 한잔하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 고교시절 남들보다 못하지 않았던 공부와 성적이 후회스럽다고
그 친구도 그러한 말을 한다
성적에 치여 전공을 택한게 평생의 길이 되 버렸다고
내가 아닌 성적이 만든 길
그길이 내 인생의 첫길이었었나보다
만약 그 길이 달랐다면 지금의 내 모습과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내 가족과 아이들도 다 달라져 있었을지도
의대가 뭔지도 모른채
책속의 의사를 동경하며 갔었던 길
쉽지만은 못했었던 지난 삼십몇년이었던 듯 싶다
돈 버는 재주도 없으면서 돈을 벌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난 이도 저도 아닌채
지금의 내 모습이 되 버린 듯 싶다
인생 2막
아주 재주좋은 누군가는 4막 5장을 노래하기도 했지만
그 2막은 내 삶을 살고 싶다
해야할 것들속에 이젠 어깨가 너무 아프다
아마도, 길지 못할 2막의 시간들이기에
봄과 여름, 가을, 겨울그리고 눈과 비, 바람도 다 함께 한 장속에
들어가 있어줄 수 있을까?
밀리 듯이 들어선 길이었지만,
의사로서의 삶이 내 삶은 맞았던 듯 하다
내 진료실 의자에 마주하여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편해진다
병원식구들에게도 부탁을 한다
그 분들이 내와 무릎을 맞대고 앉기 위해서
지나온 그 많은 병의원들
그 먼 길들을 오며 수많은 병의원들을 다 지나치고
초라한 내 작은 방을 찾아준 분들에 대한 감사
생활형 의사로서 살아가는건
65세까지만 하려한다
그 뒤로는 내 의사로서의 2막의 삶을 살고 싶다
뭐 잠시 막걸리 한잔하며 쉬면 어떠하고
비오는 날 마음내키면 어느 찻집창가에 앉아
따스한 차 한잔하며 멍때려도 나쁘지는 않겠지
생활형 의사는 기분이 어떠하든
진료실을 지켜야만 하고,
내 눈에 보이고, 해야할 것보다 앞서 내 앞의
그 누군가가 원하는걸 먼저 생각하고 보려하는걸 피할 수 없다
의사로서 나를 믿고 따라주는 내 진료실의 반려인들과
처방전을 원하는 환자의 구별
몇 년 뒤 2막의 인생속에서는 이젠 그러한 것들을 하지 않으련다
해도 해도 끝없이 반복되는 삶의 현장들
이젠 숨이 차다
2막의 삶속엔 시간들이 뒤섞여 있었으면 싶다
비오고 바람불고, 눈이 쌓여도 좋다
그 때는 다른 나로서 살고자 한다
그 때는 80년대 의대를 들어가며 설레임을 가졌던
그 작은 꼬마로 돌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