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그냥 건너가자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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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종교

생각해보니 재미나기도 하다

어릴 적에는 할머님이 기독교 신자셔서 교회를 그 손에 이끌려 다닌 기억이 어렵풋하게 난다

그러다 중요학교는 동국대학교 사대부중으로 불교계열로서 아침이면 종소리와 함께 책상위에 올라 명상의 시간으로 시작을 하고, 무슨 뜻인지도 모를 바라니경을 외워 시험을 보기도 했었다. 물론, 수업과목엔 불교 종교과목도 들어가 있었고, 불교 행사에는 대부분 동원이 됐었기에 불교를 접하고 어렵풋이나마 그 내용을 익히게 되었고...

이런, 입학한 고등학교는 기독교계열

하지만, 이 곳에선 기독교에 대한 수업은 없었다. 고등학교에서 익힌건 대학에 들어가는 기술을 배우기에 바빴으니... 대학 체력장에서 만나 어찌 가까워져 삼육제단의 집단 생활을 하던 친구덕에 태릉인가에 있던 삼육제단 고등학생들의 학예회에 초대받아 그 들의 교리나 생활도 접해보고, 대학시절엔 어쩌다 케톨릭에 대한 관심이 생겨 교리공부를 한 동안 해 보기도 했으니 종교에 대해서는 이리 저리 접한 부분들이 얋게 적지 않았았던 듯

군 시절, 김일성의 서울불바다로 군대가 시끄러울 때 서울에 두고온 아내와 딸생각에 불안감에 찾은 곳은 교회도, 성당도 아닌 법당이었다. 그냥 법당에 있는 시간이 맘이 편했던 시절... 이유는 이성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했고, 법당내에서도 내게 어떤 말보다 그냥 편하게 내 시간을 주셨던 듯하다. 그 곳에서 얻은 것이 지금도 내 아껴 쓰는 또 하나의 이름, 불교에선 법명이라 하지만 내 종교를 불교라 하기엔 민망하기에 또 하나의 이름으로 생각함이 더 편하다

도아, 稻芽

양질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

비롯 성서외전에 담긴 문장이지만, 맘속에 새롭게 담게 되는 문장이 있다

2000년중반 병원을 내 그릇도 모른채 넘치고도 넘치는 욕심을 부리며 하다 상처를 받았던 시절에 접했던 문장을 어쩌다 노트에서 새롭게 보았다.

'이 세상은 하나의 다리일 뿐, 그냥 건너가라. 이곳에 너의 집을 지으려 하지 마라'

가족과 식사를 하다 틀어져 있는 TV속 드라마에서 두 배우가 이런 대화를 한다. 사람들은 왜 심각하게만 살려할까?

아마도, 어차피 지나는 한 과정중의 다리위일 뿐인대도 집을 짓고 멈춤으로 세상을 보려하기에 심각해지는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어차피 저 쪽으로 건너갈 다리위에 놓인 삶, 가볍게... 조금더 홀가분하게...

진료실에 쫓혀져 있던 꽃들

한 창 그 화려함을 뽑내고, 향을 주던 꽃들도 하나둘 시들며 고개를 숙여간다

한 쪽 벽에 붙여 말려 놓은 꽃도 바삭거리며, 작은 스침에도 이젠 하나 둘 떨어져 내리고...

겨울이다

이젠 춥다. 어제 저녁 강아지들과 2시간정도 걷고 들어오니 손이 얼어 현관문의 키번호를 몇차례나 누르고 또 다시 누르고 .... 시간이란 재미나게도 다양한 변화속에 흘러가나보. 물처럼 흐르는 시간속을 심각하게 살지 않고 싶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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