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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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그 떄는 많은 것들이 지금과는 달랐었다

서로를 만나려면 얼굴을 본 자리에서 언제 몇시에 어디서 보자 약속이 없다면 다시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하기 힘든 시절, 물론 집 전화들이 있기는 했으나 신분이 대학생들이다보니 집으로 연락하고 연락이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못했고

그 시절의 만남은 결국 약속없이도

묵언으로 어디에 가면 이 친구가 있을거야 하는 느낌으로 찾아가곤 하던 시절

신기하게도 그 시간대에 그 곳에 가면 많은 경우 몇 경우를 뺴면 그 친구들 몇몇은 꼭 볼 수 있고는 했었다

혹여라도 없으면 앉아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낯설지 않던 공간의 분위기

모르던 사이도 언젠가는 옆테이블의 아무개였기에 때로는 함께 한 잔을 기울이고는 하던 시절

그 때는 그런것을 인연이라 생각하기에는

젊은이들이 갈 수 있던 곳이 그리 많지가 못했던 것도 한 부분하지 않았을까?

살아오면서 내 삶에서 너무도 중요한 사람인대 모른채로 스쳐 지나간 사람은 없었을까?

중요하지만, 스치는 인연마져도 없었다면 그건 서로의 갈길이 달랐을 것이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지만 내 곁을 스쳤거나 어쩌다 부딪치거나 말을 하게 됐거나, 아니면 내 진료실에서 함께 했거나 ... 그런 인연은 없었을까?

군대를 제대하고 삼성서울병원, 그 때는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삼성의료원이라 호칭됐었었다

내가 공부하고 싶던 내분비전임의과정이 몇곳 없던 시절, 그 떄 부전공으로 내 선택이아닌 주어진 것은 인공신장실이었고, 내 선택했던 것은 임상유전학이었었다. 인공심장실에서 만난 한 어린 소녀, 집이 부산이지만 사실 상태는 그리 좋지 못해서 양쪽 신장이 다 그 기능을 상실한 아이, 그래도 참 곱고 이쁘고, 항상 웃었었다. 그 웃음은 아마도 그 엄마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중환자 대기실에 앉아 손뜨개를 하면서도, 지나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항상 마주나와 마호병에서 따스한 무언가를 전해주시던 분, 퇴근후 새벽녁에 전화가 왔다 아이의 위독을 알리는 전화, 당장 달려갔지만 결국 그 날을 넘기지 못한 아이... 그 이후 그 엄마와의 연도 그게 마지막일거라 생각했는대, 그리고 십여년이 흘러 아마도 석탄일이 아니었을까? 봉은사를 잠시 들렸다 나오는 길에 뒤에서 누군가가 너무도 숨가쁘고 반갑고 다급하게 나를 부른다. 돌아보니 그 어머님께서 맨발로 뛰어 오시며 내 손을 잡고 너무도 반가워해주신다. 그 때는 자신도 뭘 해야할지 몰라 인사도 못드렸다고, 난 내 환자의 마지막을 병동이 아닌 영안실에서 마지막 보내줌을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영안실에서 혼자 있지 않고 선생님과 같이 있다 갔다는 생각에 시간이 지나며 너무도 행복했었다고.... 아이가 외롭게 춥게, 주로 어른들이 있을 그 곳에서 선생님과 계실 수 있었기에 아마도 덜 무서웠을 거라고...

인연

가 뒤로는 그 분을 뵙지 못했다

아마도 그 분을 꼭 한 번은 보라는 인연의 끈이 어딘가에 이어져 있었나보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었다

사람들과의 대화보다는 글쓰기를 더 즐겼다

그리고, 대학들어가 사진찍기를 좋아했었다

사진 찍기보다 현상인화를 통한 변화과정에 더 흥미를느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어쩌다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어렸을 적부터 받은 교육은 잘하는 것을, 해야할 것을 하라는 것이었는대, 왜 그래야하지? 못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왜 안되는거지?

못그리는 그림을 혼자 그려보다 어떤 용기였는지, 동창회를 통해 알게된 밴드중 그림관련 밴드에 그림을 올리게 됐고, 그게 재미난게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밴드수가 하나, 둘 늘어나게 되더니 글과 그림에 대한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해져감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것도 인연인가보다

어제 한 밴드 분들이 병원을 찾아 주셨다

아름다운 꽃과 땀스러운 포도, 그리고 무엇보다 땀나는 커다름 담근주와 함께 ^^

병원의 벽 한 면에 꽃을 걸어 두었다

겨우내 말려보련다

인연은 이렇게 하나 둘 또 만들어지나보다

지워야할 인연도

악연도 있지만

그런건 내 몫이 아닌 상대의 몫으로 이젠 받지 않으려한다

이젠 따스한 인연만 내 받으련다

생일이라고 온 책 한 권, 이런 내 취향을 뭐 이리들 유사하게 아는지 같은 책만 3권깨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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