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홍
잎이 다 지고 나서도 그 붉은 열매로 겨울새들을 유혹하고
눈이라도 내리면 그 속에서 붉음을 더 드러내는
그의 꽃말은 명랑이라 한다
그 꽃이 필 때면 벌들이 명랑해지고
열매가 붉어지면 새들이 명랑해진다는 의미일까?
유심히 보지 않으려 해도
겨울, 눈이라도 오면 더 눈길을 끄는 낙상홍
스페인 소설들
포르투갈 시
어쩌다 보니 낯선 곳의 글들이 마음에 와 닫는 계절이다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
누군가는 그를 1800년대 활동을 한 스트라빈스키, 피카소, 또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유럽에선 이름이 있는지 건축가이자 화가 르코르뷔지등과 견주어 평을 하기도 하는걸 보면 그의 시들이 나에게만 생소할 뿐, 그의 글들이 나만 몰랐었지 많은 이들이 가까이 했었나 보다
그의 책을 읽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손에 든 다소 두꺼운 책, 이걸 불면이 준 선물 중 하나가 책이 두꺼우면 반갑다. 읽고 이번엔 어떤 책을 볼까의 고민을 줄여주니, 볼륨을 가진 그의 책 ‘불안의 서’
‘삶이란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양말을 뜨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생각은 자유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길을 잃는다는 뜻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신탁의 말은 인간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과제를 던져줬다. 의식적으로 자신을 모르기에 이것이 바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양심에 따라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아이러니의 적극적 수행인 것이다. 더 위대한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우리의 자기-자신-모름을 참을성 있게 그리고 강렬하게 분석하고 우리 의식의 무의식을 의식적으로 기록하는 일, 독립적인 그림자의 형이학, 황혼을 시로 기록하는 일보다 진실로 위대한 인간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은 없다. ‘
남의 글을 옮기고, 평하는데 에는 재능도 없고, 또 글을 쓰는 재미도 없기에 몇 문장만을 가져와본다. 하지만, 아직 다 읽지는 못했어도 그 중 가장 와 닫는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내가 가둔 자이며, 나는 나를 가둔 자다. 눈앞에서 열쇠를 흔들며 내가 죄수임을 상기시키는 간수이자, 간수의 관심을 얻고자 구석에 웅크린 채 옴짝달싹하지 않는 죄수다. 나는 나의 영원한 숙적이다….’
그런가 보다
이렇듯 한 순간 가슴속에 칼날이 들어오는 몇 문장들의 서늘함이 있어 책을 놓지 못하게 되나 보다. 나를 가둔 자는 나, 내가 나의 간수가 되고, 내가 죄수가 돼서 내 안의 한 구석에 움크린채 나를 가둔 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라고 나 자신에게 속여온 것인지도
퇴근길
집을 가는 길가에 여기 저기서 접하게 되는
낙상홍에 아마도 눈이 쌓여 더 붉어 보이겠지
매일 매일 다니는 그 길을
하루 하루 바라보면 분명 다른 모습일 것이기에
그 속에서 나도 벌처럼, 새처럼 명랑을 찾아봐야할텐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를 가둔 간수의 손에서 열쇠를 받아야만 하나보다
아니, 열쇠를 받고자 한다
내가 가든 나
풀어줄 수 있는 것도 나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