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오늘이라는 하루의 여분이 더 주어졌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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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중학교 들어가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영어수업시간

다른 친구들은 아이엠 어 보이, 보이스 더 엠비서스.... 뭐 이런 영어로 하고

첫 시간부터 영어 선생님은 담임에게 어텐션, 바우 하며 영어로 인사를 시키는대 도통 뭔 소리인지...

선생님은 수업중 학생들에 대해 질문도 영어로 하려했고, 답도 영어로만을...

당장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직설적으로 말하면 혼나고 네이쳐 콜드, 자연이 부르는 소리라 하라는 지금 돌아보면 재미났던 선생님

하지만, 알파벳도 몰랐고, 소문자 대문자의 구별도 못하던 내겐 영 고욕의 시간들이 아니었었다

다른 친구들 영어교과서를 공부할 때, 우리 몇몇은 오선지에 펜으로 알파벳 소문자, 대문자를 몇장이고 써서 내는게 숙제이곤 했었는대...

그런, 영어는 지금도 내겐 가장 곤혹을 주는 아킬레스 건중 하나다

모든 교과서가 다 영어뿐이었던 대학시절, 한 학기에 400-500페이지의 책 한권을 3-4권씩 과목당 진도가 나가고, 교수님이 가르쳐주시는 건 책에 없다. 그져 그 책을 이용해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의 앞과 뒤, 그 중간 내용들은 스스로가 공부를 하는 것이지 책의 내용을 대신 낭독해 주는게 교수가 아니라 했던 것도 이제 돌아보니 정답인 듯... 강의란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지 이를 읽어주고 요약해주는 시간은 아니니...

영떠리 영어로 논문을 쓰고, 학회에 나가 발표를 하고...

그 때는 무슨 깡이 그리 있었는지, 유럽 내분비학회에서의 발표, 그리고 제대로 질문을 알아 들었는지, 내 답이 제대로 됐는지도 모르게 흘러갔던 20분의 학회 발표시간... 그런 영어도, 개원을 하면서 한 동안은 여행을 다니며 그래도 조금은 쓰며 작은 소통은 됐지만, 이젠 영 깡통이 되 버렸다

한 번 영어로 글을 써 보았다

아마도 철자도, 시제도 엉터리겠지만 ^^

아니, 쓴게 아니라 영어를 그려보았다함이 더 옳은 표현일 듯...

내가 오늘 쓰는 내 자신의 이야기

내 삶의 마지막 날

바로 오늘이야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다행히

또 하루의 마지막을 여분으로 얻는 것이고

그게 편한 삶이 될 듯하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준비하고 바둥거리며 살아온 시간들

돌아보니 참 바보였던 듯

의미를 가진건 바로 지금 오늘이건만

오늘이 내 생의 가장 젊은날?

그렇게 생각하려니, 어제의 내 시간들이 좀 가볍게 느껴지고 아까워진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고, 그래도 나름 쉼없이 내 길을 달려왔는대 오늘이 다 시그 첫날이라면

앞으로 갈 길들이 조금은 지치게 느껴진다

오늘이 마지막날이라 생각한다면, 실제로도 그 누구에게나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을테니

내 못다한 것들에 대한 정리

그 간 부모로서 대신 해 줬던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어느 순간 아이들 스스로 하게 되는 낭폐

뭐든 세상속에 떨구워두게 되는 부스러기 들을 하나라도 조금씩 줏어가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오늘은 나의 마지막날임을 생각하며 살련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그건 또 하루 내게 주어진 선물이 될테니

아침 출근길엔 핸드폰속 오디오북으로 책을 읽으며 나온다

책을 듣다 불현듯, 바람부는 언덕위 작은 오두막하나가 가지고 싶어진다

불난로 하나에 의지해 바닥엔 냉기를 막아주는 따스한 모포라도 한 장있다면

매년 내 따던 감나무의 감을

어제 아들이 처음으로 땄다

따는 방법을 가르쳐는 줬지만,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나중 좀 들어봐야겠다

내 그 나이엔 의사였고, 책임질게 많았는대...

지금의 젊은이들에겐 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보다 높으나,

할 기회는 덜 주어지는 듯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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