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 (천상병/새)
그 어떤 삶에 사연이 없으랴 만, 천시인의 삶을 보면 한 편의 영화도 이렇게 만들면 과장됨을 말하지 않을까?
편하지 않은 삶을 편한 얼굴로 바라보는 듯한 시인의 얼굴이 찌푸린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다 떠오른다. 저 들은 어떤 힘듦으로 저리 얼굴이 굳어있는 걸까? 저 들의 속을 내 모르듯, 내 속도 남들은 모르겠지?
조금만 더 자리를 지키고, 서서히 떠날 시간이 다가오는 기분이다
35년여를 진료실에서 보냈으니 이제는 좀 한적한 곳, 바다가 있는 동네에서 몇 년 진료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6년 대학 다닌 것으로, 1년 수련의 한 것으로 4년 전공의 한 것으로 2년 전임의 한 것으로 한 10여년 공부한 것으로 이 정도 우려냈으면 이젠 진국은 다 빠졌겠지?
천시인의 시, 새의 뒷 구절이 맴돈다
‘그 다음날’
내가 죽는 날의 그 다음날은 어떤 날일까?
시는 이어진다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