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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이불킥 예방 비책
by DO YOU Sep 12. 2015

주인의식은 주인만 갖는 거다

월 150만 원을 받으며 계약직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다. 만나자마자 일이 너무 많다며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며칠 전 팀장한테 강력하게 항의했는데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분개한다. 계약직인 자신에게 일을 미루고 팽팽 노는 사람 천지란다. 나는 “너도 놀아.” 했고, 친구는 “내가 그걸 못하잖아...” 한다. 그래도 친구는 나를 익히 알기에 ‘직장에 왔으면 그래도 일을 해야 하는 게 기본’이라는 따위의 답답한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팀장이 업무 조정을 해 줘야 한다기에 나는 “팀장이 뭣하러 조정을 해. 팀 잘 돌아가고 있구먼. 150만 원짜리 계약직이 일 다 맡아서 잘 처리하고 있는데 뭐가 답답해서 조정을 해. 니가 펑펑 펑크를 내 줘야 안 되겠다 하고 조정을 하지.”라고 답했다. 친구는 “어휴.. 그렇지. 맞는 말인데 내가 그걸 못하네..”한다.      


계약직의 처지를 몰라 하는 말 같은가. 나 역시 계약직으로 수년간 일했으니 아주 모른다 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글의 주제는 계약직원의 어려움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다른 글에서 적기로 하겠다. 다시 돌아가, 이 친구는 계약직이기는 하지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올해까지만 일하기로 한 터라 완전한 을로 볼 수도 없고, 그곳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바라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도 일을 놓지 못하는 거다. 이 친구는 정규직으로 일 할 때도 똑같았다. ‘노는 직원’을 인정하지 못했다. 이 친구가 특별한 게 아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90프로 이상이 ‘직장에 왔으면 일을 해야 한’다거나, ‘월급 받는 만큼은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생각하면 기막힌 일이다. 오너가 노는 직원을  못마땅해하는 거야 당연한 일인데 아니 직원이 왜 오너쉽을 발휘하고 난리냔 말이다.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세뇌되어 있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 철학자 강신주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옛날의 노예들은 탈출이라도 꿈꿨는데, 요즘 노예들은 어떻게든 농장에 들어가려 근육 만들기 (스펙 쌓기)를 한’다며 개탄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모두 바쁜데 나만 한가한 것 같아서 불안한 거 말이다. 한창 바쁜 때에 우리팀으로 A가 발령을 받아 왔다. 사업이 진행중이다 보니 A는 지원업무 외에는 이렇다 할 일이 없는 채 한달을 보내게 됐다. 바쁜 우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듯하더니 어느 날 아직 제대로 된 일을 못하고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며 속을 내 놓았다. 나는 “너 일 없는 걸 왜 니가 걱정해. 팀장이 걱정해야지. 놀아 그냥.”하고 답했다. A 역시 직장에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는 터라 내 대답이 위로가 안 됐겠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일 없으면 좀 놀다가 일 맡겨지면 다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말이다. 어차피 내가 일해 번 돈이 다 내 돈인 것도 아닌 것을. 강신주 식으로 말하면 주인집 농장에 목화 열매 안 달리는 걸 노예가 걱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내게는 20년이 넘은 멘토가 있다. 첫직장에서 만난 분인데 언제나 다른 시각에서 나를 각성시켜 주는 분이다. 그분이 20년 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발 주인의식 좀 버려. 늬들이 이 회사 주인이야? 주인도 아닌데 왜 주인의식들을 갖고 그래. 너네는 종업원 의식을 가지란 말야”, “직원이 다 일만 해야 하나? 일 잘하는 놈도 있고, 일 못해도 엔터테이너 기질이 뛰어난 놈도 있고, 뺀질 대면서도 팀워크 빌딩은 잘하는 놈도 있다. 다 쓰임이 있고 어울려 굴러가는 거지 어떻게 다 일만 하나”. 90년대 중반의 일이다. 2~3년차 새내기인 우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야말로 주인의식을 갖고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선인 줄 알던 때 아닌가 말이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분이 요즘으로 치면 팔로워쉽(followership)을 가지라는 얘기를 한 거였고, 조직관리 마인드에 대해 얘기한 것임을 알았다.      


어쨌거나 직원이라고 다 일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주인의식은 주인이 갖는 것이라는 각성은 내게 엄청난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다. 나는 누구의 주인인가. 나는 나의 주인이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집중하고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한 일이겠다. 헌데 그게 어려워 우리는 남의 눈의 노예 혹은 회사의 노예로 살고 마는 것일 터다. 일과 회사에서 벗어나 나를 찾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과 회사를 대할 때도 내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엄청나게 중요하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이상, 월급을 받는 이상 일을 해야 한다고 무작정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전제가 되어 버리면 정작 나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전제가 그러하니 내가 할 일도 뻔하다. 위 내 친구도, 동료 A도 결국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결론 말고는 없지 않겠나.      


‘직장에서 월급 받으면 일해야지! 그게 싫으면 나가야지!’ 이런 주인의식은 주인만 갖는 것으로 하자. 그리고 나에게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보자. 전제에서 벗어나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해, 내가 회피하고 있는 선택에 대해, 내가 두려워하는 선택에 대해 나를 중심에 두고 자문하다 보면 조금은 나은 결론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magazine 직장인을 위한 이불킥 예방 비책
직업출간작가
<언니의 따뜻한 말 한 마디> 지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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