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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인 Oct 03. 2023

초보 브런치 작가와 초보 유튜버

'내가 말하고 싶은게 뭔가'를 생각할 때

브런치 작가가 된 지 3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쓸 게 없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그저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쓰는 행위를 좋아하니까 일종의 타이틀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마침 담양에 다녀왔고, 포스터를 작업했기에 담양 여행기 겸 포스터 소개를 하는 글을 썼다. 작가가 되는 포부에는 여행을 다녀오며 포스터를 만드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썼지만 그건 내 손이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거짓말이었다. 그 말엔 시간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쓸 당시에도. 


흰 도화지엔 뭐라도 적고 싶어진다. 흰 눈을 밟고 싶듯이


브런치 작가가 되니 목까지 차오르는 말이 아무말이 많았다. 공식적으로 떠들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다르게 브런치는 긴 호흡의 글을 작성하는 플랫폼이었다. 난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몇개의 글들은 그냥 날렸던 것 같다. 나는 뭔갈 계속 얘기하고 싶었는데 사실 뭘 말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냥 외쳤으면 나았을까 "내 얘기 좀 들어줘"


그래서 내 생각을 투사할 수 있는 책 서평을 쓰고, 회고를 쓰며 브런치 발행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회고는 내 이야기이고, 책 서평을 쓰다보면 나의 생각도 한 스푼 얹어야 하니까. 좋아요가 눌리고, 댓글이 달렸다. 작은 성취감이 쌓이고 행복 호르몬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리뷰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다가 갈증이 났다. 서평이든 회고든 내가 묻어있지만 내가 직접 리드하는 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였다. 꽉찬 5년간의 커리어가 있으며, 그 과정중에 힘듦을 이겨냈고, 메타인지를 길러냈고 그 영향으로 성공적인 이직도 하게 됐다. 나는 내 커리어에 대한 큰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그 뿐이 아니었다. 


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지만 생각하고, 고군분투하는 동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언제나 나의 안위를 위해서 나를 달래고 다짐하고 반성한다. 나는 힘듦과 고통에 최적화 되어있는 사람이고 그런 과정에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건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적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로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으로서


지금도 내 브런치 목록을 보면, 디자인 관련글과 에세이 글이 뒤섞여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내 브런치를 구독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디자인 글을 보려고 구독을 했는데, 갑자기 위로를 하고 있거나, 위로를 보려고 구독했는데 뜬금없이 디자인 글을 발행되었다면 당황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여전히 딜레마에 빠져있다. 내 채널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싶은 것도 맞지만, 나는 여전히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도 맞기 때문이다. 이 것은 좀 시간이 지나가면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어떤 궤를 그리며 떨어질 지 기대가 된다.


유튜버의 시작도 무척 가벼웠다.
그냥 핸드폰을 새로 사서.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2년전 나는 아이폰 13프로를 샀다. 해당 기종에는 시네마틱이라는 브이로그에 적합한 비디오 모드가 있었다. 처음에는 나와 관계 없는 기능이라 괜히 비싸게 만든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뽕을 뽑고 싶었다. '그렇담, 내가 써주겠어.'하며. 그래서 그때 당시 유행하던 브이로그들을 보면서 그대로 따라했다. 재택근무하는 영상, 출근하는 영상, 산책하는 영상 등등. 그러다보니 영상 편집이 너무 즐거웠다. 그대로 앉아 내리 7시간을 영상 편집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 순간에 뭔가에 빠진 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그대로 일년이 지났다. 잔뜩 띠었던 열기는 어느새 확 식어버리고, 마지막 영상이 1년전이 되버린 채널만 남았다. 


하지만 최근에 영상을 올릴 일이 생겼다. 나와 친구가 다른 친구 결혼식에 축가를 해줬는데, 그것을 내 유튜브에 올리면 좋겠다 싶어서 별 편집없이 올리게 된 것이다. 물론 저작권이 걸려있어서 나의 수익화에 도움은 안되지만 무려 700여명이 되는 사람들이 내 영상을 봤다. 처음보는 숫자 였다.


그렇게 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 똑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


유튜브도 브런치와 마찬가지로 뚜렷한 메세지 없이 이것저것 섞인 영상만을 올리고 있다. 일상만 올리는 채널도 있긴 하지만, 그래 일상 좋다. 하지만 무슨 일상? 친구들 만나서 노는 일상? 그런 채널 나도 안 볼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나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브런치도, 유튜브도 나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왜 이런 문제에 직면했는가? 나는 왜 이거에 골몰해 있는가?


그것은 내가 브런치나 유튜브에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브런치로서 무언가를 이루고, 유튜버로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진작에 목적을 세우고 목표를 세워서 그대로 앞을 향해 갔을 것이다. 나는 목적지가 없는 여행자, 방랑자 같은 포지션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이라도 브런치나 유튜브에 어떠한 비전이라도 만들어서 애써야 할까? 그것에 대한 지표는 뭐, 구독자나 조회수 인가? 그럼 또 안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구독자나 조회수에 중점을 둔 콘텐츠만 생산해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비전을 세울 수도 없고 지표를 세울 수도 없다면 난 어째야 할까? 지금 이대로 그냥 계속 딜레마속에서 고민만 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아이덴티티로 글이나 영상이나 쓰고 만들어야 할까?


그렇다.


그렇다. 그냥 계속 하는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양산하지 않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다. 아, 어쩌면 그게 나의 비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벌려놓으면, 언젠가 정리는 된다. 난 늘 그래왔다.


그러니, 여러분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망하며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봐주시길 바라요.


끝으로 내 브이로그를 홍보하고 갑니다. 콘텐츠는 또 다른 콘텐츠가됨을 이 글로 알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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