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과 성실함이 직장인 외국어 능력의 기본이 된다.
“앗! 본사와 컨퍼런스 콜이 있는데, 어떻게 하지?”
“서 대리가 카투사를 나와서 영어를 좀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럼 이따 10분 이따 내 방에 들어와서 같이 미팅한다고 얘기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누구나 들을 수 있는 팀장님과 차장님의 대화가 끝나자 마자, 나를 부르는 차장님의 호출이 왔다.
“서 대리! 영어 좀 한다면서? 이따 팀장님 본사와 컨퍼런스 콜 하는데, 들어가봐!” 라고 하시며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로 다시 등을 보이며 차장님께서 내게 한 말이었다. 뭐라고 말할 틈도 주지 않으시는 차장님을 원망할 틈도 없이 팀장님 방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누구와 얘기하는지도 모르는 채 시작된 미팅에서 ‘나는 누구 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하며 어리 버리 하고 있는 상태에서 팀장님의 수 십년 된 경험에서 오는 일종의 개인기로 무사히 컨퍼런스 콜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나오면서 뒤통수에 들려오는 차장님께 하는 얘기는 너무 크게 나에게 들렸다. “서 대리 잘 한다며? 한 마디도 못 하네!” 물론 나만의 핑계도 많다. 어떤 미팅인지 주제도 모르고 누가 참석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홀홀 단신 뛰어든 컨퍼런스 콜에서 말한마디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렇지만 조직이라는 것이 그렇다. 나의 핑계는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 그렇게 나의 하루는 또 다시 절망스럽게 끝났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정신 없이 하루하루 지내던 신입사원 시절의 웃픈 에피소드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회사라는 조직의 무서움과 섬뜩함을 느낄 수 있는 자리기도 했다. 아무리 평소에 업무를 잘 하고 지내더라도 순간적으로 생기는 일거리나 업무에 대처하지 못하면 그 때까지의 잘함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냥 무능력자로 보일 뿐이었다. 나름 영어 듣기도 꾸준히 하고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다시 한 번 필요할 때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필요성을 느꼈다. 학원을 다닐 것인지, 개인 교습을 할 것인지 등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할까 생각하며 선택한 것이 ‘전화영어’였다. 학생 때 다녔던 영어 학원의 경험은 시간은 많이 보낼 수 있지만 결국 많은 학생 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 마디 할 수 있는 쓰라림 만을 주었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 밀렸다. 그렇다고 1:1의 개인교습은 당장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지만, 비용이 너무 비쌌다. 한정된 외국인 강사 풀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전화영어를 나는 지금까지 약 10여년 간 꾸준히 하고 있다.
내가 전화 영어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첫 번째 질문이 ‘전화 영어 너무 짧지 않아요?’다. 맞는 말이다. 심지어 나는 주 1회 2번 각각 10분씩만 한다. 전화 영어를 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그 10분도 그냥 날씨 얘기, 그날 주제 얘기, 주말에 어떤 것 했는지 등등을 얘기하다 보면 금방 끝난다. 그렇지만 나는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전화영어를 한다고 한다. 바로 짧은 시간안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가장 만들기 힘든 것이 우스개소리로 ‘나만의 시간’이라는 얘기가 있다. 출근하면 이어지는 내부 업무와 미팅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쩌다 외근까지 겹치게 되면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 그런 상황에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이나 되겠는가? 물론 수 많은 영어 학원을 다니는 정말 부지런한 분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부지런히 시간을 낼 수 없는 나로서는 최선의 대안이 전화 영어였다. 1주일에 2번이 20분이 되고, 한 달에 8번을 하면 1시간 20분이 되고 1년을 하면 약 10시간을 영어로 애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진다. 생각해보자. 온전히 영어로만 10시간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가? 오히려 전화 영어 1번의 시간이 짧기 때문에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장점이 나에게는 더 크게 보였다.
그리고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다. 학원이나 교습을 통해 느꼈던 부분은 이미 정해진 목차나 주제에 따라서 영어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잘 아는 내용이라면 큰 문제없었지만 내가 모르거나 관심 없는 주제의 경우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져 수업 내내 즐겁지 못했다. 그렇지만 하루 10분의 전화 영어라면 달라진다. 나는 전화 영어를 할 때 미리 강사 분에게 양해를 구했다.
전화 영어도 진행하는 수업 내용에 따른 교재와 주제가 있지만 그냥 그 때 그 때 내가 원하는 주제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제 정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한 주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한국 사람끼리 얘기해도 어렵거나 모르는 주제는 쉽지 않은데 영어는 어떻겠는가? 내가 원하는 주제를 고를 수 있는 전화영어의 장점이었다.
끝으로 전화 영어는 때에 따라 연기나 취소가 가능해도 경제적인 부담을 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화 영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였다. 내가 들이는 비용이 학원을 다니거나 1:1 개인 교습을 받는 것보다 엄청 저렴했다.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길 원하는 나에게 딱 맞는 옵션이었다. 설령 갑작스러운 미팅이나 출장 등으로 인해 수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더라도 1회 빠지는 비용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물론 최대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최소한의 경제적 비용 부분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물어본다면, 나도 그 누구보다 자신 있게 잘 한다고 얘기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꾸준히 활용한 덕분에 웬만큼 당황하거나 많은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게 되었다. 특히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관계로 영어 실력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누구나 들어도 발음이 좋거나 정말 영어를 잘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자신 있고 당당하게 할 수 있으면 됩니다. 물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존중하는 것은 기본 이구요.” 우리가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이상 그들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
상대방도 내가 그들만큼 하길 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 비즈니스 매너이고, 최소한 글로벌 회사에서 근무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의 많은 팀장님 이상 매니저나 임원 분들을 보더라도 정말 잘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그분들의 경험과 노하우에서 우러나는 적재적소에 맞는 영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꾸준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교습 받는 것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누구나 원하는 자리에 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의 기본적인 노력은 모두가 하는 것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