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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단 Jul 27. 2024

여러분은 ’H워얼V‘의 의미를 알고 계십니까?

1446년 한글이 창제된 이래로 대한민국의 언어는 지속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언어는 처음 발생한 채로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거나 변형되고 사라지는 등 당대 사회·문화의 전반적인 상황에 따라 함께 변화합니다. 현대의 사회·문화를 이끌어가는 MZ 세대를 필두로 다양한 신조어가 파생되거나 변형된 줄임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MZ 세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도입된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문화를 선호하며 편리함과 간편함을 중시하고 전화보다 문자를 즐겨하기 때문에 그들이 추구하는 니즈가 반영된 언어들이 일상 속에 빠르게 스며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좋댓구알(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설정)’,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팬아저(팬은 아닌데 저장)’ 등의 줄임말은 유튜브나 인플루언서 등 디지털미디어성이 짙은 직업이 성행함에 따라 생겨났고 ‘핑프(핑거 프린세스 또는 프린스라는 뜻으로 손가락만 까딱하면 찾을 수 있는 정보도 스스로 검색하지 않는 사람을 부르는 신조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 등의 신조어는 편리함과 간편함을 중시하는 취향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같은 신조어나 줄임말은 현대언어 속에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요즘 세대만의 창의적인 표현 방법이 돋보이며 그들이 원하는 짧고 간결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합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여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대화를 생동감 있게 전달합니다. 다만 이런 신조어와 줄임말의 남발은 언어의 표준성을 약화시켜 순우리말의 자리를 빼앗고 문학적 표현의 깊이를 감소시키거나 복잡한 감정이나 상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사회적 상호작용의 모호성을 유발합니다. 또, 특정 세대만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다른 세대와의 소통이 어려워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H워얼V’의 의미를 알고 계십니까?

저는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와 줄임말에 대해 조사하던 중 ‘H워얼V’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알잘딱깔센’이나 ‘점메추’ 등의 단어는 눈치껏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었으나 ‘H워얼V’는 도무지 뜻을 알 수 없어 검색해 보니 글자를 뒤집어 봤을 때 ‘사랑해’처럼 보인다고 해서 ‘사랑해’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세대 구분표에 따르면 저 또한 MZ 세대에 속하지만, 저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너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모님과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면 TV 속 패널도 웃고 저도 웃는데 부모님만 웃지 못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합니다. 그럴 때마다 요즘 자주 쓰이는 단어나 유행하는 밈에 대해 설명드리곤 하는데 자녀가 없는 부모님 세대나 그 윗세대들이 느낄 문화적 단절이 확 와닿았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언어적 트렌드를 따라가기에 세월에 비례하는 삶의 걸음은 너무도 더딥니다. 게다가 비속어나 저속한 단어들이 유행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서로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저는 최근 유행했던 신조어 중 ‘마렵다’라는 표현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퇴근하고 싶다.’라는 멀쩡한 표준언어를 두고 굳이 ‘퇴근 마렵다.’라고 표현했을 때 얻는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글자 수가 확 줄여지는 것도 아니고 창의적인 표현 방법이라고 하기엔 너무 저속하며 이런 단어를 쓰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10년 전 공공연하게 사용했던 ‘하이루’, ‘OTL’, ‘안습’ 등의 유행어를 현재에도 쓰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지금 유행하는 말들도 자연스레 도태되고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그 자체가 언어의 문화적 흐름이자 당대의 기록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조어와 줄임말이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그 사용에 대한 신중함과 균형을 촉구하여야 할 때입니다.




2024.07.27. 깨단 기자 sstairs@e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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