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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영 Jan 06. 2019

[17도와 4.5도] 2. 왜 나는 술을 먹을까

술꾼

자리가 어색해서, 친구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가 필요해서, 상사가 나를 구박하던 날 스스로가 보잘것없어 보여서, 치킨이 먹고 싶어서,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 만두를 샀는데 그걸론 행복하지가 않아서, 배는 안고프고 저녁은 먹어야겠는데 맥주 한 캔이 눈에 밟혀서, 취해야 오늘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갑질 당해서, 내 잘못이 아닌데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서, 며칠간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무료해서, 오랜만에 본 친구들에게 나의 뜬금없는 낯가림을 들키기 싫어서, 굳이 안마실 이유가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좀더 나른하게 쳐다봤으면 싶어서, 이유 없이 눈물 날 것 같은 하루였는데 막상 집에 오니 눈물 한 방울도 나지 않아서, 지금 잠들면 내일 눈을 떠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서, 더 신나게 놀고 싶은데 에너지가 딸려서, 슬퍼서, 기뻐서, 화가 나서, 그리워서, 즐거워서,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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