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교단, 육아일기
오늘은 선도위원회가 있었다. 오늘 회부된 학생들은 담배를 폈거나, 또는 담배를 소지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회부라는 단어는 매번 들어도 너무 거창한 느낌이다.) 내 관점으로는 흡연이 사실 아주 큰 죄는 아니라 선도위에 오라는 말을 들어도 비교적 마음이 가볍다. 다만 오늘은 우리 학년 아이들이 좀 많아서 평소보다는 조금 신경이 쓰였다.
선도위의 자세한 내용이야 이런 공개된 곳에 적기는 좀 그러니 그냥 넘어가고, 왜 아이들이 그렇게 담배에 열광하는지 담배를 입에 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좀 의아하다. 친구들에게 과시하려고? 과시는 다수에게 해야 효과가 있는데 화장실에 숨어서 피는데 무슨...없어보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인생이 힘들어서? 선도위에서 물어보면 딱히 힘들지 않아도 피는 애들 많던데. 예전에 어디서 듣기로는 자존감이 낮으면 담배 같은 유혹에 잘 빠진다고는 하던데 중학생 때는 원래 자존감이 좀 낮을 때 아닌가? 아무래도 확 와닿는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선도위에 가기 전에 우리 반에 종례를 하며 협박을 했다. 우리 반에서 담배 피는 인간이 나오면 가만 안 두겠다고. 하교하고 나면 내 말이 기억이나 날까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끔 협박을 해 두면 혹시 담배가 눈 앞에 있더라도 협박을 떠올리며 한 번쯤 멈칫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여튼 선도위에서는 성격에는 안 맞지만 혼을 좀 크게 내려고 애를 썼다.(정말 애쓴다.) 선도위가 끝나면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한다. 선도위의 마무리는 늘 입맛이 개운치 않다. 누굴 벌 주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퇴근했다.
그러고 집에 왔는데 둘째가 장난감을 들고 와서 내 얼굴을 후려쳤다. 정말 아파서 으억!하고 비명이 나왔는데 사실 이거야말고 선도위에 올려야 하는 사안이다. 가정폭력이다 가정폭력. 그런데 벌도 말이 통해야 하지 "아ㅃ파 미양해용~"하고 다다다 달려가 버리는 놈한테 내가 뭘 기대하나 싶다. 나중에 철들고 나서 두고 보자. 집구석선도위에서 어깨 30분 안마를 구형하고 판결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