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두들겨 맞은 느낌이긴 했지만 어쨌든 첫째와 둘째의 병은 모두 나았고 가족휴가를 떠났다. 둘째가 아직
어려 해외는 엄두가 안 나서(돈도 엄두가 안 나고...눈물이 난다.) 제주도로 떠났다. 그제서야 방학이 시작된 느낌이 들었다.
부모들은 공감하겠지만 어린 애가 있는 집은 어딜 데리고 가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이 된다. 좋은 데 데리고 가도 기억도 못할 거고, 많이 걷지도 못하는 데다가 음식 메뉴도 애들한테 맞춰야 하고 등등. 특히 우리 둘째는 아직 낮잠도 자야 해서 오전, 오후로 일정을 나누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가는 다녀와야 한다. 집에서는 분위기 환기가 안 된다. 언젠가 휴가를 안 갔다가 방학식 다음날 개학한 느낌이 들어 너무 힘들었다. 데리고 다니는 게 힘들어도 우리 오감에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해야 쉬었다는 느낌이 난다. 여행 일정 중 일부가 실패하더라도 변화없이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다행히 이번 여행은 대성공이었다. 그냥 대충 찾아 들어간 식당은 다 맛있었고, 숙소도 다 깨끗했다. 겁쟁이 첫째는 물놀이를 제대로 즐겼고, 둘째는 모래놀이를 실컷 했다. 평소에는 못 보는 석양도 정말 좋았다. 짧은 길이었지만 둘째가 오름에 걸어서 올라간 것도 기특했다. 아!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뭘 먹이나 고민하지 않고 돈으로 싹 다 해결한 것도 좋았다. 일상의 고민을 잠깐 안 하게 되는 것이 또 여행의 맛 아니겠나.
휴가 중에는 가급적 학교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학교 생각은 곧 일 생각이 되고, 괜히 마음이 좀 무거워지고 단단해지는 느낌이 있다. 다만, 지나가다가 학교가 보이면 여긴 어떤 학굔가 하고 고개를 빼고 들여다 보긴 한다.
그렇게 일주일도 안 되는 휴가가 끝났고,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다니는 곳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기분 탓인지 가족 간에 좀 더 돈독해진 느낌이다.
이렇게 방학이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아직 반이나 남았다. 본격적으로 2학기 준비를 해야할 때다. 애들이 아파서, 여행 가느라 밀어뒀던 2학기 책을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