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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밤 May 29. 2023

지인 판매의 끝을 잡고… 다음 페어 때도 책이 팔릴까?

2023 리틀프레스페어에 다녀왔다 with 잉팔사

2023 제2회 리틀프레스페어 공식 포스터


지인 판매의 끝을 잡고

서울에서의 첫 북페어라 그런지 지인들이 정말 많이 방문해 주셨다. 책과 굿즈를 양손 무겁게 구입해 주신 것은 물론이요 먹을 것들도 푸짐히 챙겨 주셔서 배고플 틈이 없었다. 페어 분위기가 아무리 좋더라도 하루종일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고 설명하는 일은 벅찬데, 아는 얼굴들이 등장할 때마다 힘이 차올랐다.


3일 내내 비가 왔고 페어 장소는 코엑스. 아무리 해도 방문하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을 텐데 연휴에 발걸음 해주신 분들께 참 감사하다. 누군가 행사를 한다거나 개업을 한다면 꼭 찾아가서 마수걸이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배움이 있었다. 위축된 마음에 확실히 마중물이 되어 준다.


첫 북페어보다 2.5배의 책을 팔았으나 대부분이 지인 구매였고, 비지인의 순수 구매로는 전 페어보다 판매량이 적다. 지인 버프가 다한 다음 북페어에서도 책을 팔 수 있을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마음이 드는데, 북페어에 조금은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덜컥 겁이 난다.


어찌 됐든, 이루어낸 것은 인정해 주자고

생애 처음 완판!

페어 둘째 날, 가지고 온 수량을 완판했다. ‘오늘 완판!’이라는 메모를 써붙이고 한참 신나 하다가 마음속에서 브레이크가 걸린다. 회사 동료가 깜짝 방문해서 선물용으로 책을 여러 권 구입해 간 덕이 컸고, 내가 가지고 온 수량 자체가 많지도 않았다. 그럼 내가 잘해서 팔린 게 맞나? 좋으면서도 아리송한 마음이 들었다.


1. 변수를 생각하지 못해 판매의 기회를 놓쳤다! 더 챙겼어야 했는데

2. 내가 잘해서 완판한 것은 아니니 너무 자만하지 말자

이런 생각이 왔다갔다 했다.


이런 나에게 팀 잉팔사에서 자꾸 해주는 말이 있다. 너는 너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건 겸손과는 다른 것이라고. 밖에서 오버액팅하고 집에 돌아와 이불을 걷어차는 나로서는 늘 겸손과 절제를 지향점으로 삼아 왔는데 이 역시 과하게 진행되고 있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어찌 되었든 “KPI를 초과달성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외부 요인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성공은 없을 것이기에, 자축하고 다시 추진력을 얻을 엔진으로 삼는다면 그것이야 뭐라 할 사람이 있을까. 속으로 좀 더 기뻐해 본다. 어찌 됐든, 이루어낸 것은 인정해 주자고.


덕분에 마지막 날에도 생각했던 것보다 여유롭게 재고를 보충했고, 예상보다 더 많이 팔렸다.



나아갈 방향은 꾸준히, 오래, 함께하는 것

이제 다음엔 어떻게 하나, 신간을 내야 하나, 지금 책도 재고가 이렇게 많은데 신간을 내면 팔릴까, 아니 그전에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을까, 오만 가지 생각으로 페어를 정리하고 있을 무렵, 독립출판 계의 선배이신 ‘글쓰는거북이’ 님이 스토리를 올렸다. ‘꾸준히 오래, 함께해요!’


글쓰는거북이 님은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꾸준히 창작물을 내고, 다른 이의 창작도 지원하는 분이다. 팀 잉팔사의 두 번의 페어에 모두 함께했고, 아마 앞으로의 페어에서도 계속 마주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는 분이다. 단, 우리가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다면.


독립출판 시장은 크지 않고, 이미 낯이 익은 창작자들이 있다. 7월엔 전주에서 뵈어요, 하고 인사를 나눈 분들이 있다. 자기 이야기를 꾸준히 글로 써서 내고 알리는 사람들이 모인 곳, 북페어. 지난 3년간은 혼자였기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었지만, 이제는 함께 하는 팀이 있기에 나 역시 함께 마이크를 들어 볼 용기를 낸다.


다음 페어에서 책 안 팔리면 뭐… 슬프지만 그다음 페어에 또 들고 나가지 뭐!

옆사람이 추동하는 희망에 쉽게 귀가 팔락거리고 다음 스텝을 밟기 위해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는 나는 영락없이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글쓰는거북이 님이 마지막 날 올려주신 스토리. 꾸준히 오래,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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