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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Jun 30. 2023

청년모임 ‘가꿈’ 일곱 명의 단원들-2

단원 인터뷰

<이수> 


짧은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이수는 그림 모임 ‘목화’를 만들고 이끌어나가며 미술과 영어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만두었을 때 함께 했던 아이들에게 간식과 손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했던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수는 올해 10월에 인생에서 큰 행사인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이기도 합니다. 일과 결혼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먼저 활동하겠다고 나서주었습니다. 


이수는 외국에서 학교를 다녀서 대부분의 현재 청년들이 학교에서 경험했을 의무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 예전부터 봉사활동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NGO단체의 해외 봉사활동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은 있었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디에서 해야 할지 몰랐는데 봉사단 활동의 제안이 반가웠다고 했습니다. 


봉사단에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물으니 어떤 활동을 해야 봉사활동인지, 어떤 사람에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없는 제 마당 제 삶터에서 평범한 일상과 자연스러운 사람살이로 활동하며 봉사단 내에서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로 즐겁게 활동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봉사단을 참여하는 주민과 그 주민의 또래, 이웃과 함께 어울리는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때’에 진행합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그 사람의 마당 안에 들어가는 것 보다, 복지관에서 주어진 일감을 수행하는 활동 대신  꽃과 풀, 나무와 나뭇잎. 자연을 보고 그리는 좋아하는 이수가 그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함께 하면 즐거울만한 일로 고민해보기를 제안했습니다.  


“재밌겠다! 그렇게 얘기하니 부담도 줄어드는 것 같아.” 


재밌을 것 같다는 말이 힘이 되었습니다. 이수에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대하고 설레고 재미있고 어울리는 활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모여 기획회의를 할 때 방향을 잘 정할 수 있도록 준비 해야겠습니다. 




<우민>


다부진 체격에 늘 유쾌한 우민은 동네에서 가족들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이자 초보 농부입니다. 전통시장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마을 안에서 농사를 짓다보니 어르신들과 어울릴 일이 많아 서글서글하고 사투리도 제법 구수한 예의바른 청년입니다. 주위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동네에서 발이 넓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삼형제 중 차남으로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템플스테이 초등학교 지도교사 봉사활동을 하는 등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우민이 봉사단 활동을 신청해주어 든든했습니다. 


우민은 근력 운동과 복싱을 좋아하고 독서, 글쓰기, 서예, 요리와 그림, 악기 연주 등 정적이고 예술적인 활동도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가족들과 활동했던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있었던 봉사활동보다는 우민 자신이 많이 가지고 있는 그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로 봉사단원들과 어울리고 지역을 누비는 활동을 함께 고민하자고 했습니다. 우민은 아이들에게 책을 재밌게 읽어주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며 함께 모인 단원들도 좋아한다면 동네의 아이들과 책을 읽고 싶다고 했습니다. 




<송현>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책모임 수북에 참여하는 누구보다 모임을 아끼는 송현은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사람입니다. 프리랜서로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캐릭터를 그리고 디자인하는 일을 잘 합니다. 그림에 대한 애정이 많아 책모임 수북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본인을 ‘그림을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송현은 다른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중고등학교 시절에 의무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요양원에서 청소를 하거나 교내 봉사활동으로 벽화그리기를 했었고, 세이브더칠드런에 2년 정도 정기 기부도 했었습니다. ‘홍시’라는 귀여운 고양이의 집사로 아람처럼 최근 부모님 댁에서 독립해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밀양에서 또래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데 다양한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동아리 활동이 삶에서 중요하고 좋아하는 활동이라고 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은 사촌 동생을 잘 돌봐주었고, 아이들과 하는 활동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습니다. 개인별 인터뷰에서 아이들과 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견들이 많아 지역의 소소한 행사에 참여해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고, 종이 접거나 책 읽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활동들이 익숙해지면 봉사단에서 소소한 행사를 직접 열어 동네 아이들과 이웃들을 초대해 어울려도 좋겠습니다. 



<혜진>


7월에 이직 준비를 위해 퇴사를 앞두고 있는 혜진은 제가 처음 봉사단을 꾸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을 때 다함께 하면 좋을 활동에 번호를 붙여가며 꼼꼼하게 의견을 준 야무진 사람입니다. 그런 혜진의 야무짐은 기획 회의를 할 때 활동에서 부족한 부분이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려줘 활동을 현실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야근이 잦고 새벽에도 국제 전화를 많이 할 정도로 업무의 강도가 높았던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고민하는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활동을 하는 마음이 고맙습니다. 중국에서 대학 생활을 한 혜진은 대학 생활을 하며 NGO단체의 사막에서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위해 20시간 동안 기차를 타기도 했고,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이들과 하는 미술 활동을 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때의 좋았던 경험으로 밀양에서 활동을 찾아봤지만 너무 자주 있거나 먼  대도시에서 하는 활동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밀양에서 또래들과 같이 활동을 하게 되어 참 좋다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활동을 생각한 것이 있냐고 물으니 밀양의 관광지나 골목에 플로깅 활동을 하거나 마을의 어린이들의 얼굴을 그리는 ‘얼굴집 만들기’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내가 너무 주위를 살피며 살고 있지 않았던 것 같아. 이번 기회로 조금 더 나를 사랑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 


때때로 부담 없이, 보통의 관계로 만나 일상에서 즐겁게 활동하며 조금 더 행복한 나, 조금 더 다정한 우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르신이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을 케어하는 노노케어가 있듯이 청년이 청년을 살피고 함께 활동하며 자연스러운 이웃관계가 되는 가꿈이 되길 소망했습니다. 



<소영>


봉사단을 처음 꾸릴 때 다섯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그 다섯 명이 모였을 때 더 이상 홍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섯 명의 인터뷰를 마무리 할 즈음에 혜진을 만나 한 명을 더 추가했고, 혜진과 인터뷰를 진행할 때 소영도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최종 일곱 명이 모였습니다. 책모임 수북이 끝난 저녁 9시, 영업을 마친 가치쓰제이 공간을 빌려서 혜진, 소영과 함께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소영은 책모임 수북에 가장 최근에 들어온 멤버로 수다스러운 기존 멤버들 틈에서 조용하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다정하고 섬세해 주위 사람들을 잘 살피고, 이야기를 잘 들어줍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취향이 확고한 책모임의 회원들을 보며 부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직장을 오랫동안 다니고 있으며 이른 시간 출근시간에 맞춰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인내력과 지구력이 좋은 편이며 어떤 활동을 할 때 그 의견을 지지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활동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기획력과 추진력이 좋은 혜진과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영도 혜진처럼 봉사활동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고 함께 하는 사람이 없어 지역에서 활동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에는 이웃과 마을을 위해 돕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1년 6개월 정도 아이들과 어울렸던 경험이 좋았다는 소영은 가꿈에서도 마을의 아이들과 어울리며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는 욕구조사를 통해 사회사업가가 생각하는 주민모임의 방향과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가치, 개념을 잘 전달할 수 있었고 개인이 생각하는 가치와 활동에 대한 기대, 욕구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름만 공유하는 책모임에서 수집하지 못했던 개인의 경험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전체 모임 준비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청년을 대상으로 주민모임을 꾸린다고 했을 때 ‘시간이 되는 청년이 몇 명이나 되겠어?’, ‘이득이 없으면 모이기 힘든 MZ세대인데 아무 대가 없이 활동을 하려고 하겠어?’ 라는 말을 주위에서 들었고,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쉽게 없어지는 모임이라는 염려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활동을 제안했을 때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상했던 5명 보다 훌쩍 넘은 7명이 모집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명씩 인터뷰를 하니 이렇게 활동을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그동안 하지 못해 얼마나 갈증이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에게만 관심 있지 이웃이나 마을, 지역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염려가 무색해질 정도로 또래들과 함께 하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이 많았습니다. 


일곱 명의 단원이 모여 함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더 늦지 않게 그들을 찾고 모으고, 나서서 활동을 제안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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